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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판, 아름다운 이름을 새겨 훌륭한 뜻을 함께 돌아보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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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궁중현판-조선의 이상을 걸다
전시기간: 2022.5.19.(목)~8.15(월)
전시장소: 국립고궁박물관
글/ 이강근(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집을 짓고 나서야 뜻을 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집을 짓고자 하는 뜻을 정하면 그 뜻을 담은 이름을 생각하게 마련이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기 전에 이름부터 짓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건물을 지은 뜻을 담은 이름을 드러내고 싶으면 좋은 글씨를 판에 새겨 두었다가 집이 완성된 다음 앞쪽 처마 아래나 집 안팎의 벽에 걸면 되는 것이다. 이름을 짓는 일, 붓에 먹을 묻혀 글씨를 쓰는 일, 글씨를 나무판에 옮겨 날카로운 칼로 멋지게 새기는 일, 테두리를 두르고 장식을 더하여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거는 일, 이 모든 절차가 좋은 집을 만드는 조건이었던 시절이 우리에게는 있었다.



글씨를 종이에 쓰고 나무나 돌에 새겨 온 역사와 아름다운 글씨체를 발전시켜 온 전통이 함께 하면서, 글씨를 새긴 액자를 높이 걸어두고 올려다보며 뜻을 곰곰이 생각하는 문화가 유지되어 온 것이다. 다만 한자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탓에 한글 현액(懸額)이나 한글 현판(懸板)의 발전을 위한 노력은 지금까지도 더디게 시도되고 있어서 아쉽다. 현액(懸額) 또는 현판(懸板)을 집의 높은 곳에 게시하는 것을 게판이라고 하는데, 조선시대에 신하들에게 직접 쓴 글씨를 주면서 판에 새겨 게판하라는 명령을 자주 내린 사람은 국왕 영조였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현판 가운데 이른바 영조의 어필 현판이 적지 않은 이유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어필과 어제를 떠받드는 태도가 신하들 사이에 퍼지면서 ‘열성어필’, ‘열성어제’라는 이름을 달아 책을 내고, 또 그것을 보관할 집을 궁궐 안에 따로 짓게 했던 것이다.





궁궐 안에 지은 건물은 물론이고 문에까지 액호(額號)를 단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얼마 전까지 안압지라는 이름으로 불러온 신라 동궁유적을 처음 지은 문무왕 19년(679) 8월에 처음으로 궁궐 안팎 여러 문에 액호를 정했다고 하므로 이때 이후로는 궁궐 문에 현액을 걸어 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궁중 현판’ 전시에서도 1900년 전후에 경운궁 문에 걸었던 ‘대안문(大安門)’과 ‘인화문(仁化門)’ 현판이 전시실 입구 안팎에 대표 유물로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지만, 문에 액호를 다는 풍습은 1,300여 년이 넘은 전통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는 건물의 액호를 새긴 현판은 융문루, 융무루, 양덕당, 계인문 정도만 선보였고, 전시 줄거리에 맞추어 다양한 내용의 현판들이 전시되었다. 전시실 입구에 놓여 있는 전시안내 소책자에는 전시를 “만들다, 담다, 걸다”라는 3개의 대주제로 나누고 각 대주제를 다시 몇 개의 소주제로 잘게 나누어 거기에 맞는 다양한 현판을 진열장 안 벽쪽에 높이 게시하고 주제를 보완할 만한 책과 화첩을 그 아래쪽에 함께 전시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두 번째 대주제인 ‘담다’에서는 ‘성군의 도리를 담다’, ‘효를 담다’, ‘백성을 위한 마음을 담다’, ‘신하와의 어울림을 담다’라는 4개의 소주제 아래 그동안 실물로 볼 수 없었던 현판들을 많이 등장시켜 관람객의 발길을 잡고 있다.  



  
그런데 현판에 새겨진 글의 내용은 임금에 의한 통치와 당시의 신분제적 지배질서를 성리학적으로 합리화한 충효(忠孝) 사상과 애민(愛民) 정신에 대한 것이어서, 궁궐건축과 궁중생활을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오늘날의 민주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전시실 입구 큰 방에 따로 마련해 놓은 “<동궐도> 위에 현판 만들기 놀이”는 그런 점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관람을 위한 적절한 장치로 여겨진다. 모든 연령층에 어울리는 전시를 마련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겠으나, 나이든 사람으로부터 좀 더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현판 내용을 번역해서 풀어쓴 해설문의 제시가 절실하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현판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분들은 다음의 참고문헌 목록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참고문헌]
『서울 600년 고궁의 현판』, 1994, 예술의 전당 전시도록.
『궁중현판』, 1999, 문화재청. 
『궁궐 현판의 이해』, 2006, 문화재청.
『궁궐 현판과 주련 1, 2, 3』, 2007, 문화재청, 수류산방.
『궁궐현판 고증조사』, 2015. 11, 문화재청.
『궁궐 현판의 이해Ⅰ』, 2020, 12, 국립고궁박물관.
『궁궐 현판의 이해Ⅱ』, 2021. 12, 국립고궁박물관.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2.12.04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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