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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이중섭에 대한 이건희 컬렉션의 깊이 -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이중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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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의 연대기를 작품으로 재현한 전시
-특정 작가에 대한 이건희컬렉션의 깊이를 보여주는 사례

전시명 : 국립현대미술관《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이중섭》전
전시기간 : 2022.8.12 ~ 2023.4.23
전시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글/ 김진녕

지난해 4월 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이 2만 3,000점을 국가에 기증했고, 이 기증품에는 ‘이건희컬렉션’이란 이름이 붙었다. 전용관을 짓는다 아니다 등 설왕설래가 정권교체기와 맞물리며 아직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증품의 일반 공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첫번째 전시로 국립중앙박물관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와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전이 나란히 시작됐고, 올 상반기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호랑이 그림 I, II>전이 이건희컬렉션 위주로 진행됐다. 또 지난 4월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주최하고 이건희컬렉션을 기증받은 전국 박물관/미술관이 함께 기증유물을 전시한 <어느 수집가의 초대>전이 열려 이건희컬렉션의 대략적인 면모가 어느 정도 일반에 공개되었다.


소와 여인, 1942, 종이에 연필, 41x29.1cm / 여인, 1942, 종이에 연필, 41.2x25.6cm

올해 하반기에도 이건희컬렉션은 여전히 한국 미술시장의 흥행카드다.

지난 8월20일 국현 서울관에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전이 열려 거리두기 관람 제한 상황이 풀렸음에도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고, 국현 과천관에서는 지난 9월21일부터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 -2023.2.26)이 열리고 있고, 오는 10월5일부터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이건희컬렉션 순회전인 <어느 수집가의 초대>전(-2023.1.29)이, 광주시립미술관에서는 <이건희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특별전>(- 11.27)까지 열리며 이건희컬렉션 전국 순회전의 서막을 연다.

 


가족과 첫눈, 1950년대 전반, 종이에 유채, 39x49.5cm

그동안의 이건희 컬렉션 전시가 방대한 컬렉션의 백화점식 소개에 치중했다면 국현 서울관에서 열리는 이중섭 전시는 이건희컬렉션의 깊이를 보여주는 첫번째 전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전시에는 이건희 회장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1,488점 중 이중섭의 작품 80 여 점과 기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0점을 더해 총 90여 점의 이중섭 작품만을 선보이는 자리다. 국현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에서 이중섭의 작품은 국내외 작가를 통틀어 유영국, 파블로 피카소에 이어 가장 많다고 한다. 이중섭(1916-1956)이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불행한 시기를 살다 간 화가로 남긴 작품 수가 결코 많다고 할 수 없고 남긴 작품도 은지화나 엽서화 등 당시 곤궁하게 살았던 화가의 사정을 반영하는 소품 비중이 높다. 이번 전시에도 은지화나 드로잉, 엽서화의 비중이 높다.

 



크게 1940년대와 1950년대 섹션으로 나뉘어진 전시장을 돌아보면 수장가였던 이건희 회장이 이중섭 화가의 대표작 뿐만 아니라 이중섭 작가 인생 전반을 추적할 수 있을 정도로 촘촘하게 작품을 모았던 것이 확인된다. 그래서 이미 이전 이건희컬렉션전에 출품됐던 이중섭의 대표작 황소류가 이번 전시에 나오지 않았어도 아쉽지 않게 느껴진다. 이중섭의 시그니처에 집중하는 전시가 아니라 이중섭의 유학시절부터 불행했던 한국전쟁 직후의 상황까지 ‘작가 이중섭’을 바라보게 하는 전시이기 때문이다.

이는 1980년대부터 본격화된 컬렉션을 본격화한 이건희 회장의 작품 수집이 1970년대까지 진행된 여타 한국 근현대 미술컬렉션과 차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건희컬렉션 이전의 한국 수장가가 대개는 김정희 이후 조선조 후기를 지배했던 문인화 담론에 의존해 진행된 컬렉션으로 겸재 이후의 서화류와 추사의 글씨, 신위의 대나 글씨, 청자 백자류에 집중했다면 이건희컬렉션은 이런 담론에서 더 나아가 20세기 후반의 한국미술사의 성과까지 담아낸 컬렉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회화사를 고려시대까지 끌어올린 고려불화, 18세기 영조 르네상스의 성과를 반영하는 채색 병풍화류와 장식화, 호랑이 그림 등의 민화류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을 넓혀 한국회화사의 서술이 조선조 양반계층이 여기로 즐기던 수묵화 담론을 넘어서는 데 일조했다.

이건희컬렉션은 20세기 초반부터 역사가 시작됐지만 해방 뒤까지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한국 서양화의 자산도 몇몇 작가에 국한해서는 작가론을 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작품을 모았다. 이건희컬렉션이 한국 근대미술사에 등장하는 특정 화가의 작품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깊이 있는 컬렉션으로까지 이행됐음을 보여주는 첫번째 사례로 국현은 이중섭을 꺼내들었다.

 



이번 전시 출품작 중에는 <닭과 병아리>(1950년대 전반)와 <물놀이 하는 아이들>(1950년대 전반)과 같이 이건희컬렉션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 2점 뿐만 아니라 1980년대 전시된 이후 오랜만에 공개되는 <춤추는 가족>(1950년대 전반)과 <손과 새들>(1950년대 전반) 2점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이중섭 소장품은 <부부>(1953)와 <투계>(1953) 등 11점의 기 소장에 더하여 104점의 이건희컬렉션 기증을 통해 총 115점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 그 중 90여 점이 나온 것이다. 특히 1940년대 제작된 엽서화 40점이 이건희 회장의 기증으로 국현 소장품이 되면서 이중섭의 한국전쟁 이전 모습을 유추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전시에는 36점의 엽서화가 출품됐다. 또 국현에 석 점 밖에 없던 은지화도 이건희 회장의 기증을 통해 모두 30점으로 늘어났고 이번 전시에는 27점이 출품되었다.

 


아버지와 두 아들, 1950년대 전반, 종이에 유채, 30x41cm

주최측은 크게 1940년대와 1950년대로 전시 구성을 구분했다.

1940년대는 이중섭이 일본 유학 시기부터 원산에 머무를 당시 작업한 연필화와 엽서화를, 1950년대는 제주도, 통영, 서울, 대구에서 그린 전성기의 작품 및 은지화, 편지화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중섭은 1936년 일본 도쿄 교외에 위치한 제국미술학교에 입학하며 유학 생활을 시작했고, 이듬해 도쿄 문화학원으로 옮겨 1941년까지 수학했다. 이 시기 자유미술가협회전에 <서 있는 소>(1940), <소묘>(1941), <망월>(1943) 등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러나 1950년 한국 전쟁으로 인해 월남하게 되면서 작품 대부분을 원산에 두고 온 것으로 전해진다. 1940년대 주요 작품으로 문화학원에서 만나 훗날 부부가 되는 연인 야마모토 마사코(한국 이름 이남덕)에게 1940년부터 1943년까지 보낸 엽서화를 비롯하여 여인상과 소년상을 그린 연필화 등이 전시된다. 여인상은 〈소와 여인〉(1942), 〈여인〉(1942)으로 《제7회 미술창작가협회전》에 출품한 작품이다. 〈소년〉(1942-1945)과 〈세 사람〉(1942-1945)은 이중섭이 1945년 10월에 열린 《해방기념미술전람회》에 출품하기 위해 원산에서 가져왔으나 시일이 늦어 출품하지 못했다고 알려진 작품이다. 여인상 2점은 이건희컬렉션의 기증으로 국현 소장품이 됐고, 소년상 2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최한《이중섭, 백년의 신화》 이후 2017년 국현이 소장한 작품이다.

이중섭은 1950년 부산으로 월남한 뒤 1956년 사망하기 전까지 제주도, 통영, 대구, 서울 등지를 옮겨 다니며 작업을 지속했다. 공예가 유강열의 초청을 받아 옮겨간 통영에서 1953년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머물며 소 연작 등 대표작을 제작했고, 미도파백화점 화랑에서 열린 <이중섭 작품전>(1955)을 앞두고는 매일 작품을 그려낼 만큼 열성적이었다. 이때의 왕성했던 창작력은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1950년대 주요 작품으로 새와 닭, 소, 아이들, 가족을 그린 회화 작품과 더불어 출판미술, 은지화, 편지화, 말년에 그린 풍경화 등이 전시장에 나와있다. 〈투계〉(1955), 〈춤추는 가족〉(1950년대 전반),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1950년대) 등이 그것이다.



이건희컬렉션에서 이중섭보다 많은 작품 수를 점유한 작가는 피카소와 유영국이다. 피카소 작품의 대다수는 도자화이고 현재 국현 과천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고미술쪽에서도 10월 초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열리는 광주판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오랫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조선 전기 이전의 회화 작품인 <궁중숭불도>와 보물 제593호 이상좌불화첩이 전시장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유물 모두 이건희컬렉션의 기증 이후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 공개되는 것으로 조선 전기 또는 그 이전의 한국 회화사를 채워주는 귀중한 유물이다. 이번 가을은 서울 또는 과천, 광주에서 이건희컬렉션을 찾아볼 만한 계절이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2.12.0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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