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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랑이 해에 보는 호랑이 그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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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컬렉션으로 꾸린 국립중앙박물관의 호랑이 그림전과 민속박물관의 호랑이나라

전시명 : 2022년 임인년 맞이 호랑이 그림Ⅰ
장 소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서화실
전시기간 : 2021.12.29-2022.5.1

전시명 : 호랑이 나라
장 소 :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2
전시기간 : 2021.12.22-2022.3.1
글/ 김진녕

박지원(1737-1805)의 소설 <호질>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범은 착하고도 성스러우며, 문채롭고도 싸움을 잘한다. 인자하고도 효성스러우며, 슬기롭고도 어질다. 엉큼스럽고 날래며, 세차고도 사납다. 그야말로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다.”

인간의 개입이 없는 상황에서 지구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호랑이가 용맹하고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다는 것은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착하고 효성스럽다’는 표현은 누군가의 ‘희망사항’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런 호랑이에 대한 묘사가 모두 들어맞는 그림이 있기는 하다. 한반도에서 18세기 이후 널리 퍼진 까치호랑이 그림을 보면 <호질>에서 적시한 호랑이에 대한 묘사와 거의 맞아 떨어진다.

임인년 壬寅年이 2022년 2월1일부터 시작된다. 설(음력 1월1일)이 그날이다. 마늘만큼이나 호랑이를 사랑하는 나라에서 호랑이해를 맞아 호랑이 그림전을 안할리가 없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호랑이 그림 전시를 시작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호랑이 그림I>(-5.1)전과 국립민속박물관의 <호랑이 나라>(-3.1)이 그것이다.


<호랑이 그림I>전은 지난해 4월 국박이 기증받은 이건희컬렉션의 두 번째 전시라고 볼 수도 있다. 전시장에 나온 18점의 작품 중 9건 11점이 이건희 기증품으로 꾸며진 전시다. 김홍도류의 <맹호도>(M번 67) 같은 소장품은 빠지고 까치호랑이풍의 정겨움과 유머스러움이 묻어나는 작품 위주로 골라 선보이고 있다.




전시된 작품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8폭짜리 병풍그림 <월하송림호족도>(19세기)다. 한 폭 마다 호랑이 한마리씩 그려넣은 이 작품은 국내에서 전하는 호랑이 그림 중 가장 큰 축에 속한다. 주최 측은 이 작품에 ‘달빛 아래 솔 숲 사이 호랑이들’이란 제목을 붙였다. 출림호도 풍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8마리의 범은 스펙타클하다. 3마리는 표범의 무늬를, 5마리는 호랑이 무늬를 하고 있다. 이중 표범 한마리는 세 마리의 새끼 표범과 어우러진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작품은 화가 권옥연(1923~2011)의 구장품으로 알려진 작품이었는데 작가의 사후 이건희 컬렉션으로 옮겨갔다가 다시 세상에 나왔다.

병풍화가 맹호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맞은 편에 전시된 4점의 호랑이 그림은 까치호랑이그림의 재미를 보여준다. 세 마리의 새끼와 네 마리의 까치에 둘러쌓인 호랑이를 그린 신재현의 <호작도>(19세기말-20세기 초), 눈동자와 입술에만 색채를 부여하거나 노란색의 줄무늬를 한 호작도는 각각이 명품으로 불릴만한 호작도다. 특히 블랙 팬서를 연상시키는 흑호를 그린 <호작도>(19세기)는 1980년대 말까지 에밀레미술관 소장품으로 도록에 실렸던 작품으로 오랜만에 전시장에서 실견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석 점의 산신도 중 한 점은 이건희 회장 기증품이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산신도의 포인트 역시 호랑이의 해탈한듯한 코믹한 표정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의 <호랑이 나라>전은 황성하(1887-`952)의 <맹호도>, 12지신상 중 호랑이신, 민화 호작도, 표피도, 목조각과 호랑이 무늬를 새긴 나전칠기류, 산신도와 올림픽 마스코트 등 현대의 호랑이 도상 활용사례와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유물 7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좁은 전시장에 대형 전광판과 회화 진열관을 붙여놔서 회화류를 감상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게 걸리지만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전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견할만하다.


전시를 보다보면 어쩔 수 없이 궁금해진다.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당연히 무서운 존재였다.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표현이 20세기까지 생활 속에 쓰였다. 1649년작 감로도(국박 소장품 번호 신수 2743)를 보면 화면 왼쪽 아래에 호랑이 밥으로 횡액을 당하는 상황이 중생의 대표적인 비명 횡사 사례로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18세기부터 호랑이를 공포의 대상에서 착한데다 유머스럽고 효성까지 있는 친근한 존재로 이미지가 세탁된 이유는 뭘까.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감로탱 중 '호환'



허균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은 ‘한국 민화 속의 호랑이’이라는 글에서 “화원 화가의 호도虎圖는 조선 중기부터 그려졌고, 민화 호랑이 그림은 그보다 늦은 19세기에 많이 제작되었다. 까치호랑이 그림(호작도)의 형식적 특징인 호랑이, 소나무, 까치가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는 것은 송호도松虎圖에 까치를 더해 민화화民畵化 된 것이 아니다. 원나라 시대부터 이미 까치호랑이 그림이 호랑이 그림의 한 화제로서 정형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호랑이와 까치의 결합 형식은 민화 고유의 것이라기보다는 문인 사대부가 향유했던 호랑이 그림이 또 다른 형식으로 전개, 완성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폈다.


“출산호도出山虎圖, 출림호도出林虎圖 등의 호랑이 그림은 유교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호랑이 자체는 지혜가 밝고 학덕이 높은 대인과 도덕적으로 완성된 군자의 상징형으로 그려진 것이라는 얘기다. 소나무 가지에 앉은 까치는 문채를 이룬 호랑이의 출현을 기뻐하는 경조驚鳥 아니면 희조喜鳥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한 묘책으로 이런 주제의식은 은일사상과 사대부상의 확립을 중요시했던 당대 사대부의 정신세계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까치호랑이그림 중에 새끼 여러 마리를 거느린 호랑이를 그린 것이 있다. 호랑이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그리려 한 것은 물론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비범한 인물이나 현자賢者는 태어날 때부터 가능성을 보인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사문유취》에 “호랑이와 표범 새끼는 털 무늬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미 소를 잡아먹을 기상이 있고, 홍곡의 새끼는 날개가 완전해지기 전에 이미 사해를 날아오를 마음이 있다. 현자가 태어날 때도 그러하다 虎豹之駒 未成文而有食牛之氣 鴻鵠之鷇 羽翼未全而有四海之心 賢者之生 亦然”고 했다.

이런 관념이 호랑이 가족 그림의 사상적 배경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유화儒畵 소재가 민화 쪽으로 넘어가면 자손번창이라는 세속적인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변화된다.”


19세기 이후 한반도의 호랑이는 인간과의 영토싸움에서 완전히 밀려났고 20세기 중반 완전히 멸종됐다. 이후 현실적인 위협의 존재에서 삭제된 호랑이는 더욱 귀엽고 친근한 존재로 변신했고, 88년에는 호돌이로, 2018년에는 수호랑이란 이름표를 달고 만인의 귀염둥이가 됐다.

글/ 김진녕 관리자
업데이트 2022.05.1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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