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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원 이홍근실 개관 40주년 기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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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고미술품을 사랑했던 한 컬렉터의 선택

전시명 : 동원 이홍근실 개관 40주년 기념전 '2021년 가을, 그분을 기억하다'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 이홍근실(205호)
전시기간 : 2021.10.13 ~ 2021.12.31
글 / 김진녕

시끌벅적했던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7.21-9.26)이 끝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동원 이홍근실’ 개관 40주년 기념전 <2021년 가을, 그 분을 기억하다>전이 조용히 막을 올렸다. 동원은 이건희 회장 이전에 문화재급의 한국 고미술품을 국립중앙박물관에 대규모로 기증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동원이 1980년 10월13일 세상을 뜨고 두 달 뒤인 1980년 12월22일 유족 대표인 동원의 차남 이상용(1930~2019) 선생이 문화공보부를 찾아 동원이 일생동안 모아온 동원미술관의 소장 문화재 2899점을 문화공보부를 통해 기증했다.


1980년 12월 22일 문화공보부 장관실에서 이광표 문화공보부 장관(오른쪽)이
고 이홍근선생 문화재 기증증서를 아들 이상용씨로 부터 전달받았다.


그때 한 신문은 이렇게 보도했다.

“골동계에서 약 200억 원어치의 문화재로 평가되는 동원 미술관의 헌납 문화재는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오원 장승업, 완당 김정희, 대원군 등의 서화류 1309점과 국보 제175호인 백자상감련당초문대접을 비롯, 청자순주자•청자철회진화련당초문주자 등 도자기류 1467점, 불상을 비롯한 금속 공예품 123점등으로 지정 문화재급이 많다.

이씨의 유족 측은 또 이번 동원 미술관 소장 문화재의 국가 헌납을 기념하여 동원의 은행주식 약 7만주를 한국고고학과 미술사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기금으로 활용토록 기부했다.” (중앙일보, 1980.12.22)


동원이 1971년 성북동에 세운 동원미술관

 

1981년 2월부터 유물인수에 들어간 국박은 세간의 관심이 뜨거워지자 석 달 뒤인 그해 5월 동원컬렉션 중 572점을 선보인 <동원 선생 수집문화재> 특별전을 열었다. 이 전시는 두 달 동안 관람객이 10만 명을 넘었을 정도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코로나로 입장객이 제한된 최근의 이건희 컬렉션전과 수평비교할 수는 없지만 동원컬렉션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81년 10월13일 국박에 고인을 기리는 동원 이홍근실의 문을 열었다.


박연폭포 <송도기행첩> 제12면, 강세황


이후 동원의 유족은 2003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서화, 도자, 불상, 금속공예품 등 총 5205건 1만 202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동원은 생전에 한국 고미술품 수집과 보존에 진심이었다. 컬렉션 관리를 위해 1967년 종로구 내자동에 미술관을 설립했고, 성북동으로 이사한 뒤인 1971년에는 성북동 자택 안쪽에 별도로 덕수궁 석조전을 모델로 하여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석조 건물에 수장고와 진열실을 갖춘 동원미술관을 지었다. 그리고 컬렉션을 진작부터 공공에 기증할 생각을 했던듯 하다. 1960년대 어느 날 동원은 20세기 중반 한국 고미술계의 대표적인 학자였던 최순우, 황수영, 진홍섭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여 그가 수집한 문화재를 ‘자식에게 상속하지 않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동원의 유족은 동원의 뜻을 충실히 실천다.


백자 상감 연꽃 넝쿨무늬 대접, 국보 제175호

 

국내 최초로 개인의 이름을 붙인 동원실은 이후 40년간 국박을 대표하는 전시공간 중의 하나가 됐다. 국박 2층 서화실 맞은편에 자리잡은 동원실에는 조각가 백문기가 새긴 동원의 얼굴 부조가 걸려있다. 운영면에서도 동원실은 국박의 대표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증실 중 유물 교체가 상설관 서화실 만큼이나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공간은 동원실 정도기 때문이다. 대개의 기증실은 디오라마로 밀봉한 진열대처럼 유물 교체나 기획전 개념없이 박제된 상태로 전시되다 전시실 위치 이전이나 인테리어 보수공사 때나 약간의 변화가 생기는 정도다.



이에 비해 동원실은 18-19세기 화원 화가의 작품이나 중국과 일본 근대기 작품 등 전시물 교체가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물론 동원의 기증품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뒷받침됐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동원의 40주기 기일에 맞춰 시작한 <2021년 가을, 그 분을 기억하다>에는 동원컬렉션의 서화류 간판에 해당하는 ‘정수영 필 해산첩’, 교과서에도 등장했던 강세황의 ‘영통동도’가 실려있는 ‘송도기행첩’, 19세기 장황사 유명훈의 존재를 알린 김정희의 ‘완당 소독’, 20세기 초반을 대표하는 안중식의 ‘도원행주도’ 등 64건 141점이 선보이고 동원의 기증에 관한 영상물도 새로이 선보였다.

동원 기증품의 가치는 동원실에서만 확인되는 게 아니다. 2021년 10월 기준으로 상설전시관인 3층 도자실에 동원이 기증한 청자와 분청, 청화백자 등 38점이 전시장에 나와있다. 여기엔 국보 제175호인 백자 상감 연꽃 넝쿨무늬 대접(동원887)도 포함돼 있다. 이 유물은 조선 전기 상감백자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유물이다.


정양사에서 바라본 내금강의 장관 <해산첩> 제10면, 정수영

 

국박에 문화재급 고미술품을 기증한 사례는 현대의 역사가 쌓이면서 점차 늘고 있다. 굵직한 기증만 따져도 1970년대에는 수정 박병래 선생의 기증이 있었고, 최근에는 손세기손창근 부자의 기증, 이건희 회장의 기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박에선 기증자의 이름을 딴 공간을 마련해 예우하고 있다.

다만 기증자의 이름을 붙인 공간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에 대해선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손세기손창근기념실에선 2021년 가을 전시로 <신선을 만나다>란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손컬렉션의 기증품은 한 점 정도만 출품됐을 뿐 나머지는 다른 소장품으로 채우고 있다. 반면 2층 서화실 맞은편의 기증자 이름을 딴 기증실은 동원실을 빼고는 대부분 소장품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기증자 기념 진열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운영 방안을 개선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기증자를 예우해 각 전시장에 이름을 붙이더라도 기획 개념이 들어간 전시를 만들고 단 한 점이라도 그 전시에 어울리는 기증품을 내놓는 게 더 기증자를 빛나게 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2.05.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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