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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녕의 사람, 예술] 뮤직 비디오로도 활동 반경을 넓힌 박광수 작가의 숲 속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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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밴드 ‘혁오’의 뮤직 비디오 작업을 통해 신작 발표한 박광수 작가
-유투브라는 매체를 활용한 순수미술과 대중음악의 협업 실험
글/ 김진녕

국내 대중음악 장르에서 재미있는 이벤트가 생겼다. 밴드 혁오가 발표한 신곡 <톰보이>의 뮤직비디오를 박광수 작가가 애니메이션으로 작업한 것. 박 작가는 밴드 혁오를 위해 완전히 다른 세계를 선보인 게 아니라 자신의 기존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작품을 만들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밴드 혁오의 신곡 뮤직 비디오이기도 하지만 작가 박광수의 신작이기도 하다. 음악이나 미술 어느 한쪽의 요구조건에 맞춰주는 주문형 작업이 아닌 협업이란 점에서, 현대미술 작가의 작업을 갤러리를 찾아오는 소수의 관람객이 아닌 대중 미디어(유투브)를 통해서 광범위하게 노출시킨다는 점에서 이번 <톰보이> 뮤직비디오 작업은 주목할만한 실험이기도 하다.


박광수(b.1984) 작가는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의 난지창작스튜디오 11기 입주 작가로 활동 중이고 지난해 5월 두산갤러리에서 ‘삼키기 힘든’전에 참가했고 12월에는 아라리오갤러리의 ‘직관의 풍경’전에 참여했다. 현재는 갤러리 플래닛에서 열리고 있는 3인전 ‘메모리 트릴로지’(~5월 17일)에 참여하고 있고 오는 10월 두산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최근 선보이는 작업은 <톰보이>의 애니메이션에서도 확인되는 검은 선으로 이루어진 숲 시리즈다. 그의 검은 덤불 숲 속엔 소년이 들어있다. 그 소년은 길을 잃어 당황한 것 같기도 하고, 검은 숲에 매혹당한 것 같기도 하다. 
박 작가가 그 소년일까. 박 작가의 입을 통해 검은 숲과 신작 애니메이션(톰보이 뮤직비디오)에 대해 들어보자.
  
-작품 속에서 소년의 검은 숲 탐험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작품 속에 어느 부분은 유머러스하고 어떤 부분은 무섭고, 슬픈 부분도 있고 다양한 분위기가 공존한다. 하나의 정서를 다룬 것은 아니다. 사실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이 소년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어디를 찾아가는 것일 수도 있고, 중간 중간 둘러보는 것일 수도, 정말 길을 잃은 것일 수도 있다. 작품 속에서 그가 목적지가 있어서 가는 길이라고 못박지는 않았다. 목적지가 있어도 가는 도중에 많은 사건을 만날 수도 있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게 중요하다기 보다 그가숲을 거닐고 헤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람객이 계속 추측하며 그림을 봐줬으면 좋겠다.
 
-그림 속의 소년이 작가인가.
나는 그릴 때, 막연한 어떤 인물이 당하는 상황, 그 인물이 겪는 풍경을 그리고 싶었다. 나로 볼 수도 있고 익명의 인물일 수도 있다.
 
-아라리오에서 선보였던 <곤충 컬렉션>은 자화상 아닌가.
그 그림은 ‘내가 이런 식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란 자기 소개 같은 작품이다. 곤충 표본을 보기도 했고, 머릿속 상상의 곤충과 곤충의 형태 같은 선과 점을 그리기도 했다. 벌레를 멀리서 보면 점같아 보이고, 가까이서 보면 형태가 드러나지 않나. 동물과 식물의 중간단계가 곤충이 아닐까란 생각을 가끔 한다. 내가 일상에서 대상을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발견해서 작업하는 과정, 대상과 그림의 크기에 대한 고민, 구상과 추상, 상상과 현실, 이런 관심과 고민이 그림에 드러나길 원했고 화면에 그린 점과 선이 뒤엉켜 만들어내는 모습이 곤충을 채집하는 행위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림 속엔 완전한 형체를 가진 곤충도 있고 어느 한부분만 그려진 곤충도 있고, 선 하나만으로 표현된 곤충도 있다.
 


Deep Sleep Deep, 2016, 캔버스에 아크릴, 163x112cm

-‘숲 속’ 탐구가 이어지는 이유는 뭔가.
자연을 마주했을 때 놀라움 같은 게 있다. 숲이라는 공간은 그 우거진 선과 점 사이에서 내가 서있을 때, 아름답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공간이다. 나한테는 그런 공간이다. 또 내 그림이 선과 점을 위주로 그려지다 보니, 형식 적으로 적합한 공간이 숲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은 선이 숲의 외형이 되고, 나무의 윤곽이 되기도 하고, 바람이 되기도 하고, 선의 역할이 계속 변화하는 것을 보게 된다. 선으로 숲이라는 공간을 표현할 때, 아름답고 수상한 감정이 들고 그게 형식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나에게 맞는 것 같아서 계속 그리게 된다.
 
-숲을 자주 가나?
자주 가는 편이다. 울창한 숲도 가지만 작은 공원에 있는 숲에도 간다. 공원의 숲은 정해진 길이 있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보면 포장되지 않은 길이 나온다. 그런 길은 발에 밟히는 촉감도 다르다. 안정적이지 않고 이상한 걸 밟으면 어쩌나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반면에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하다. 이상한 풍경 속 사건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그 포장되지 않은 길로 가야하고, 거기에 일상적인 공간보다 이야기가 많다.
내 그림 속의 숲은 내가 상상하는 숲(공간)과 내가 본 숲(공간)이 얽혀있다. 그걸 그릴 때 직접 촬영한 사진도 참고하긴 하지만 똑같이 모사하지 않는다. 사진은 숲을 상기시키는 매개일 뿐이다. 정확하게 숲이나 나무를 재현하려는 의도도 없다. 기억이나 상상 같은 게 같이 섞여 있는 게 내 그림이다. ‘이 풍경을 볼 때 바람이 많이 불었지’, ‘그때 무서웠던 기억이 떠올랐었지’, 이런 느낌이 그림 속으로 분위기처럼 따라 들어가 표현된다.
 
-산을 많이 접해봤나.
강원도 철원에서 고등학교까지 살았다. 산이나 평야라는 환경에 익숙하다. 어릴 때 산에서 길을 잃어 헤맨 기억도 있다. 산은 시간 때마다 틀리다. 대낮에 산에서 길을 잃는 것은 밤의 공원보다 무섭게 다가온다.
 
-선으로 이뤄진 숲을 그리기 위해 도구를 직접 만든다고 하던데.
나는 미술을 좋아하기 전부터, 상상하고, 이야기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일종의 메모장 같은 드로잉 북을 들고 다니면서 ‘상상’을 기록하는데 초점을 맞춰 검은 잉크 펜만 가지고 그림을 그렸다. 그것을 그림으로 크게 그렸을 때, 전달되는 이야기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겠다 싶어서 그림을 키운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그림을 키우다 보니 펜으로 그렸을 때의 선의 정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붓이 아닌 다른 ‘도구’가 필요했다. 스펀지를 얇게 잘라서 나무막대에 끼운 도구를 만들었다. 큰 그림에 쓰인 스펀지 펜의 선의 느낌이 작은 종이 위에 볼펜으로 그은 선의 느낌과 비슷하다. 스펀지 펜은 얇은 펜의 선의 정서를 유지하되 굵기가 확대된 선을 그어 내기 위한 도구이다. 요즘은 붓도 사용하기는 하지만. 굵은 선은 기본적으로 이 스펀지 펜으로 그린다. 이 스펀지 펜으로 표현하는 막대기같은 선을 얽기설기 겹치게 그리는 재미가 있다. 스펀지 펜도 이제는 그것 나름의 독특한 표현법이 생겼다.
 


검은 숲 속, 2015, 캔버스에 아크릴, 100x70cm(each)



-평면 작업과 동영상 작업이 차이가 있나.
나는 매체만 다를뿐 같은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애니메이션은 걷는다거나 불에 타는 상황이라던가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고 평면 작업은 풍경이나 분위기 자체를 표현하는 데 더 방점이 찍혀 있다. 평면 작업과 애니메이션 작업을 선택할 때 기준은, 예를 들면 정물을 옮기고 있는 사람의 이미지나 이야기가 떠오르면 ‘평면이 좋을까, 애니가 좋을까’ 따져본다. ‘옮긴다’는 행위가 중요하면 정지된 평면보다는 움직임 표현이 잘사는 애니메이션으로 정하는 식이다. 어떤 명확한 기준은 없다. 작업에 걸리는 시간은 대개 애니메이션이 더 길다. 그려야 하는 양이 많으니까. 이번 뮤직 비디오 작업은 지금껏 작업했던 어떤 애니메이션 작업보다 오래 걸렸다. 1년 정도 걸렸다. 순수하게 그려내는 작업하는 시간 뿐 아니라 장면을 붙이고 자르고 검토하는 편집에 걸리는 과정도 길었다.
 
-동영상 작업은 언제부터 했나.
2011년부터 움직이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내겐 대상이 움직이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같은 형태를 여러번 그리는 시기가 있었다. 그때 움직임이 재미있어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게 됐다.
 
-<톰보이 뮤직비디오>는 어떻게 진행된 것인가.
노상호라는 작가와 오혁이라는 가수가 만들어낸 이야기와 함께 혁오 밴드의 ‘톰보이’음악을 들으며 시작했다. 노 작가가 혁오의 이번 앨범 아트디렉터고 이전부터 혁오의 앨범 커버를 만들기도 했었다.
노 작가는 비슷한 또래로 서로의 전시에 오고 가며 알게 되었다. 아라리오 전시회 때는 같이 참여하기도 했다. 노 작가와 혁오쪽에서 ‘함께 작업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줘서 참여하게 됐다. ‘사냥을 못하는 사냥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밴드의 노래와 가사를 들으면서 이별과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했다. 그 이야기와 음악이 나의 작업과도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었고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았다. 뮤직 비디오에 등장한 이미지와 드로잉들은 아주 새로운 작업이라기보다 기존에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의 연장선에 있는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톰보이>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
숲 속에 모닥불 하나가 타오르고 연기가 난다. 얼마 후 연기는 불에서 떨어져 나와 그를 떠나가고 숲에 남겨진 불은 연기를 그리워하며 천천히 춤을 춘다. 불이 추는 춤은 숲을 조금씩 태
우고 자신을 분열시키며 수많은 불을 만들어 간다. 이 뮤직비디오는 불과 연기가 등장하는 이별과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불은 이별에 처한 뒤섞인 감정과 격한 몸짓들 그리고 연소 되어가는 사랑과 젊음의 은유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걸 보는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편하게 해석하고 봤으면 좋겠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17.05.2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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