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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운과 색이 넘치는 한반도의 채색화 1500년을 펼친 <한국 채색화의 흐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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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도와 고려불화부터 20세기의 채색화까지 한 눈에 보다
-국립진주박물관과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공동 주최

전시명 : 한국 채색화의 흐름
전시기간 : 2022.3.22(화)~6.19(일)
전시장소 : 국립진주박물관 기획전시실 /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1.2전시실
글/ 김진녕

진주시와 국립진주박물관이 공동주최한 <한국 채색화의 흐름 : 참(眞) 색과 참 빛이 흐르는 고을(晉州)>전(3.22-6.19)이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국립진주박물관 소장품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박물관, 밀양시립박물관, 남원향토박물관,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금성문화재단, OCI미술관, 이영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 황창배미술공간과 작가 그리고 개인소장가의 협조로 70여 점이 출품됐다.



6세기 후반-7세기 초의 고구려 유적인 강서대묘에서 나온 사신도 벽화(1912년 현장 모사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와 공민왕의 <천산대렵도>(국박 소장품)부터 이숙자의 <군우- 얼룩소>(2016)와 원문자의 <새로운 시각의 사유공간5>(2019) 등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한반도의 채색화 역사 1500년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다. 전시는 진주국립박물관(진박)에서 진행되는 고화 파트와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근현대 파트로 나뉘어 열리고 있다.

먹의 농담을 이용해 그리는 것을 수묵화라고 부르고, 먹은 물론 색까지 올려서 그리는 것을 채색화라고 부른다. 조선 중기 이후 남아있는 옛그림 중 수묵화가 많기는 하지만 ‘5000년 역사’라고 부르는 한반도의 전체 문화 유산을 따져보면 회화에서 채색화의 지분은 압도적이다. 고구려 고분 벽화부터 고려 불화, 조선시대의 초상화와 불화, 18세기에 흥했던 병풍류의 궁중 장식화, 각종 모임이나 행사의 기록화가 한반도의 찬란했던 채색 문화의 유산이다. 다만 최근세사라고 할 수 있는 19세기 조선에서 남종화풍의 수묵화가 흥했고, 한일병탄으로 국권이 일본에 넘어갔던 36년 동안 흘러들어온 일본 근대 채색화의 영향으로 해방 뒤 채색화를 ‘왜색’으로 오해하기도 했지만 36년 때문에 그 이전, 적어도 1500년 문화 유산이 쌓여있는 채색화의 역사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유태 <호국>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공개된 고려불화 <기룡보살도>(개인 소장품)는 용을 타고 있는 보살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의 근현대 파트에 걸린 이유태의 <호국>(1956, 국현 소장품)을 비교 감상해보면 한반도의 채색화 전통이 풍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려나 조선에 이런 도상이 없었다면 일제강점기를 겪은 한국에서는 이게 ‘왜색’의 영향인지, 전통을 활용한 그림인지 판단하기 망설였을 수도 있다. 게다가 ‘용을 탄 보살’이란 주제로 너무도 유명한 그림이 일본에 있다. 일본 도쿄 국립근대미술관 東京國立近代美術館이 소장하고 있는 하라다 나오지로(原田直次郎)의 <기룡관음骑龙观音> (1890)이 그것이다.


(참고도판) 하라다 나오지로 <기룡관음> 1890, 유채, 272X183cm,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우리에게 남아있는 과거의 유물을 찾아보면 ‘용을 탄 초인’류의 도상은 이유태가 처음이 아니다. 1735년에 중건돼 보물 제1576호로 지정된 김천 직지사 대웅전은 많은 벽화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고 그 벽화 중에는 <기룡동자도>가 있다. 하늘을 나는 용 위에 말을 타듯 앉아있는 동자가 그려진 도상이다. 금강역사를 닮은 초인이 용을 타고 나는 모습을 그린 <호국>은 예배용 목적의 종교화는 아니다. 하지만 <호국>에 담긴 도상의 사용 예를 역사 속에서 찾다보면 직지사 벽화가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게다가 이번 <채색화의 흐름>전에 등장한 <기룡보살도>는 그런 도상의 근원이 훨씬 더 역사가 긴 고려불화에도 이미 등장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하라다 나오지로의 <기룡관음>에 대해 미술사학자 김정희는 <조선후기 직지사 대웅전 벽화의 도상과 특징>(2018)이란 논문에서 "일본 도쿄의 護国寺소장본으로 일본 근대미술관에 기탁돼 있는 이 작품은 독일에 유학했던 하라다가 유럽의 종교화와 일본의 관음보살도상을 참고하여 만든 것으로 전해오지만, 일본에는 이 작품보다 올라가는 기룡관음도상이 알려져 있지 않아 그가 어떻게 이 도상을 고안했는가는 알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경기감영도> 보물 제1394호



<책가도> 경기도박물관


고화 파트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조선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불리는 18세기의 산물인 대형 병풍화다. 이번 전시에는 18세기, 19세기 초반의 병풍화가 다수 등장해 조선의 화려한 채색 전통을 유감없이 부여주고 있다. 보물 제1394호인 <경기감영도>(삼성문화재단 리움 소장품)와 책가도의 투톱으로 꼽히는 이형록 도장이 그려진 <책가문방도 팔곡병>(개인소장품)과 장한종의 도장이 그려진 <책가도>(경기도박물관 소장품), <십장생도 십곡병>(18세기 후반, 개인 소장품), <호렵도>(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전 김홍도필 평안감사 향연도>(국박 소장품) 등 조선이 소박하고 흰옷만 입고 살던 나라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유물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특히 <일월오봉도>(1857, 개인 소장품)와 20세기 초반으로 추정되는 <일월부상도>는 절대권력인 왕의 상징으로 불리는 <일월오봉도>가 시간의 흐르고 조선의 왕권이 기울면서 ‘왕의 상징’에 민화적인 요소가 가미되며 민간의 장식화로 보급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미술도 결국 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을 한 눈에 보여주는 사례다.


안중식 <풍림정거도>



조석진 <미불배석도>

연대 순으로 펼쳐진 고화 파트의 마지막은 서화미술회를 통해 20세기의 화가를 키워낸 안중식의 <풍림정거도>(삼성문화재단 리움 소장품)와 조석진의 <미불배석도>(금성문화재단 소장품)이 자리하고 있다. 안중식과 조석진은 자리를 바꿔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근현대 파트와 연결고리다. 근현대 채색화 전시는 안중식과 조석진 등이 주도한 서화미술회에서 그림을 배운 김은호의 작품이 첫머리에 놓여있다. 김은호의 제자인 김기창, 장우성, 이유태 등과 그들의 화맥을 이은 박노수, 장운상, 화단 주류 인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화풍을 선보인 성재휴, 일본에서 새로운 흐름을 배워온 천경자와 박래현, 국전 여성시대를 연 오낭자, 이화자, 이숙자, 원문자 등과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한국화의 혁신을 일으킨 박생광과 황창배의 작품이 파노라마처럼 20세기 백 년 간의 한국 채색화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해 각광받았던 김기창이 해방 뒤 50년대부터 가장 열성적으로 현대서양화의 조류를 내재화시켜 채색의 현대화를 도모하고 1950-60년대 일본에서 성공한 일본화 스타일의 채색화 화가였던 박생광이 꾸준한 모색 끝에 1980년대에 기존의 섬세한 필치에서 벗어나 가장 한국적이고 강렬한 터치의 채색화를 선보인 것은 일제강점기가 불러온 ‘왜색’이라는 논란을 채색화 진영에서 도전적으로 극복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성자미술관에는 섬세한 세필의 인물화부터 일본식 근대 채색화의 영향을 받은 작품, 1950년대 서양의 표현주의 스타일을 도입한 작품, 1960-70년대 국전 양식이라고 불렸던 작품 등 한국 채색화 백 년의 시간이 걸려있다.

눈여겨 볼 부분은 생존 작가의 작품. 채색화의 세계를 심화시키고 각자의 방식으로 현대에 대응하고 있는 오태학, 오낭자, 이화자, 이숙자 등의 생존 작가는 최근에도 붓을 놓지 않고 각자의 세계를 심화시키고 있다. 석채를 활용해 벽화 같은 독특한 질감의 작품 세계를 펼쳐온 오태학 작가는 발병 이전의 90년대 작품과 발병 이후 신체적 핸디캡을 딛고 재기해서 그린 2000년대 작품을 함께 출품해 작품 세계의 변화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보리밭 작가’로 불리는 이숙자는 최근에는 보리알이 아닌 하늘거리는 수많은 보리수염이 만들어내는 환영 같은 공간감의 재현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전시엔 10년 전에 완성한 작품을 이런 양식으로 올해 개작한 작품을 선보여 작품 세계의 미묘한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꽃과 새라는 전통적인 화목畵目에 초지일관 집중해온 오낭자 작가는 실재의 꽃을 화면에 일대일로 재현하는 대신 보라색의 환영 같은 현대적인 화조도를 그리고 있다. 오 작가는 이번 전시에 80년대 작품 한 점, 90년대 작품 한 점, 2000년대 작품 한 점 등 세 점을 출품해 과거와 현재를 함께 살필 수 있다.

이화자 작가는 그의 여러 작품 세계 중 이번 전시에 채색 산수화와 종교적 모티브를 활용한 작품을 출품해 전통적인 종교화의 유산이 현대 채색화의 모티브로 재해석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현대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화자 작가가 최근 화폭에 담고 있는 세계는 반추상화된 풍경화를 통해 색면을 통한 공간경영의 모색이다.


원문자 <무제>

<정원>이란 화조도 작품으로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탄 원문자는 진작에 전통 화조도의 현대화에 눈을 돌렸다. 국전 수상 이후 전통적인 화조도 보다는 꽃과 새라는 요소를 추상화시키다가 최근에는 포토아트 기법을 도입해 완전한 추상세계로 들어갔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그의 작품 <새로운 시각의 사유공간5>(2019)가 그 산물이다.

한국의 채색화 작가들은 가장 오래된 장르에서는 가장 혁신적인 도전자의 인장이 깊이 새겨진다는 것을 지난 백 년 간 보여줬다. 20세기 초중반 김은호는 섬세한 필치에 화려한 색감으로 초상화 장르에 미인도라는 새로운 장르를 덧붙였고, 자신의 불안과 욕망을 채색화 필치를 통해 형상화시킨 <생태>(1951)를 통해 길상과 초상과 풍경에 머물던 한국화단에 ‘현대’가 왔음을 알린 천경자는 한국화의 혁신가였고, 1970년대에는 김기창이 바보산수를 통해 혁신을 보여줬고, 1980년대에는 박생광이, 1990년대에는 황창배가 ‘채색화’라는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전체 한국화의 혁신을 보여줬다는 것을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2.05.1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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