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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문화재 예술품 물납제 도입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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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준모(큐레이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이번 회기에 국회를 통과해서 도입될 것으로 기대했던 문화시민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낙심천만이다. 원래 기획재정부가 문화재 예술품의 물납을 허용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개정안을 2021년 정기국회에 제출해서 도입하는 것으로 정책 방향이 정해졌지만, 당정협의회에서 ‘부자감세’, ‘세수감소’라는 지적에 ‘취지는 공감하나 보다 심도 있는 평가와 논의가 필요하다’며 물 건너가고 말았다. 하지만 선진국의 궁극적 목표가 문화민주주의의 실현과 문화복지국가 구현에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는 일부 의원들에 의해 다시 발의되어 해당 상임위에 제출되어있다. 하지만 어렵게 다시 제출된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실효적으로 물납이 가능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물납을 신청하려면 최소한 납부할 상속세가 2천만 원이 넘거나, 부동산, 유가증권, 문화재 예술품 등 상속받은 재산이 총 상속재산의 50%가 넘을 때물납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로 물납제 도입에 반대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부자들을 위한 법안이자 실제로 물납을 신청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물납의 의미는 이미 알려진 국보나 보물의 보존과 국유화가 아닌 비전의 가보나 개인 또는 문중의 학술적으로 귀하고 문화적으로 중요한 문화재 예술품을 세상에 드러내고, 이를 물납을 통해 관련 국공립기관에서 보존 조사 연구 전시해 국민 모두의 것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물납에 이런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면 부자 외에는 물납이 불가할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G7, G10, 선진국이라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생각은 개발도상국가 또는 후진국의 수준에 머문 채 문화예술에 대한 낮은 인식과 부자혐오증, 문화재와 예술품을 비자금조성, 세금탈루의 수단만 인식하는 부정적 태도는 물납제 도입에 공감하는 사람까지 눈치를 보면 주저하게 만드는 분위기도 문제다. 또 한편에서는 도입에 동조하는 듯하면서 문화재 예술품의 가격산정이 불투명하고 공정치 못해 믿을 수 없다는 논리로 시기상조론을 개진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화재 예술품의 가격감정은 고가인 탓에 거래액은 크지만, 거래량이 적어 표본이 작고,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적어 정보가 비대칭적이기 때문이지 통상 거래되는 가격은 신뢰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특히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등의 가격 감정시스템은 매우 선진적이고 합리적인 반면 한국의 시가감정은 믿을 수 없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현재 한국의 시가감정에는 미국 감정협회(AAA, Appraiser's Association of America)의 회원으로 미국감정사자격증을 소지한 감정사가 참여할 뿐만 아니라 국제감정가협회 (ISA,International Society of Appraisers) 등에서 가격감정 등 감정업무과정을 이수한 이들이 참여해서 미국가격감정시스템을 적용해 감정가를 산정하고 있다. 따라서 10여 년 전의 일부 화상들 중심으로 자신들이 거래한 데이터만을 토대로 가격감정을 하던 경험만으로 한국미술품 가격 감정의 신뢰성을 지적하는 것은 틀린 말이다.   

 사실 가장 정확하고 많은 문화재 예술품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곳은 세무당국이다. 왜냐하면 문화재 예술품은 거래시 거래차익에 대해 기타소득세를 이미 납부하고 있으며, 또한 매매시 현금영수증을 발행하기 때문이다. 문화재 예술품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업자들은 모두 사업소득을 신고하고 있어 세무당국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문화재 예술품 시장의 거래기록은 유리 지갑에 다름 아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문화재 미술품 가격 감정은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한국화랑협회등 법인, 단체, 개인에 의해 도출되는 공정시장가격(Fair Market Price)이 기본이다. 최종감정가격은 최소한 2개 이상의 법인 또는 개인이 평가한 금액의 평균값을 취하며, 조세 관련해서는 이들의 감정가가 부적정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세무서장은 3인 이상의 전문가로 감정평가심의위원를 구성해 감정가를 산출하고, 두 개의 가격 중 높은 가격을 취해 세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현행 이런 가격감정결과는 상속세, 증여세부과는 물론 상장기업의 자산 재평가, 법정에서 재산분할 소송과 지분분쟁, 보험회사의 손해배상소송은 물론 손해사정 등 각종 행정 및 사법체제 등 다양한 곳에서 통용되고 있다. 세금을 부과할 때는 인정을 받는 가격감정시스템이 물납이나 기부금 공제 시에는 믿을 수 없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런 지적은 물납제 도입을 훼방 놓으려는 변명에 불과하다. 또 문화재 예술품 물납제 도입을 논의하면서 물납된 유가증권매각으로 인한 과다 국고손실을 이유로 들지만, 이는 문화재 예술품과 관련없는 유가증권에 대한 가격 감정을 잘못해 일어난 손실을 왜 문화재 예술품 물납제 도입과 결부시키는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모든 세금은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원칙을 찬성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이 되었으니 이제 1차원적인 조세제도를 넘어 선진국답게 문화예술발전과 국민 일반의 문화향수권 신장을 통한 문화복지국가로 가는 정책수단으로 조세제도를 활용하자는 제안이 우리나라 경제 규모로 볼 때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국민이 누리게 될 사회적 문화적 가치가 문화재 예술품을 매각해서 현금으로 세금을 납부해 얻게 되는 가치보다 더 높다면 당연히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닐까. 코로나 백신이 일부 부작용이 있지만, 접종 시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처럼 문화복지국가로서 국가적으로 이익이라면 선택하는 것이 순리 아닐까.

 영국이나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은 국가에서 되려 물납을 택할 경우 감정가의 1.2배를 가격으로 인정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물납을 장려 또는 독려하는 것을 보면 물납제의 의미와 가치가 얼마나 크고 중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적어도 문화재 예술품의 물납제 도입이 그렇게 세수부족과 자금세탁, 세금탈루 등에 쓰일 것이 걱정이라면 영국처럼 문화재 예술품에 대한 연간 물납 범위를 일정 금액 이하로 제한하거나, 세수의 0.0001% 이내에서 우선해서 문화재 미술품의 물납을 허용하되 내야 할 상속세 증여세의 50%를 넘을 수 없도록 제한을 두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물납제 도입이 진정 어렵다면 현재 소장품 구입예산이 각각 40억 남짓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최소한 매년 각각 500억 이상의 예산을 배정할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요청한다.

글/ 정준모 관리자
업데이트 2021.10.2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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