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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조선의 승려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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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 그림 속에 들어있던 종교화가와 조선의 미술사

전시명 : 조선의 승려 장인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전시기간 : 2021.12.7~2022.3.6
글 / 김진녕

근대 이전의 한국 미술사를 돌아보면 조선시대 사대부 계층의 아마추어 화가가 여기로 그린 서화에 자신의 이름을 써서 남긴 작품은 제법 남아 있지만 많은 유물에 개인의 성취임을 알리는 서명이 없다. 특히나 18세기 영정조 시대를 전후해 조선이 경제적으로 가장 풍요로웠던 시절의 영광을 상징하는 대형 채색화(병풍화류)에는 일절 기명이 없다.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고위 공무원의 이름은 써놓았지만 정작 후대에서 ‘화가’라고 평가하는 ‘화원’의 이름의 표기에는 인색했다. 하지만 눈을 돌려보면 18세기 전후해 한반도에 ‘화가’라고 부를 수 있는 종교화가의 기명작이 즐비하다. 사찰에서 대대로 전해오던 회화(불화)와 조각(부처상)에 어떤 이들이 돈을 대고, 누가 작품을 그리고, 어디에 설치했는지 기록이 거의 전해져 내려온다. 기록 미비로, 또는 유물의 멸실로 앙상한 한국 미술사에서 과거를 가장 풍족하게 복원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절집 탱화’라는 장르화 카테고리 안에 가두고 일반 대중에게 그 유산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에서 지난 12월7일(화) 개막한 <조선의 승려 장인>전(-2022.3.6)은 18세기 전후로 활동한 종교 화가와 종교 조각가인 신겸, 의겸, 현진, 단응 등 ‘승려 장인’을 본격적으로 호명하며 예술가로서 개개인의 성취를 조명하고 조선 채색화의 큰 줄기인 불교미술의 흐름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전시다.

 


용문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과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국내외 27개 기관의 협조를 받아 국보 2건, 보물 13건, 시도유형문화재 5건 등 총 145건이다(15개 사찰 출품작 54건 포함). 전시된 작품의 제작에 관여한 승려 장인은 모두 366명이다.

이번 전시의 스펙타클 담당은 단연 경북 예천 용문사 대장전(국보 328호)에 모셔져있던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삼존좌상과 설법상>(1684년 숙종 10년 조성, 보물 제989호)이다. 국보로 지정된 목조건물 대장전에 보물로 지정된 이 목조각품은 이번 전시를 통해 조성 이후 337년 만에 산물을 나와 속세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금빛 찬란한 대형 목각부조와 삼존상을 위한 별도의 전시실을 만들어 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9명의 조각가가 참여한 이 프로젝트에 첫번째로 이름을 올린 이는 17세기 중반부터 18세기 초까지 활동한 단응이다. 주최측에선 단응에게 ‘장르의 개척자’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의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도록 단응이 수조각승으로 참여한 첫 불상인 마곡사 영산전 목조석가여래좌상(1681년 조성, 충남 유형문화재)도 전시했다.

 


마곡사 영산전 목조석가여래좌상 (단응 등 20명 제작) 1681년. 높이 81.3cm

 

이번 전시 기획자가 이름을 호명한 또 다른 화가는 의겸(義謙)이다. 전시장에서 그의 코너에는 ‘붓의 신선, 의겸’이란 이름이 붙어있다. 연구자 김정희 교수는 의겸이 “1710년 께 화업을 시작해 1719년 수화사가 되었고 40여 년간 신감, 채인, 색민, 창밀 등 수십명의 화승을 배출한 대규모 화사 조직을 이끌었다. 그는 진채 일변도의 당시 불화와 달리 수묵담채를 적극 응용한 독특한 화풍을 형성했고 그의 영향은 19세기 후반까지 전라도와 서부 경남지역에 미쳤다”고 평했다. 


해인사 영산회상도 (의겸 등 12명 제작) 1729년, 비단에 색, 293.5x241.9cm 보물



전시장에는 그가 작업한 <관음보살도>(1730년, 보물 제1204호, 국박 소장품)와 송광사 응진당 영산회상도(1724년, 보물 제1367호)와 십육나한도(1725, 보물 제1367호), <해인사 영산회상도>(1729년(영조 5), 보물 제1273호)가 나와있다. 이번 전시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여수 흥국사 소장의 <수월관음도>(1723년, 보물 제1332호)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겸은 보물 지정 리스트에서 18세기의 대표자 단원 김홍도와 함께 미술사의 쌍웅이라고 부를 수 있다.

전시장이 의겸과 단응 같은 슈퍼스타만으로 채워진 것은 아니다.


수륙화(등각위십지보살) 명, 1454년, 비단에 색, 140.8x79.3cm,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제1부 ‘승려 장인은 누구인가’에서는 종교미술 제작자로서 일반 장인과 구별되는 승려 장인의 성격을 알 수 있게 전개됐다. 도화서 화원(畫員) 또는 관청 소속 장인이 제작한 조선 전기 불교미술의 대표적인 예로 경북 영주 흑석사 소장 <법천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1458년(세조 4), 국보 제282호), 전기와 달리 조선 후기에는 불교 미술이 승려 장인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예로 조각승 현진(玄眞) 등이 만든 1622년(광해군 14)의 <목조비로자나여래좌상>(보물 제1621호)이 나란히 전시됐다. 


제2부 ‘불상과 불화를 만든 공간’에서는 ‘화승의 스튜디오’와 ‘조각승의 스튜디오’를 연출하여 승려 장인의 공방과 작업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1775년(영조 51) 작 <통도사 팔상도> 4점(보물 제1041호, 통도사성보박물관 소장품)과 그 밑그림에 해당하는 초본 4점(국박 소장품)을 나란히 비교 전시하여 스케치와 완성된 작품을 비교 감상하며 화가의 손길을 상상하게 만든다. 또 컴퓨터 단층 촬영(CT) 결과를 활용해 기존에 소개된 적 없는 불화 초본과 목조불상의 내부 구조도 공개하고 있다.



제3부 ‘그들이 꿈꾼 세계’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으로 뛰어난 성취를 보여준 화가와 조각가의 이름을 호명하고 있다. 조각승 단응, 화승 의겸과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에 활약한 화승 신겸(信謙)의 <고운사 사십이수관음보살도>(1828년) 등이 선보인다. 

4승려 장인을 기억하며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포함한 조선 후기 불보살상 7점과 설치미술가 빠키(vakki)의 작품승려 장인 새로운 길을 걷다를 오방색의 색동무늬를 활용한 설치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다. 요즘 가장 힙한트렌드로 거론되는 색동을 끌어들이고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과거에서 이어지는 현재, 현재를 과거로 소비할 미래로 이어지는 전통의 의미와 가능성을 담아내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조선 후기의 조각승은 1천여 명이고, 화승은 2 4백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현대 미술사의 주류인 서양미술의 출발점은 14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연 지오토의 종교화였다. 1550년 바사리는 르네상스 시대의 (종교)미술가 200명의 이름을 호명한 <미술가열전>을 펴내 이후 서양미술사가 성립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번 전시가 조선후기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는 것을 업으로 삼았던 34백 여 명의 이름을 더욱 자주, 더욱 정교하게 호명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김진녕 관리자
업데이트 2022.12.04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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