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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한양의 상징대로, 육조거리
전시기간 : 2021.11.16.(화) - 2022.03.27.(일)
전시장소 : 서울역사박물관
글/이강근(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서울역사박물관은 상설전시뿐 아니라 기획전시를 통해서도 서울이라는 도시공간 속에서 펼쳐진 도시의 역사를 다각도로 펼쳐 보여주는 전시를 개관 이후 20년 동안 계속해 왔다. 그동안 현대 서울의 형성 과정을 되짚어 본 전시를 열어 현대 서울의 삶과 도시의 관계를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한편, 서울의 뿌리이자 원형인 조선시대 한양을 되새김질할 수 있는 전시도 자주 열고 있다. 최근에는 청계천박물관, 한양도성박물관, 동대문역사관, 공평도시유적전시관 등 여러 분관이 건립되었고, 여기서는 한양도성, 청계천, 동대문과 수문, 시전행랑과 도시유적 등 장소로 특화된 기획전시가 연이어 열려 서울의 역사문화에 대한 심층적이고 미시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입구


‘육조거리’를 주제로 내건 이번 기획전시는 <서울 -하늘, 땅, 사람> 전(2002-2005)으로 시작되어 <다시 열린 개천 -청계천특별전〉(2003-2004), <흥선대원군과 운현궁 사람들>(2007년), <운현궁을 거닐다 -개관7주년기념특별전〉(2009), <광화문 년가 -시계를 되돌리다>(2009), <웃대 중인>(2010), <경희궁 -경희궁은 살아 있다>(2015-2016), <성균관과 반촌>(2019-2020), <18세기 서울의 일상 -유만주 일기의 세계>(2019), <한양을 지켜라 -삼군영 소속 한 군인 집안의 고군분투기>(2020-2021) 등으로 지속되어 온 전시 주제 즉 한양의 땅과 사람을 ‘육조거리’라는 장소에 한정하여 다루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입구


‘육조거리’라는 명칭은 ‘육조대로’ 즉 조선왕조의 핵심적인 정부기구인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의 관청이 모여 있는 큰길을 가리킨다. 물론 6조 이외에 의정부, 삼군부, 중추부, 사헌부, 기로소, 한성부 등의 관사가 함께 어우러져 조선이라는 나라의 정치와 행정과 사법을 좌우하던 자리이다. 임금과 왕실의 거처이자 국정을 결정하던 최고의 권력기반인 경복궁 남쪽 큰길이기도 해서 ‘광화문 앞길’이라고도 불렀는데, 대원군 집정기인 고종 초반에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새롭게 설치한 광화문 앞 월대와 해치상은 왕권과 육조의 신권을 가르는 표지로 구실을 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광화문을 경계로 궁궐의 안과 밖을 모두 보여주는 시각 자료들도 전시되었다. 


수선전도

전시 내용은 1. 육조거리, 2. 육조거리의 관청들, 3. 육조거리로 출근하는 사람들 등 세 부분으로 짜였고, 전시실 구성은 물론 이 차례에 맞추어져 있다. 먼저 첫 전시실은 육조거리의 장소적 특징을 폭넓게 보여주려는 의도로 「수선전도」를 비롯하여 「도성 대지도」, 「한양 도성도」 , 「한양도」 등은 물론 「궁중 행사도」, 「비변사 계회도」, 「친림 광화문내 근정전 정시시도」 같은 조선시대 회화 작품을 골고루 배치하여 한양 육조거리의 모습을 거시적으로 부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비변사계회도


김문기 형조 입안


이 가운데 「비변사 계회도」는 제작시기가 1550년(명종 5)이어서 경복궁을 비롯한 육조거리의 가장 오래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 전시실 맨 뒤에 펼쳐서 전시한 「김문기 형조 입안」이라는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는 형조에서 발급한 것으로 사육신 김문기(1399-1456)의 후손인 김태형 등이 1842년(헌종 8) 임금의 가마 앞에서 격쟁을 통해 요구한 내용이 담겨 있어서, 육조거리에서 행해진 극적인 행위를 떠올리게 하는 한편 이번 전시의 의도를 눈치 챌 수 있게 도와준다. 
여기에 현재의 서울 세종로와 19세기말 조선 한양의 육조거리를 겹친 그림으로 제작한 렌티큘러 작품을 첫 장면으로 제시한다거나, 천정에 매단 여러 대의 빔프로젝터로 벽과 바닥에 영상을 쏘아 영상 위를 걸어보게 한 시도는 최근의 전시 경향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지만, 과거를 현재로 소환하는 데 그리 효과적인 것 같지는 않다. 차라리 광화문 일대의 유적발굴조사로 드러난 유구와 유물을 벽면 한 쪽에만 소극적으로 전시하지  말고 좀 더 입체적으로 전시하였더라면, 육조거리의 땅 속 지층에서 역사적 층위를 읽어내고 조선의 물질문화가 시간을 따라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체감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호조에서 사용한 인장



호조 낭관 계회도

 

둘째, 육조거리의 관청을 주제로 한 전시는 의정부,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 사헌부, 기로소 등의 관서를 차례대로 다루되, 각 관서의 배치와 건물 구성을 보여주는 도형과 업무 내용을 담은 책자 원본과 현판, 법전, 관복, 신분증, 숙직기록 문서, 돈, 산통 등을 전시한 것은 물론 각 관청의 관원 모임 장면을 그린 계회도와 그들이 업무에 사용한 인장을 함께 전시하였다. 계회도 가운데 「호조 낭관 계회도」(1550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는 사료적 가치뿐 아니라 회화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아울러 창덕궁 어수당에서 열린 관원의 업무평가 장면을 담은 「무신 친정 계첩」(1728년 작)이나 관료로 활동한 평생의 업적을 인정받고 장수를 누리면서 기로소에 들어간 사람들을 임금이 방문한 장면을 그린 병풍인 「영조 을유 기로연 경현당 수작연 도병」(1765년 작)은 눈여겨 볼  만하다. 이러한 실물 자료를 통해 양반 관료들에 의지한 나라 운영의 실체를  물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기획자는 각 관서의 관제를 알기 쉽게 그린 그림까지 제시하여 교육적 효과를 높이려고 하였다. 
 


무신 친정 계첩


마지막 전시 공간에는 육조 관원의 출근과 복무를 실감나게 이해시키기 위하여 관복, 이동 수단인 가마 실물과 말 그림, 당직 규정을 새겨서 청사에 걸었던 현판, 상호간의 예절을 규정한 예식, 개인 일기, 같은 관서 소속 관원들의 모임 장면인 계회도, 퇴근길의 풍경을 상상하게 하는 금주령 관련 문서 등을 전시하였다. 벼슬길에 나서기 전에 운세를 점치기도 했던 「승경도」와 주사위인 윤목은 조선에서 관료사회로의 진출이라는 인생목표가 얼마나 절실한 것이었는지를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승경도 놀이



승경도 주사위[윤목]

이번 전시를 앞두고 발간된 도록에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사업의 의의를 부각하기 위하여 “되살아나는 육조거리”란 이름으로 육조거리의 옛 사진과 간략한 소개 글을 싣고 있다. 또 전시에 대한 학술적 이해를 돕기 위하여 학자 두 사람의 논고를 실었다. 전시를 보고 나서 육조거리의 과거사와 현대사를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발간한 『한양의 중심  육조거리』 (2020. 12), 김동욱, 『서울의 다섯 궁궐과 그 앞길』(도서출판 집, 2017), 이순우, 『광화문 육조앞길』(도서출판 하늘재, 2012) 등을 읽으면 좋을 것이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2.05.17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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