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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궤 귀환 10년의 성과,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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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영상으로 보는 조선시대 왕실 행사의 기록

전시명 :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전시기간 : 2022.11.1 ~ 2023.3.19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글/ 김진녕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외규장각 의궤의 귀환 10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 23.3.19)가 열리고 있다. 외규장각 의궤 297책과 의궤의 기록을 뒷받침하는 각종 유물 등 460여 점이 선보이고 있다. 주최측에서 “지난 10년 간 축적된 외규장각 의궤 연구 성과를 대중적인 시선으로 풀어냈다”고 소개하고 있다.


장렬왕후존숭도감의궤-외규63

국정 운영을 기록한 <조선왕조실록>같은 세계사에서 드문 방대한 기록을 남긴 조선은 '기록의 나라'로 불린다. 조선왕조실록은 사건을 말로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나 왕실의 중요한 행사(의례)는 글로만 기록하기엔 한계가 있다. 행사 참여자나 식순 같은 것은 글로 가능하지만 상차림이나 제사 그릇의 모양, 행사참여자의 옷차림과 순서, 왕과 왕비의 관에 붙이는 그림 등은 말로 설명이 곤란한 부분이 많다. 요즘처럼 사진과 비디오가 있다면 후대에 다시 행사를 열 때 참고가 가능하겠지만 조선시대에는 영상 기록장치가 없던 시기다. 왕의 모든 것을 기록하던 조선의 시스템은 이걸 사진찍듯 그림으로 그려 기록으로 남겼다. 왕실 제도실(도화서)의 애초 존재 이유도 이게 가장 컸을 것이다. 물론 왕실 치장용 그림을 그리는 기능도 있지만 공적인 부분에서 이런 역할을 했기에 벼슬 자리를 줬고 국가 시험을 치르며 화원을 선발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최측에선 ”외규장각 의궤 297책에서 도설이 포함된 의궤는 172책(60%)이다. 그중 대략 70%에 해당하는 115책이 왕실 장례식과 관련된 의례다. 기간이 길고 복잡한 장례를 차질없이 치르기 위해서 명확하고 상세한 규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만큼 도설도 많이 수록하였던 것”이라고 밝혔다.


효종국장도감의궤(상)-외규19


왕세자 책봉식, 왕의 장례식, 생일 잔치 등 왕실 행사를 사진찍듯 행사 장면을 하나하나 그려넣고 행렬의 모습이나 제사장 차림과 행사 참여자의 옷차림까지 컬러로 그려넣은 뒤 그 중에 단 1부는 최상급 재료를 들이고 조선 최고의 화가와 장인이 참여하여 정성스럽게 엮고 장황粧䌙한 어람용 의궤를 왕에게 올렸다. 정조는 이 귀한 책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1782년 2월 강화도에 일종의 왕실도서관인 외규장각을 세워 어람용 의궤를 포함한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하게 했다.

이 어람용 의궤는 한때 이땅에서 사라졌다가 1975년 ‘재발견’된다. 그것도 프랑스에서.

외규장각 의궤의 ‘발견’은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박병선 박사(1928-2011)의 공이 크다. 발견하면서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프랑스로 유학을 간 박병선은 1967년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됐고 1975년 프랑스 국립도서관 베르사유 별관 창고에서 의궤 297권을 발견했다. 외규장각 의궤는 1866년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를 점령한 프랑스군이 약탈해갔다. 그때 강화도에 상륙한 프랑스군이 외규장각을 불태워 5000권 이상의 책이 불타서 없어졌고 300권의 책을 가져갔다는 기록이 있지만 반환받은 것은 297권이다. 남은 3권 중 1권은 영국 국립도서관, 2권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남아있다. 이들 세 권은 다른 경로로 구매한 기록이 있어 돌려받지 못했다. 영국 국립도서관에 남아있는 한 권이 이번 전시에 복원품으로 등장한 <기사진표리진찬의궤(己巳進表裏進饌儀軌)>다. <기사진표리진찬의궤>는 이번 전시의 주요 재료로 쓰이고 있어 아쉬움이 더 크기도 하다.


기사진표리진찬의궤 복원제작


전시장 입구 정면을 미디어 파사드로 꾸미고 전시장 들머리를 도서관 서가처럼 꾸민 전시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의 ‘왕의 책, 외규장각 의궤‘에서는 왕이 보던 어람보고용 의궤가 가진 의미와 형식을 조명하고있다. 왕이 보던(어람용) 의궤와 뒷날 왕실 행사의 실무를 맡을 관료가 보는 의궤(분상용)의 장정을 달리한 것을 실물로 확인할 수 있다. 어람용 의궤는 노색의 비단에 놋쇠 장식 등 조선식 도서 장정의 화려함을 보여주고 있다. 장례식 등 복잡한 행사장면을 담은 그림이나 제사용 그릇과 왕과 왕비의 관을 꾸미는 사수도 등의 도판이 실려있어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이라도 조선 후기 왕실 행사의 모습을 원형 그대로 재현하게 할 수 있을 정도다.


전시장


2부 ‘예禮로서 구현하는 바른 정치‘에서는 의궤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의례儀禮로 구현한 조선의 ‘예치禮治‘가 담고 있는 품격의 통치철학을 유물로 보여주고 있다. 왕세자를 정하는 책례 관련 기록물(문효세자책례계병, 책병 죽책 등), 왕의 초상인 어진과 관련된 김은호의 세조 초상 초본 등이 선보이고 있다.


문효세자책례도감의궤-외규211


3부 ‘질서 속의 조화‘는 각자가 역할에 맞는 예를 갖춤으로써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조선이 추구한 이상적인 사회를 다루고 있다. 주최측이 꺼내 든 예시 카드는 <기사진표리진찬의궤>에 기록된 기사년(1809)의 왕실잔치 의례다.

기사년의 왕실잔치는 기사년(1809) 음력 1월22일 창경궁 경춘전에서 20세의 젊은 왕 순조(재위 1800-1834)가 할머니 혜경궁(사도세자의 부인)을 위해 마련한 행사다. 기사년이 혜경궁이 사도세자의 세자빈이 되어 궁궐로 들어온지 6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를 기념하여 순조는 혜경궁의 장수를 기원하며 새옷감을 진상(진표리進表裏)하는 행사를 열었고, 한달 뒤인 음력 2월27일에는 혜경궁과 왕, 왕비 등 왕실 가족이 모여 축하잔치(진찬進饌)를 열었다. 그리고 이 두 개의 행사과정을 사진찍듯 기록한 기록물이 <기사진표리진찬의궤>를 만들었다. 이런 행사를 할 때 후대에 참조하라고 만든 것이다.

기사년의 진표리 행사에서 왕이 할머니에게 선물한 옷감은 조선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급이었을 것이고, 진찬에 동원된 상차림과 무용수, 악사와 악기는 19세기 전반 조선 왕실이 동원할 수 있는 최고의 자원을 동원했을 것이라 이 의궤에 그려진 행사 모습은 조선 19세기 전반의 소비 문화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모란도 병풍-분관8165


일례로 진표리 장면을 그린 그림 <진표리도進表裏圖>에는 모란도 병풍이 등장한다. 진표리도에서 헤경궁의 자리는 전각 안에 마련되어 있고 그의 뒤에는 모란이 만개한 병풍이 보인다. 왕이 70이 넘은 신하에게 선물하던 행사를 담은 <사궤장첩>에서 보이던 의자가 보이고 그 뒤의 모란병풍은 여덟 폭 전체를 하나로 연결해 꽃송이를 커다랗게 그린 게 보인다. 왕실 행사에 모란도 병풍이 치장용으로 쓰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모란의 크기가 현전하는 모란병풍과 조금 다르다. 현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모란 꽃 송이를 커다랗게 확대해서 그린 게 눈에 띄고, 모란과 괴석이 함께 등장하지 않는다.

주최측에선 국박 소장의 <모란도 병풍 牡丹圖屛>(본관8165)을 가져다 놓고 화병용 용준 모사품에 의례용 조화(준화樽花)를 꽂아 실물을 재현하고 행사에 참여한 여령(女伶, 전문 예인藝人으로 의례 중에 행사의 진행을 돕던 사람)의 복식을 의궤 기록을 토대로 색감과 형태까지 재현해 전시했고, 국립국악원에서 복원한 것으로 보이는 전통 악기도 전시했다.


복원품 중에는 영국에 있는 <기사진표리진찬의궤>가 돋보인다. 한지에 컬러 그림, 녹색 비단과 놋쇠 장식으로 실물과 최대한 가깝게 복원한 것을 관람객이 손으로 넘겨보면서 의궤를 경험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그 바로 옆 방에는 너비 10m의 대형 화면에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한 그날의 잔치 <진찬의 3D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

외규장각 의궤를 재발견하고 고국으로 돌아오는데 큰 역할을 한 박병선 박사는 2011년 5월 의궤가 국내로 돌아온 뒤 그해 11월 23일 작고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박병선 박사를 기리기 위해 11주기인 11월 21일부터 일주일간 무료로 전시장을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10년 간 외규장각 의궤 297책의 해제와 원문, 반차도, 도설 등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외규장각의궤 DB를 구축했고 외규장각 의궤 학술총서 총 6권을 발간했고 일반인의 접근이 가능하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2.12.04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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