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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 세계의 지금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각 <부산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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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제 : 비록 떨어져 있어도
기 간 : 2018. 9. 8 ~ 11. 11.
장 소 : 부산현대미술관, 구 한국은행부산본부
전시감독 : 크리스티나 리쿠페로
글/ 김진녕

제9회 부산비엔날레가 11월11일까지 열리고 있다.

올해 대회부터는 을숙도에 문을 연 부산현대미술관이 주 전시장으로, 구 도심의 옛 한국은행 부산지점 건물을 시내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대회 이후 내홍을 겪고 지난해 11월 최태만 교수를 집행위원장으로 선임하고 공모를 통해 지난 2월 전시감독을 선정한 뒤 9월8일 문을 연 숨가쁜 일정이었다.

워낙 급박한 일정이라 미술계에선 우려가 일부 있기도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주제를 좁고 깊게 파고 들어간 냉정한 시각이 돋보이는 전시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부산현대미술관에 전시된 독일 작가 마르첼 오덴바흐의 <시작되었던 곳에 이제 아무도 없는>(1989/90)은 독일 통일 당시의 동독 주민들의 ‘뜨거운’ 횃불 시위를 담은 필름에 촛불처럼 기대를 담은 소년의 모습과 나치의 행진 이미지를 중간 중간 삽입한다. 그리고 이를 담은 영상은 유리잔 받침대 위에 올려진 낡은 텔레비전 수상기에서 보여진다. 벨기에 출신 샹탈 애커만(1950~2015)의 다큐 필름 <동쪽>(1993)은 1990년 10월의 독일 통일 뒤 여전히 초라하고 황량한 동독 지역의 길게 줄지어 서있는 시민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두 가지 영상 작품 모두 서독과 동독의 통일이라는 민족주의적 성향의 거창한 명분도, 뜨거운 통일의 열망도, 그 뒤를 받치고 있는 더 나은 삶을 향한 열망도, 통일 비용과 제도와 시스템의 통합, 불균질한 경제력이라는 현실 앞에서 얼마나 쉬이 꺼질 수 있는 ‘뜨거움’인지 시각적으로 냉정하게 보여준다. 2년 전 촛불혁명을 통해 정치권력을 바꿔 본 경험이 있고,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에 무비판적으로 노출돼 있는 한국 사람이라면 촛불 혁명 뒤에 벌어진 한국의 정치 상황과 남북통일 뒤의 한국 상황에 대해 여러가지 실마리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옛 한국은행 부산지점에 설치된 국내 작가 임영주의 작품 <객성>(2018)은 지난 4월 벌어진 판문점 남북정삼회담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기민하게 소재로 취했다. 거의 현재형의 정치 이벤트라 한국인이라면 들뜨고 흥분된 통일의 기대감에 매몰되기 싶상인데 작가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이 소재를 요리했다. ‘낙관’이나 ‘희망’같은 정치 이벤트의 진전 방향과 결합할 수 밖에 없는 단어 대신 이 거창한 이벤트의 ‘사소한’ 면면을 들춰내고 있다. 이를테면 ‘우리는 얼마나 편리하게 자기 편한데로 세상을 재단하고 있는가’라는 식의 접근이다.

판문점 회담 중 남북 정상이 도보다리에서 일체의 소리 요소를 차단한 뒤 남북 지도자 둘이 산책을 즐기는 모습을 미디어에 노출시키는 이벤트를 벌였다. 그러자 거의 모든 미디어에서 입술을 읽는 전문가(독순술)를 동원해 지도자간의 대화를 ‘복원’하는 소동을 벌였다. 미디어 쇼에 땔감으로 제공할만한 내용이라면 그게 정말 주요한 대화 내용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세상은 그렇게 자신들이 바라보는 방식으로 대화를 ‘복원’했다.

작가는 이런 모티브를 차용해 부분적으로 도보 다리 산책 장면 사진을 확대하고 작가가 연출한 사진과 그 누구도 본 적이 없이 다만 ‘과학적으로 추정한’ 초신성의 행보를 병치하며 오해와 이해 사이에서 제각각 나눠가지는 ‘소통’을 은유했다. 이 작품에서 남북간의 미래는 아주 작은 부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휘발성이 강한 정치 이벤트를 소재로 차용했음에도 그에 무너지지 않고 작가의 메시지를 차분하게 전달하고 있다. 덤으로 남북간의 현주소도 되돌아보게 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이번 부산비엔날레의 전시 주제는 ‘비록 떨어져 있어도’(Divided We Stand)’이다.

전시감독 크리스티나 리쿠페로와 큐레이터 외르그 하이저가 전시감독에 응모하면서 제안한 내용 그대로이다.


서민정, 순간의 총체

최태만 집행위원장은 “애초 리쿠페로+하이저 팀이 제안한 전시 주제가 ‘분할된 영토의 심리 지도’라는 제목의 기획안으로 냉전 이후 세계가 국경이든 뭐든 나눠지게 됐으니까, 그게 물리적 분리뿐 아니라 사람의 심리에 어떤 상흔을 남겼는지를 전시로 만들겠다는 기획안이었다”고 전했다. 그 역시 “우리가 여전히 분단된 지역이라, 촛불 때도 정권을 교체했지만 태극기 부대도 있고 여전히 실향민은 사회주의 체제의 공포를 안고 있고, 우리야말로 분단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지역 아닌가, 이산 문제도 있고, 그래서 이 제안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다만 ‘분할된 영토의 심리 지도’라는 제목이 논문 제목처럼 너무 딱딱해서, 그 내용을 소화하지만 ‘뭔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적인 것’으로 바꾼 게 ‘비록 떨어져 있어도’이다.

최 위원장은 네 마리 황소와 한 마리의 사자가 등장하는 ‘이솝 우화’ 이야기를 했다.

황소 네 마리가 뭉치면 사자를 이길 수 있는데 분열해서 한마리씩 잡아 먹힌다. 그 우화가 우리식으로 말하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얘기. 이승만이 이 우화를 인용해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한 얘기다. 해방 정국에서 이승만은 귀국하자마자 ‘한국민은 모래알’ 어쩌고 하면서 자기를 중심으로 뭉칠 것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을 앞두고, 부하와 백성들 앞에서 뭉치면 산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이를 영어로 표기하면 ‘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이다. 이번 전시 제목 ‘Divided we stand’는 ‘떨어져 있어도 산다’는 뜻이다. 이건 우리가 헤어져있어도 다시 만난다는 뜻으로 이산이 됐어도, 결국 만난다. 미래지향적 희망도 담고 있다”며 전시 주제를 설명했다.

이 전시 주제에 따라 부산현대미술관은 냉전 이후 지금까지의 상황을, 옛 한국은행 부산지점 전시관은 미래의 상황을 다룬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사실 1989년~90년 동유럽 해체로 냉전이 끝났다고 하지만 이후에도 냉전 이상의 분쟁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은 주로 그런 상황을 되짚어 보고 있다.


천민정 , 초코파이를 함께 먹어요

대표적인 게 독일로 독일은 통일이 됐지만 구 동독 지역은 자본주의에 일방적으로 흡수됐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에도 독일 내부적으로 옛 동독 지역과 서독 지역간의 경제 격차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갈등 국면이 이어지고 있고 이런 현실에 불만은 품은 백계 주민들 중 네오나치 진영에 가담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물질적으로 옛 동독 지역 시민들의 삶이 동독 시절보다 좋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서독 주민에게 느끼는 박탈감, 열등감은 여전하기에 ‘통일’ 이후에도 심리적인 분리 상태가 지속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이런 점은 통일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통일을 준비하면서 이런 사례 대해서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그래서 남한이 북한에 서독 같은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올해 10월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전시장 문을 열고 있는 비엔날레만 해도 8개나 된다. 미술 시장 규모나 인구 수에 비해 너무 과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그래서 비엔날레가 열릴 때마다 ‘겹치기 출연’하는 작가도 비판이 되곤 한다.

올해도 앙골라 출신으로 유럽에서 활동 중인 킬루안지 키아 헨다는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에 동시 출격하고 있다. 양대 비엔날레에 동시 출격하고 있는 작가는 키아 헨다 정도다. 그럼에도 두 비엔날레의 구색이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면 ‘만수대 창작사’ 때문이다.


올리버 라리치, 만수대 해외 프로젝트


최원준, 만수대 마스터 클래스


광주비엔날레에선 ‘만수대 창작사’의 조선화가 독립 섹션으로 크게 다뤄지고 있다. 부산비엔날레엔 만수대 창작사 작품이 없다. 다만 최원준 작가가 만수대 창작사가 아프리카 독재국가를 대상으로 ‘외화벌이’를 한 흔적물인 거대 기념물을 수집하고 설치 작품으로 만든 <만수대 마스터 클래스>(2012~16)와 <국제적인 우정>(2017~18)이 부산비엔날레에 전시되면서 키아 헨다의 작품까지 고리가 이어지고, ‘구색이 비슷하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켰을 뿐이다.



글/ 김진녕 관리자
업데이트 2018.11.16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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