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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보다 먼저 한국화의 현대화를 실험하고 선보인 지홍 박봉수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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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박봉수 회고전 '구도의 흔적'
장 소: 금산갤러리
기 간: 2020.06.10 ~ 6.27
글/김진녕


-1930년대부터 추상 실험을 선보인 ‘현대 작가’ 박봉수의 재평가



박봉수(智弘 朴奉洙, 1916-1991) 작가가 다시 세상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금장천과의 대화, 마지에 유채, 182x122cm, 1979


지난 3월 근현대미술 연구자 송희경이 <박봉수의 행적과 작품세계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한 데 이어, 금산갤러리에서 박봉수의 회고전 <구도의 흔적>전(~6.27)이 열리고 있다. 지난 2011년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열린 20주기 추모 특별전 이후 잠잠하던 전시가 2021년 30주기를 앞두고 다시열린 셈이다.



반가상, 마지에 수묵, 41x26.7cm, 1931

박봉수가 소환되는 맥락은 오로지 그가 남긴 작품 때문이다. 학맥이나 인맥으로 그를 현재에 이어줄만한 고리가 없다. 1930년대 일본에서 1년 여 간 공부하고 중국에서 화업을 익히고 해방 뒤에는 유럽과 미국 아프리카 등에 오래 머물며 스케치 투어를 다니고 견문을 넓혔다. 중년 이후에는 중년 이후에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전시회를 열었다. 송희경은 논문을 통해 박봉수가 “동시대에 활동한 예술가에게 ‘디테일을 외면한 것 같은 무기교의 대담하고 투박한 선이 생명력 넘치는 강렬한 역감’(김환기)과, ‘소재의 무진장한 다양성, 관입(觀入) 실재에서 오는 실사와 추상의 혼융(渾融)된 표현력, 유연하고도 선연(嬋娟)한 풍토성과 용출하는 시원적 생명감’(구상)을 창출하는 화가로 평가받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콜라주, 종이에 혼합재료, 81x60.3cm, 1959

아마도, 수묵 추상회화라는 점에서 그는 국내 최초 소리를 들을만하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수묵추상과 문자추상과 관련한 해방 이전 작품과 1950~60년대 작품이 출품됐다. 금산갤러리쪽에선 “박봉수의 먹의 추상화를 시험은 서구 추상미술의 흐름에서 독립된, 스스로 습득했던 불교적인 선禪을 통해 독자적인 추상을 확립하며 동양적인 서예 미학과 관련 짓는 한국 추상미술의 중요한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김환기와 평론가 이경성이 박봉수에 대해 진술한 대목을 내세웠다.


군상(반주상), 종이에 수묵, 32.5x85cm, 1938

“지홍의 발상형식은 명상적인 동양의 도(道)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그의 작품세계가 보여주는 미분화 상태의 혼돈 속에서 추상적 묵혼을 조형하고 다시 의도적인 상형을 이루는, 형상분화 작용을 하는 그의 표현방법은 독자적이다. 어떻게 보면 디테일을 외면한 것 같은 무기교의 대담하고 투박한 선은 오히려 생명력이 넘치는 강렬한 인상을 준다.”(김환기)



바람(추상), 종이에 수묵, 67x130cm, 1959

“화가 박지홍의 작품을 지탱하고 있는 정신적 지주는 한국 풍토성이 짙은 장미(壯美)의 세계인 것이다. 장미(壯美)란 말할 것도 없이, 우미(優美)와 더불어 미의 속성으로서 남성적이며 패기에 찬 미의 상태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듯 미술이란 아름다움의 표현이라고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일종의 힘의 상태가 개입함으로써 보다 강한 감동을 주는 것이다. 화가 박지홍의 작품세계가 자유 분망한 속도를 지닌 필력을 바탕으로, 높은 기상과 엄격한 기술(技術)을 나타낸다 함은 곧 그의 예술가 이전의 인간성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이경성)


흥미로운 지점은 이응노의 문자 추상이 197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남관의 문자 추상도 196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는데 반해 박봉수의 수묵 추상이나 문자 추상은 1930년대 후반부터 작품 속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산기의 암소(추상), 종이에 수묵, 67x130cm, 1957


<군학>(1938)이나 <산기의 암소>(1957), <날으는 물고기들의 풍정>(1962) 등의 작품을 보면 박봉수가 지필묵으로 작업하는 동양화가인지, 해방 이전부터 한반도에서 활동했던 작가라는 점이 생경하게 느껴질 정도다. 붓과 먹으로 시작해 동양화의 그만의 방법으로 현대성을 탐구해갔다는 것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그가 그려낸 일련의 ‘반추상’ 또는 ‘추상’ 작품을 이해하는 열쇠는 그가 작품에 남긴 ‘견취見取’라는 용어다. <날으는 물고기들의 풍정>에는 ‘견취도 울릉도 해상’이란 부제를 화면에 남겼고, 추상작업인 <견취도>(1954)에는 ‘고문에서 견취’라는 부제를 화면에 기록했다. 추상과 구상이란 구분 대신 ‘견취’라는 말을 통해 그가 바라본 대상을 그대로 옮긴 작업이 아니라 심상으로 취한 작업이란 것을 분명히 했다. 견취란 말을 통해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명상 그리스도, 선지에 수묵, 65x50cm, 1963


이번 전시에는 이와 함께 그의 대표작인 <금장천과의 대화>(1979), 카톨릭계에서 성상으로 보급하기도 했던 <명상 그리스도>(1963), <반가사유상>(1956) 시리즈 등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그의 대표작이 나왔다.


청태반가사유상, 마지에 유채, 73.5x54cm, 1990


다만 현재도 옥션 등에서 간간히 거래되고 있는 신선도 계열의 병풍화나 멧돼지나 잉어를 다룬 그림 등 전통 화제의 동양화 계열은 제외됐다. 황달성 금산갤러리 관장은 “그런 쪽은 이번 전시에서 다루지 않았다. 이번 전시는 시작이고 좀 더 체계적이고 더 많은 작품을 다루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여 점이 나온 이번 전시가 박봉수 작가의 전부가 아닐 뿐더러 그의 전모를 다룬 전시도 아니다. 그는 굉장히 많은 작품을 남겼고, 전통적인 동양화 스타일의 작품도 많이 남겼다. 하지만 작가로서 박봉수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그가 시도했던 동양화적인 방법을 통한 ‘현대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 기록일 것이다. 사후 30년의 시간을 거쳐 이제 박봉수의 재평가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0.11.25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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