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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 산수화이자 풍속화, 강홍구의 <녹색연구-서울-공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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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일 수 없는 사진이란 미디어의 본격 주관적인 활용기

전시명 : 녹색연구-서울-공터
장 소 : 서울 원앤제이갤러리
기 간 : 2020.5.1-5.31
글 : 김진녕

비평가이자 소설가, 사진이론가, 화가, 사회비평가였던 존 버거가 펴낸 에세이집의 한국어 제목엔 ‘사진처럼 덧없는’이란 말이 쓰였다. 일견, 가시광선의 흔적을 기계적으로 잡아낸 사진의 ‘객관성’을 부정하는 말로 들린다. 사진을 이용한 작업으로 2008년 동강사진예술상을 탄 강홍구(b.1956)는 “사진처럼 믿을 수 없는”이란 말을 했다. 사진이란 매체도 결국은 주관적이고, 의지 또는 취향, 편견이나 신념이 개입되는 시나 그림 또는 악기 연주 같은 주관적인 매체라는 것이다. 2008년 ‘안개와 서리’ 연작을 발표할 때 그는 서문격의 글에서 “내가 찍은 사진은 일종의 풍경의 유령이다. 사진은 그걸 가둬놓는 좀비나 미이라 같은 것이다. 일시적이었고 사라질 운명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농수로에 앉아서 물길을 쳐다보고 있는 농부의 앙상한 뒷모습을 담은 작품에<고사관수도>(2001년)란 이름을 붙이고, 지하철 객차 안에 비현실적으로 큰 갈치의 ‘사체’가 널부러진 모습을 담은 <생선이 있는 풍경>(2002)이나 그린벨트 연작(2000~2002), 오쇠리 연작(2004년)을 통해서 강홍구가 보여준 것은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 남한에 사는 사람의 삶을 강홍구라는 필터를 통해 그려낸 산수화다. 그는 2010년대 들어 기존의 사진 이미지 활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사진 바탕의 레이어 위에 색과 모양을 더하는 붓질 레이어를 한겹 더 입히는 쪽으로 가고 있다. . 

강홍구 작가의 최근작이 선보이고 있다. <녹색연구-서울-공터>전(~5월31일, 원앤제이갤러리)을 통해서이다. 2017년 개인전 이후 근 3년 만의 개인전이다. 작가에게 몇가지 궁금증을 물어봤다. 


-전에는 사진을 조립했는데 최근엔 그 위에 그림도 그린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사진을 찍고 그 위에 채색을 한다. 2010년쯤 재개발과 폐허 시리즈를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2003년에 ‘그 집’ 시리즈를 했다. 그 동안 돌아봤던 동네 중 다른 시리즈에서 빠진 것 중, 기억해둘만한 집을 골라서 채색을 해서 전시를 했다. .
2012년 4월말~5월 초에 녹색을 보고 너무 충격과 놀랬다. 그게 녹색연구의 시작이다. 한편으로는 녹색 예찬이자 그때가 MB시대라 ‘녹색성장’에 대한 냉소도 섞여 있었다. 그래서 시리즈 제목이 ‘지리멸렬’이 됐다. 2015년에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찍은 벽 사진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이것저것, 정치적인 것, 개인적인 것 등의 이미지를 그려넣었다. 
 
-사진에 색을 올리고 이미지를 넣는 이유는. 
사진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고 개인적인 감정, 사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사진은 ‘뻔뻔한 매체’다. 찍어놓은 사진은 객관적인 척하는데 거짓말이다.(웃음) .사진이 가지고 있는 그런 면을 유지하면서 개인적인 기억 등을 채색을 통해 더해보려한 시도다.
사진을 찍을 때 일단 눈으로 본 뒤 뷰파인더로 보고 셔터를 누른다. 뒤돌아서서 컴퓨터에 사진을 띄워 보면 이게 내가 보고 찍은 그 사진 맞나 싶다. 눈으로 본 기억과 사진은 늘 차이가 나니까. 
사진을 고르고, 후반작업을 할 때는, 기억에 의존해 조절이 들어간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사진이 ‘현실’에서 조금씩 조금씩 멀어진다. 그러니 사진이 객관적이라고 볼 수 없다. 
나는 작업을 통해 일부러 사진 자체를 파편화시키고 드러나게 연결하고는 했다. 그러다 사진을 흑백으로 인화해서 색칠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그런 작업을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발표한 2010년에 발표를 한 ‘그 집’ 시리즈다. 


-이번 전시 제목인 ‘녹색연구’ 시리즈는 2012년 시작인데..
서울에 대한 좀 규모가 큰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울- 이상한 도시’라는 주제의 작업이다. 
폭넓게 서울을 찍고, 다루는 작업인데 그게 범위가 워낙 넓어서 왠만한 전시장으로는 감당이 안된다. 그래서 줄여서 한 게 이번 전시다. .서울에서 내가 관심이 갔던 지점을 찾았더니 공터였다. 거기에 녹색이 있었고. 녹색연구 연작으로 공터로 한 게 이번 작업이다. 2010년 이래 작업의 연장선이라고 봐야 한다.  


-회화를 전공했는데 작업의 표현 수단으로 사진이란 매체를 택했다. 
처음부터 사진에 대한 신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회화와 달리 사진에는 독특한 면이 있다. 사진이 가진 현장성, 세계의 부분만 기록하는 파편성, 우연성, 기록성 등. 이런 게 사진만의 특성이다. 
이런 점에 주목해 사진이란 미디어를 골랐다.
물론 사진이란 매체가 갖고 있는 기본 속성, 공평한 척, 객관적인 척하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런 면에 대한 신뢰는 없었다. 처음에는 여러 이미지를 파편화해 조합하는 작업을 했다. 처음부터 컴퓨터를 작업에 사용할 생각을 했다. 미술가는 잘해야 정보를 조합, 해석하는 역할 정도만 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생산하는 것보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찍은 이미지를 합성하는 작업을 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이 묘한 매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다른 사람이 찍지 않는 풍경을 자꾸 현실에서 보다 보니 내가 찍게 됐다. 처음에는 필카를 쓰다가 1999년에 디카로 넘어왔다. <고사관수도>, <세한도> 등등이 그때 찍어서 2002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회화에는 현장성이나 기록성 등 사진만의 특성은 없지만 개인적 감정이나 기분 분위기 기억을 얹어놓을 수는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사진 작업을 한 게 아니라 나는 사진적 관습을 이용하는 작업을 한 것이다. 
회화도 크게 믿지 않았다. 회화도 크게 믿지않았기에 회화적 관습을 사진이라는 레이어 위에 올려놨다. 그런 방식으로 개인화 시킨 것이다. 


-전시장 들머리에 걸린 작품이 수선전도를 활용한 작품이다. 
좋은 작품에는 늘 관심이 간다. 작품에 인문학적 레이어, 역사적 레이어를 얹은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사람들이 작품을 넓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에 유머도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지루하다. 개인적으로 ‘엄.근.진’(엄숙근엄진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서울의 공터’를 고른 기준이 있나.   
이번 작업은 경복궁 옆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였던 송현동 부지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녹색에 가까운 용산 미군 기지, 안양암 뒤쪽의 사적인 작은 공터로 이어졌다. 넓은 의미로서 공터를 확대하면 공원도 일종의 공터다. 고의적으로 만들어놓은. 한강의 섬(밤섬, 노들섬)도 개발하지 않은 지점은 명백한 공터다. 이걸 공터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란 시도를 했다. 하지만 여기에 어떤 계열성이 있지는 않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역사적으로 레이어가 겹치는 곳이 어딜까,하고 뒤지기는 했다. 서대문 교도소 돌담이나 청계천, 창신동 채석장, 논현동이나 올림픽 공원 등이 그런 고려 끝에 고른 공터다.   을지로 재개발 지역도 그렇고. 여러 고려를 해서 골랐지만 확실한 계열성은 없다. 나는 인문학자는 아니다. 학자 체질도 아니고.


그가 그려낸 또는 구현한 한국의 산과 도시는 고산유수의 명승지가 아니라 일상이 무심하게, 뒤죽박죽 맞물려도 이상할 게 없는 도시와 도시민의 삶이다. 
“내가 사는 시간과 장소와 공간은, 도시와 농촌은 결국 정치적 시스템에 따라 계속 바뀌고 있다. 우리는 그 결과물 속에서 살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집없이 떠돌던 시대가 길어서 그런지 모른다. 지금은 집이 있지만 중학교 다니려고 집을 떠난 이후 지금까지 이사를 35번이나 다녔다.”  


그가 이번 전시장에서 <수선전도>에 이어 두번째로 걸어놓은 작품은 <이말산>이다. 작품 밑에는 그가 직접 쓴 글씨로 바닥에 “구파발 역 근처의 이말산. 2015년 아들과 함께 산딸기 따러갔다 허탕치고 돌아오는 길이다”란 설명 글이 쓰여있다. 
그의 개인적인 삶이 자락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으로 ‘강홍구 월드’에서 보기 힘들었던 대목이다. 작가에게 물었더니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한다. 


글/ 김진녕 관리자
업데이트 2020.11.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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