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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책가도 병풍의 왼쪽 반

제48회 마이아트옥션 경매(2023.5.25)
미상 <책가도> 종이에 수묵채색, 137.5x200cm
추정가 5,000만~1억 원

선비의 사랑방에 과연 저런 모습의 책가가 존재했을까. 글공부를 위한 실용적 감각보다는 호사스러운 취미가 더 앞서는 저런 책가는 그림 속에서만 존재했을 것만 같다. 찌지가 군데군데 꽂혀 있는 정말 책만 가득한 책가도도 있긴 하지만, 역시 그 시대에는 청나라 분위기 물씬 나는 고급스러운 취미를 슬쩍 보여주는 그림을 더 선호했을 것이다. 


이번 주 경매에 등장한 이 책가도는 누가 보아도 왼쪽의 반만 있다. 줄을 그어서 맞춘 원근법은 양쪽 다 있을 때보다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부수적 효과가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도 당연하다. 유명한 리움 소장 이형록 필 책가도 8폭 병풍의 왼쪽 4폭과 구성에서 일치하는데, 다만 리움 소장의 책가도에는 왼쪽 하단 도장 상자 안에 ‘이형록인(李亨祿印)’이라는 도장을 슬쩍 넣어 자신의 이름을 알린 반면, 해당 출품작은 인장 부분의 글자가 조금 이상하다. 고색 창연하고 세련된 색채는 유사하지만 약간은 우아함이 덜하다. 


리움소장 이형록 <책가도 8폭병풍>의 왼쪽 부분

  
이형록 책가도의 인장 부분과 해당 출품작의 인장 부분


유재건의 『이향견문록』에는 “이형록의 문방도병은 매우 정묘하고 진짜 같아서 병풍을 방에 쳐 놓으면 사람들이 정말로 서가에 책이 가득한 줄 알다가 가까이 다가가서 보고는 착각임을 깨닫고 웃곤 하였다”고 하는데, 병풍을 장만해 세운 방 주인이 느낄 뿌듯함 만은 알 만하다. 


책거리 그림이 걸린 대청마루

업데이트 2023.05.2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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