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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사편지 32 - 판각 사업이 머지않아 끝마칠 상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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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사가 봉은사와 과천 과지초당을 오갈 때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이다. 추사의 말년 편지 가운데 글씨와 내용 면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보인다.
  내용에서 거론되는  『화엄경』은  『화엄경수소연의초』를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당시 영기(永奇) 스님의 주도 하에 판각돼 봉은사에 판전에 봉안됐던 자료이기도 하다.
  『완당전집』 권3 「여권이재(與權彛齋)」22에, ‘영기가 강상(江上, 권돈인 처소)을 찾아가는데 그의 큰 소원이 『화엄경, 화엄경수소연의초』 판각’이라는 내용이 보이는데, 이 편지의 내용도 바로 이 경의 판각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판각 진행 상황과 구체적 일정, 도움을 준 일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어 당시 봉은사의 『화엄경수소연의초』의 판각 진행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증거 자료이다.
  그리고 마지막의 “병든 몸으로 어렵사리 쓰느라 글씨가 법도 없이 한쪽으로 비틀어져 있으니 가소로우며, 저의 병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부터 8월 20일까지는 약 한 달간으로”라는 표현을 『화엄경수소연의초』의 완성 시기(1856)와 연계해보면 추사의 나이 71세 때인 1856년 7월 20일 경에 썼을 확률이 높다.
  이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쓴 판전 글씨와 함께 추사의 봉은사 불사에 대한 원력(願力)이 매우 깊었음을 짐작케 한다.






  華嚴刊役, 今將垂畢, 是果華嚴神力耶? 如計日量之, 可於八月卄四五可得放之. 是又棠軒現宰官身, 非有外護之大功德, 何以得此也? 衲子輩交手讚頌且置, 雖如傍觀, 無不歎未曾有, 凡有刊役以來未有之盛. 若其歸功稱揚, 皆在於棠助耳. 今聞有營刻之事, 刻手輩皆令還歸之意, 傳令來到云. 未敢知營刻之如何, 而是不過自今至八月念後, 爲未滿一朔間, 卽轉頭一瞬之頃. 特緩此一瞬間事, 使之八月念後, 卽皆歸來, 可以完就大法輪. 以棠軒大慈悲, 似當有終始之盛澤大惠. 如是奉瀆, 幸以此意導達, 特施一瞬頃事, 千萬切仰. 且聞棠施爲五友, 是又希有, 而季■令公之與諸公所施不少云, 是所謂君家兄弟不可當者也, 何其感甚! 聞僧輩已刊入經面云, 是豈像季之事也. 照映千劫, 而佛日同輝耳. 病筆艱作如此, 橫斜無法, 可笑, 可想此病狀也.

  『화엄경, 화엄경수소연의초』 판각 사업이 머지않아 끝마칠 상황인데 이것이 과연 화엄의 신력(神力)인 것입니까? 날짜로 계산해 보면 8월 24-5일 무렵일 듯합니다. 이것은 또 당헌(棠軒, 관찰사의 정무소, 관찰사 등 지방관의 대칭)이 ‘재관(宰官, 벼슬아치)으로 현신’한 것으로, 밖에서 보우하는 대공덕이 아니면 어떻게 이룰 수 있겠습니까! 승려들이 합장하며 찬송하는 것은 차치하고 방관자라 하더라도 미증유의 일이라 찬사를 보낼 터인 바, 이는 불경 판각 역사 이래 일찍이 없던 성대한 사업입니다. 그 공로의 칭송과 선양은 모두 당헌의 도움에 귀결됩니다. 
  지금 판각 진행 상황이, 각수들을 모두 돌려보냈다며 전령이 찾아와 소식을 전했습니다. 판각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는 감히 알 수 없지만 지금부터 8월 20일까지는 약 한 달간으로, 머리를 한번 돌리고 눈 한번 깜박거리는 시간입니다. 이 짧은 순간을 늦춰 8월 20일 뒤 모두 돌아오게 하면 이 대법륜(大法輪, 부처의 설법)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인 바, 당헌의 대자비로 처음부터 끝까지 성대한 덕택과 은혜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부탁드리오니, 부디 이런 내용으로 잘 이끌어 특별히 한순간의 일을 시행해 주실 것을 앙망합니다. 
  그리고 당헌의 시혜가 다섯 분이라 하는데 이는 매우 드문 일이며, 계■(季■) 영공(令公)과 제공들이 보시한 것이 적지 않다고 하니 이는 ‘그대 집안 형제 당할 수 없다’[당 잠삼(岑參)「위원외화수가(韋員外花樹歌)」]고 한 일인 바, 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승려들이 이미 경(經)의 면을 인쇄했다 하니 이것이 어찌 상계(像季, 말법의 시대, 말세)에 있을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천겁의 세월을 비추고 불일(佛日)과 함께 빛날 것입니다. 
  병든 몸으로 어렵사리 쓰느라 글씨가 법도 없이 한쪽으로 비틀어져 있으니 가소로우며, 저의 병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김규선(선문대학교) 관리자
업데이트 2023.01.2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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