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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이 삶을 바꿀 수 있을까 <뮌스터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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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은정

  10년에 한 번.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에 한 번씩이라는 시간의 서술은 비엔날레, 트리엔날레를 넘어선 강렬한 인상을 심는다. 뮌스터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간의 단위로 구성되고 기억되는 방식을 취했다. 금년도 역시 독일의 카셀에서는 ‘도큐멘타 2017’이 그리고 뮌스터에서는 ‘뮌스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베니스에서는 미술비엔날레가 시작한 뒤였고 스위스의 바젤에서는 5일 동안의 아트페어도 열렸다. 6월의 유럽에서 ‘그랜드투어’라는 명패를 단 관광버스를 만나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던 이유이다.  미술품 장터인 바젤아트페어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행사들은 8월 지금도 여름휴가를 맞은 세계인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그랜드 투어(Grand Tour)’는 산업혁명으로 부를 축적한 영국의 상류층이 이태리나 프랑스를 돌아보며 문화적 소양을 높인 것을 일컫는 말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도는 그랜드 투어를 다녀온 사람만이 리비우스와 카이사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리처드 라셀의 『이태리 여행』은 그랜드 투어의 의미를 알게 한다. 하지만 신흥계급의 등장과 교통수단의 발달로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여행은 ‘관광’의 의미로 변하였고, 다른 계급으로까지 번져가 서양문화의 옛 문화에 대한 공통적인 향수라는 문화적 공통점을 형성하게 되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닐지라도, 근대 이후 서양의 공통의 행동규범과 미적 취향을 갖게 한 가장 전 유럽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바로 그랜드 투어였던 것이다.

  ‘그랜드 투어’가 아닐지라도 올여름 유럽을 찾는 이들이 비켜갈 수 없는 곳이 베니스와 카셀 그리고 올해 카셀도큐멘타를 함께 진행하는 아테네, 뮌스터일 것이다. 그곳에는 올해, 지금 반드시 보아야 할 어떤 것들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도시 전체가 미술의 장소가 된다는 뮌스터는 도시재생에 관심 깊은 3차산업의 끝자락에서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한 컨텐츠이다.

  미술이 사회를 바꾼 역사적 사건 중에는 미술관 하나가 도시를 재생시켰다는 구겐하임 빌바오의 신화가 있다. 고용과 관광 그에 따른 부수적 효과를 통해 도시가 재생된, 이른바 ‘빌바오 효과’로 지칭되는 스페인 빌바오에 선 구겐하임미술관은 현대에 이른 근대도시가 지향해야 할 지점을 알려주는 듯 했다. 광물의 가공과 석탄산업으로 부양되던 도시는 공업도시 대개가 그러한 것처럼 굴뚝 없는 공장 시스템으로의 진입에 의해 경제적 난관에 부딪혔다. 그 난점을 돌파하기 위하여 제시된 것이 미술관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정치적으로 분리를 외치는 지방이었기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합자금이 투여되어 지어진 미술관의 효과에 대한 평가는 유럽통합정치의 일면을 담당한 미술관 건립의 의미를 확장시키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뮌스터프로젝트는 정책으로서의 미술관이 아니기에 미술작품이 어떻게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의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례이다. 미술작품이 어떻게 인간의 환경을 변화시키고 현대산업의 주요부분인 관광으로서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을 주지시킨다. 하지만 오늘날의 긍정적이고도 놀라운 평가와는 달리, 알려진 것처럼 뮌스터프로젝트는 사실 확대해석하자면 미술의 취향에 대한 반기 내지는 현대미술에 대한 반감에서 시작되었다. 헨리 무어의 작품 기증을 앞두고 조용하고 고답적인 시골 도시 사람들은 반감을 가졌고 심지어 거부운동을 벌였다. 이에 거주인들의 현대조각을 이해시키려는 방편으로 당시 베스트팔렌미술관 관장 클라우스 부스만이 야외조각전을 제안하였던 것이 시발점이 되어 1977년 이래로 이 프로젝트는 10년마다 세계인들을 모으는 행사가 된 것이다. 이제 5회가 된 뮌스터프로젝트의 역사는 그렇게 50년이 되었다.



  50년 동안 미술작품이 도시에 있게 되면 그렇다면 도시 전체가 미술관이 될 터이다. 물론 아무리 노력해도 어떤 작품은 도시의 흉물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뮌스터프로젝트를 생각할 때면 50년 동안의 작품들이 가득찬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뮌스터프로젝트에서는 10년마다 한 번씩 올해의 참여작가 명단을 제시한다. 2017년은 35개팀이 작품을 선보였다.

Ei Arakawa (born 1977, Fukushima, Japan)
Aram Bartholl (born 1972, Bremen, Germany)
Nairy Baghramian (born 1971, Isfahan, Iran)
Cosima von Bonin (born 1962, Mombasa, Kenya)
Andreas Bunte (born 1970, Mettmann, Germany)
Gerard Byrne (born 1969, Dublin)
“Camp” with Shaina Anand (born 1975, Mumbai, India) and Ashok Sukumaran (born 1974, Hokkaido, Japan)
Michael Dean (born 1977, Newcastle Upon Tyne, England)
Jeremy Deller (born 1966, London)
Nicole Eisenman (born 1965, Verdun, Germany)
Ayşe Erkmen (born 1949, Istanbul)
Lara Favaretto (born 1973, Treviso, Italy)
Hreinn Fridfinnsson (born 1943, Bær í Dölum, Iceland)
Monika Gintersdorfer (born 1967, Lima, Peru) and Knut Klaßen (born 1967, Münster)
Pierre Huyghe (born 1962, Paris)
John Knight (born 1945, Los Angeles)
Xavier Le Roy (born 1963, Juvisy sur Orge, France) with Scarlet Yu (born 1978, Hong Kong)
Justin Matherly (born 1972, New York)
Sany (Samuel Nyholm) (born 1973, Lund, Sweden)
Christian Odzuck (born 1978, Halle, Germany)
Emeka Ogboh (born 1977, Enugu, Nigeria)
Peles Empire with Barbara Wolff (born 1980, Făgăraș, Romania) and Katharina Stöver (born 1982, Gießen, Germany)
Alexandra Pirici (born 1982, Bucharest)
Mika Rottenberg (born 1976, Buenos Aires)
Gregor Schneider (born 1969, Rheydt, Germany)
Thomas Schütte (born 1954, Oldenburg, Germany)
Nora Schultz (born 1975, Frankfurt)
Michael Smith (born 1951, Chicago)
Hito Steyerl (born 1966, Munich)
Koki Tanaka (born 1975, Tochigi, Japan)
Oscar Tuazon (born 1975, Seattle)
Joelle Tuerlinckx (born 1958, Brussels)
Cerith Wyn Evans (born 1958, Llanelli, Wales)
Herve Youmbi (born 1973, Bangui, Central African Republic)
Barbara Wagner (born 1980, Brasilia) and Benjamin de Burca (born 1975, Munich)
 
  자신들의 도시 출신 조각가와 세계적인 작가를 같은 반열에 놓는 홈그라운드의 이점과 더불어 다양한 국적 소속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물질로서의 조각’ 개념이 달라졌음을 인식시켜 주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호수를 건너며 즐거운 비명을 터뜨리고 인증샷을 찍는다. 커다란 아이스링크를 파헤쳐 고고학적 장소를 만들었다는 곳에서도 셀피에 몰두한다. 하지만 그 모습은 호수에서의 왁자지껄한 모습과는 달리 자못 조심스럽다. 유적지에서 그럴 수는 없단 듯이. 실지로 필자는 전시장 바깥 수풀에 버려진 온갖 잡동사니 속에서 일명 ‘도끼다시’한 시멘트 덩어리 한 개를 조심스레 휴지에 싸서 트렁크에 넣었다. 쓰레기와 함께 버려진 유물 한 점을 우연히 발견하고 주머니에 넣은 것 같은 조금은 양심에 꺼리지만 흥분되는 맘으로 말이다. 그러곤 생각한다. 미래에는 이곳도 유적지이고 이 시멘트 조각들도 소중히 수습되어 도면에 표시되고 바구니에 담겨져 박물관 수장고로 향하겠지.


  이번 프로젝트에서 상상을 초월한 것은 이미 예견하고 주최측에서도 많은 홍보를 하였던 ‘문신하기’였다. 스스로 힙스터로 산 노년의 작가는 60세가 넘은 사람이 문신을 하는 예가 높다는 통계자료와 함께 ‘몸에의 조각’을 보여준다. 개인적 취향과 사회적 장치로서 문신이 뮌스터프로젝트의 작품이 되었다는 것은 이번 행사가 물질의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가장 좋은 예이다. 행사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미술관에서 이루어지는 퍼포먼스도 그러한 예이고, 스마트폰의 큐알코드를 통해 감상되는 작품도 그러한 예이다. 또 미러볼이 돌아가는 야리꾸리한 공간에서 진지하기만 한 작품들은 어떻고.




  공원이나 거리에 아직 남아 있는 20년 전, 30년 전의 작품들은 시민들에게 보여지고 인정되고 각종기금이나 기부를 통해 ‘콜렉션된’ 작품들이다. 이제는 자리에서 사라진 나머지의 작품들의 모습은 인접한 도시 마알의 미술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 담배를 물고 있는 사무원이 근무하는 작은 미술관에서 지나간 뮌스터 프로젝트의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도면으로 마케트로 그리고 영상으로. 


  결국 도시에 설치된 작품 모두가 수용될 수는 없으며 그것은 일정한 선택에 의한 것이며, 그 선택의 기준은 지나치게 존재가 강하지 않거나 장소적 조각의 특성을 아주 잘 포현하고 있거나 자본일 수밖에 없음을 본다. 그래서 어쩌면 변화하는 환경, 디지털화하는 세계에서 뮌스터가 선택한 물질로 존재하지 않는 관념으로서의 조각의 많은 요소들은 현재진행형 미술의 현상을 극명히 드러낸다. 그 안에서 인간의 경험이, 인식이 이야기되는 지점은 정말 소중하다. 

글/ 조은정 관리자
업데이트 2017.12.1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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