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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계雜담]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변해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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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8일, 최열, 정준모, 조은정, 김진녕, 윤철규

윤철규(이하 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해 첫 모임인데, 오늘은 새해를 맞아 우리 미술계가 어떻게 잘 돌아갈 수 있을지 건설적이고 희망찬 이야기를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 방향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시급한 것부터 차례로 얘기를 풀어가 볼까요?

정준모(이하 정)  연말에 미국 서부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일고여덟 곳 다녀오면서 느낀 건데... 미국이라는 연합 국가가 어떻게 보면 우리보다는 크지만 작은 나라 50여 곳이 모여 유지되고 있는 거잖아요. 여기에서 미술관과 박물관의 역할이 이런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최근에 미국 내에 멕시코나 남미에 관한 전람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트럼프 이후에 백인 중산층 지향이 된 미국이지만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국가적 통합을 위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어쨌든 한 국가의 지탱을 위해 국민들을 결집하고 하나의 가치관으로 통합하려는, 다양성을 다루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중남미 미술 전시를 많이 보여주면서 히스패닉계가 미국 사회에 더욱 더 잘 편입되고 소속되도록 하는 것 등 말이죠.

  LA 쪽이 히스패닉 인구가 많고 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도 많은 지역이었죠. 미국적인 가치나 통합을 위해서 라틴 아메리카 미술 문화를 조명한다, 원인 결과를 떠나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일본과 중국이 사드나 위안부 문제 등 최근에 사이가 더 안 좋은데 외교적 차원의 일 말고 일반 시민들이 이웃 나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의 소개를 통해 시각을 넓히는 여지를 만들어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조은정(이하 조) 미국 내 라틴 미술에 대한 관심은 몇 년 전부터 있어 온 현상이긴 해요. 순수 미술적 측면에서의 관심이라고 할까, 트럼프 이전에도 그쪽 연구자나 전시 기금 등도 생기고....다민족 사회 안에서의 정치적 역학관계로도 볼 수 있지만 미술시장에서의 가능성 또는 포스트모더니즘 심화 과정 중에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구요.

미술관 박물관, 그 존재의 이유

  적어도 미술관, 박물관이 국가적 단위에서 고민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근대적 박물관이 초기에 어떤 목적으로 출발했는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개인적 관점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너무 원칙 이전에 응용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미국은 많은 주요 미술관이 사립인데, 민간에서 국민통합 같은 일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 국가가 주도해버리면 왠지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고 할 거 같은데, 그렇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역할분담이 된 느낌이 커요. 아메리칸 퍼스트? 백인 중산층 말고 히스패닉도 모두 아메리칸이다, 직접적으로 주장하지 않고 이슬비에 옷 젖듯 국민을 유도하는 것이죠. 우리 미술관 박물관은 거의 국립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사립이 잘 될 수 있는 방향도 고민해야 하고.

최열(이하 최)  미술관, 박물관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이야기를 먼저 해야 될 거 같네요. 정권이 바뀐지 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뭐가 달라졌는지 느낄 수가 없어요. 문예진흥위원회를 새로 구성하는 것들이 중요한 때가 아니라 새 정부의 문화 기조가 굉장히 중요한데, 그것을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죠. 들리는 이야기로는 크게는 기존의 것을 지속해나가는 모양입니다. 어제 신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1987 영화를 관람하고 블랙리스트 예술인들과 식사를 했다는 보도가 났던데, 그 중에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얘기를 한 듯합니다. 문체부는 대통령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고 했으면 정말로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죠. 진보든 보수든 너무 많은 간섭이 있어 왔는데 이제 손을 떼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한류에 숟가락 얹지 말고 기초 분야에 지원할 생각을 해야 해요. 대폭 수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미술로 좁혀서 본다면 화랑이나 사립미술관 이벤트에 직접 지원하는 일, 외국 아트페어에 출품하라고 돈을 주는 일 등은 그만두어야 됩니다. 그러면 어디에 지원을 집중해야 할까요. 제가 아는 한은 기본적으로 국공립미술관의 조직과 예산을 강력하게 지원해야 합니다. 국립 미술관 작품수집 예산 현재 50~60억을 연간 1000억 정도로 늘리는 것만으로도 미술계 인프라가 어마어마하게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행정직이 아니라 학예 인력을 대폭 확장하고 정상화하고 교육하고. 훌륭한 전시 프로그램 만들고 연구하게 하면 됩니다. 문체부 기본 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합니다. 간섭 말고. 

김진녕(이하 김)  미국 내에서 히스패닉계 인구가 아프리카계 인구를 앞지르게 될 거라고 하죠. 히스패닉 애니메이션 “코코”가 성공하기도 하는 등 최근의 바람이 있지만 1990년대 중반 리키마틴 이후 히스패닉 붐은 20여 년간 진행된 상황이라고 봅니다. 사회지형도나 인구 구성에 따라 시스템이 대응하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고,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세대간 갈등이나 다문화 사회로 깊숙이 진화되면서 생기는 문제들이 심화될 것이고, 단시간 안에 이렇게 다양한 민족 섞이는 거 한국역사에 없던 일인데, ‘차별하지 말자’ 같은 캠페인 말고 학계나 문화계, 엔터테인먼트, 다양한 곳에서 대응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미술관에서 문체부에서는 이런 사회적 급격한 변화와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하고 있나요. 최근에 본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역사를 몸으로 쓰다’나 미국 독립영화감독 필름 아카이브 전 같은 경우도 이런 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느껴졌어요. 수입품의 전시가 아니고 현재 대중문화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 영향을 끼친 할리우드 영화라든가, 80-90년대 한국 독립영화 아카이빙이라든가 1987 주변 사회상의 변화나 내부 자산의 기록 같은 전시는 왜 없을까.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그동안 없었나,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가 같은 생각이 따라붙게 되죠. 두 전시 모두 우리 사회에서 농축되어 나온 것을 펼쳐놓은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웠어요. 학예사들이 정치적으로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것, 이런 것들이 당장 필요한 일인 듯 싶어요.

  10여 년 전에 비해서 국립 미술관 학예직들이 장기간 해외 연수 기회가 없어졌어요. 현재 남아 있는 고참 학예사들은 혜택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계약직으로 학예직을 채워서 그런 기회를 얻기 더 어렵고.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국가가 대표를 지명하고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양대 기관인데, 이 둘이 모범적이고 이상적인 활동을 하면 지방 미술관 박물관이나 사립 뮤지엄들도 그걸 보고 따라할 수 있는 롤 모델이 될 수 있죠. 

  문체부가 조직 개편되면서 조직이 조금 슬림해지고 미술관과 박물관이 문화기반과로 소속되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문화기반과가 지역문화정책관 소속으로 들어갔어요. 문화정책관 안에 들어가도 부족할 판인데. 또,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이 함께 들어가야 맞는데 세 과를 유지시켜야 국장급 자리가 하나 생기니까 억지로 쪼개었는지 도서관정책기획단은 따로 있구요. 외국에서는 세 기관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고 그래야 맞는 거죠. 문화기반과가 문화기반 시설을 관리한다면 도서관도 포함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은 현대사회에서 재교육 내지는 사회통합 기능을 하는 기관들이죠. 그러한 전제로 나누었다기 보다는 외형적 기능과 수행 업무로 나눈 셈이죠. 원칙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그런 기본 기능을 염두에 두고 정부조직 개편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간섭 안 하고 지원’하려면? 사업에서 손 떼야

  지원하되 간섭을 하지 말라, 이에 대해 한 마디 더 하자면, 문체부가 외형적 사업에 지원하지 않으면 된다고 봅니다. 인력과 예산에 지원하고, ‘이 사업해라’라면서 지원하지 말라는 거죠. 어떤 문화예술 기관에 연간 100억원의 지원을 한다고 하면, 무슨 무슨 사업을 하는지 따져서 사업마다 지원하고 말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관 내에서 충실하게 다양한 논의를 통해 예산을 세워 사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차후의 일이고. 지금 문체부는 ‘사업단’을 통해 자신의 사업을 하고 있어요. 산하에 예술경영지원센터, 문화예술진흥원과 갖은 사업단을 만들어서 문체부 사무관이 지휘, 감독, 통제합니다.

  문체부는 정책만 수립하지 사업은 안한다고 얘기하는데, 과업지시서 토씨까지 사무관들이 살펴보는 것이 사실이죠.

  모든 회의에 참여하고...

  지금은 개발 시대가 아니고, 더 이상 관이 민을 이끌어가야 하는 때가 아니니까요. 관이 이끌어서는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성을 얻을 수 없죠. 

  초현대에 들어서는 사회지만 정책이나 문체부 쪽 태도는 근대의 계몽주의적 지도편달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죠. 문화라는 것은 다양하고 그걸로 먹고 살 수 있는 게 사실인데, 문화의 외형이 만만해서인지 누구나 이끌 수 있다고 착각하는 듯해요. 지난 정부에서도 그래서 만만한 대상이 되었을 텐데, 지난 정부의 일들이 적폐였다고 생각한다면 문화에 대한 태도를 다르게 가야겠죠.

최  문체부가 일이 진행되는 모든 일에서 지휘, 감독, 임면권을 가지지 않도록 해야 해요. 문화 관련 법령들을 보면 문체부가 지휘 감독한다는 내용이 빠지지 않아요. 체육도, 평창 올림픽도 후원한다고 하는 일이지만 관료들이 실핏줄처럼 내려가 모든 일들을 지시하고 있어요. 

  관장 아닌 미술관 내부 인사도 미술관의 의견이 그다지 결정적이지 못하고 중앙인사위원회의 손에 넘어가고..... 정말 필요한 인재는 내부에서 알지 외부에서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복잡한 전공 분야를 잘 알기 어려운데 말이죠. 

  그나마 박물관은 차관급 기관장이어서 자율권이 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장 직급을 높이자는 청원을 먼저 해야겠네요(웃음).

  지금 문체부가 뭐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문체부 장관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야 되는 것도 아닌데, 일년이 지나도록 눈에 띄는 일은 없고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만 붙잡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들고. 그것도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문화가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면 패러다임을 제시할 일을 찾아봐야죠. 적어도 백서를 발표한다든가.

  6일자 중앙일보 양성희 논설위원 칼럼에 동의해요. 문체부가 연말에 발표한 문화정책들이 개발시대 경제개발 5개년과 완전히 같은 모습입니다. 개발독재시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그 칼럼의 논조가 우리가 계속 해 왔던 이야기들과 같던데요. 한국에 문화예술진흥법 생기고 진흥원 생긴 이후로 정부에서 문화예술진흥한다고 쓴 돈이 얼마고 그 결과는 무엇인지. 점검이라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재정 지원 어느 분야 어떻게 얼마나 했고, 실제 어떤 효과가 있었고, 정말 국민들이 느끼는 문화적 혜택이 어느 정도인가. 자부심을 느낄 부분이 있는가. 해온 일을 반성하면 앞으로 할 일이 보이겠죠. 

  정부가 간섭 안 한 곳에서 오히려 새로운 동력이 생기는 거 같아요. 한류도 그렇고(웃음). 

  이미 될 만한 곳에 숟가락을 얹지는 말아아죠. 그리고 경제적으로 지원하고자 하지만 말고 제도적 지원이면 되는 부분도 많으니 그렇게 유도해 나갔으면 해요.

  올해 기업 회장들 신년사를 보니 공통적으로 ‘과거를 잊어라. 세상이 바뀌었다’더군요. 서든 데스.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하나뿐인 국립 미술관의 정규직 학예사는 20% 뿐

  시급한 곳이 국립현대미술관입니다. 문체부와 행정안전부가 미술관을 틀어쥐면서 인력 구조를 파탄시켰어요. 전체 직원 2~300여 명 중 100명 남짓의 학예직 중에 정규 학예인력이 20명 뿐이에요. 학예직 중 정규직 비율이 20퍼센트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법인화 논의를 한다는 핑계를 대는 10년 동안 하나뿐인 국립 미술관이 망가졌어요. 이런 결과를 낳은 책임을 물어 누군가는 이것을 징계해야 됩니다.  

  법인화를 하든 부속기관을 확실히 하든 둘 중에 하나를 추진해야 하는데 가운데서 샌드위치 된 셈이죠. 

  미술관 전문 인력들은 공무원이라는 내부자들에 대해 국외자로 취급받는 느낌입니다. 전문적 학예직들을 몇 개월짜리 외부자로 만들어 놓고 감시 견제하는 대상을 만들었어요.

  학예직 내부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관계도 굴종적이에요. 개인적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정규직 학예사들과 친하지만, 비정규직 학예사들의 입장을 옆에서 보면 재계약을 위해 버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새정부가 정규직을 많이 만드는 것을 정책 목표로 한다는데, 인천공항만 하지 말고. 정부기관부터 좀 정상화해야겠네요.

  15년 전 일본 국립박물관 세 곳을 독립행정법인으로 분리시키고 나서 5년 뒤에 우리나라에서도 법인화를 시키자는 제안이 나왔었어요. 중앙 통제할 생각을 놓지 않는 정부에서 국립 미술관을 법인화할 생각은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대외용 구실은 걷어치우고 소속 기관으로 유지하면서 제대로 운영을 하는 게 낫죠. 현재 상태 그대로 법인화 되면 버티기 힘들 겁니다. 미국이나 일본과는 환경이 다르니까요. 

  고갈되어가고 있는 문예진흥기금에 대한 대책도 없고... 정부 쪽에서 문화적 이해도와 예술에 대한 생각이 시대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단 하나 있는 국립 미술관에 걸맞는 기획 전시가 지난 10여 년 동안 얼마나 이뤄졌는지만 따져봐도 정상적인 운영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기획전이라고 나오는 것 중에는 대형 화랑에서 잘 팔리는 작가의 개인전을, 그것도 회고전도 아니고 유행하는 근작 중심으로 한다든가, 20세기 현대 한국미술사에서 중요한지에 대한 검증 없이 생뚱맞은 생존 작가의 기증전을 한다든가 하는 것 등... 국민의 세금을 써서 해야되는 전시인가 싶은 것들이 올라오고, 오히려 작고한 거의 모든 주요 작가의 회고전은 찾아볼 수가 없어요. 덕수궁에서 한 몇 가지 감동적인 전시들 외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정체성을 규명해야 할 때인 듯 싶습니다. 전시를 통해서.

  기본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걸려 있는 로드가 심합니다. 올해 청주관이 문 열게 되면 어떤 성격으로 갈지.... 수장고 외에 전시시설도 꽤 커요. 문체부 철학이 과연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덕수궁 미술관은 근대를 표방하고 있는데 과천관과 서울관은 특징이 모호해졌죠. 과천관은 본관답게 근현대 미술의 본령을 다루는 전시를 하고 서울관은 약간 대중적이고 교육적인, 핫한 이슈, 글로벌한 것들로 역할 분담 했었는데 다 섞여버렸어요. 한 관장 한 학예실장 밑에서 움직이면서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각 관마다 관장을 따로 두고 서로 관람객수, 언론노출도, 기부금 확보 등 경쟁시켜서 색깔도 보다 확실히 했으면 좋겠고, 그런 면이 이번 문화부 조직개편에서 검토되었어야 했는데 아쉽습니다.

심사정 특별전은 왜 볼 수가 없나

  국립 박물관도 특별기획전 공간에서 대형으로 가는 전시는 모두 서양에서 들여온 것들인데, 이 전시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적어도 국립 박물관이면 공동체의 역사성을 다루는 주요 테마를 끊임없이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너무 약해요. 1-2년 정도 준비해서 19세기 이전의 중요한 테마들, 소재들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보여주어 시민들에게 교육 기회를 넓혀야죠. 박물관의 3대 책무 중 하나가 교육이니까요. 유성룡-이순신 전시. 강세황, 추사 특별전 같은 것이 상설관 안쪽의 작은 공간에서 조금씩 있었고, 2016년의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전 같은 좋은 전시가 너무 적어요. 심사정, 김윤겸, 조영석 개인전 같은 것들 왜 안하나요. 

  근대도 그렇고 현대도 그렇고 중요한 것은 한 작가를 충분히 보여주는 것이에요. 요약본 같은 것 말고. 강세황 300주년일 때도 간송에서 기념전을 한다고 국박에서는 쬐그맣게 했을 뿐이었어요. 도록도 작게 내고. 근대도 유영국, 이중섭 외에는 안 했는데 앞으로 조명해야 할 화가들이 많죠. 

  오히려 사립 미술관인 호림에서 근대전 한 것이 흥미로웠죠. 무산되긴 했지만 리움에서 김환기와 서예전 하려고 했었던 것 등도 기대가 되었었고.

  사립미술관 박물관은 또 나름의 문제가 심각해요. 특별한 몇몇 미술관 말고는 문제가 많습니다. 

  사립미술관 박물관들이 이제 20-30년 되어가는 곳들이 생겨나는데, 그간 육성 지원을 위해 재산세를 유예해주었었거든요. 닫아야 하는 미술관들이 생겨나면서 이들 유예했던 재산세를 받는다면 어떻게 되어야 할지 문제가 생겨날 겁니다. 

  자연사 단계에 들어선 조그마한 사설 박물관들의 운명에 대해 짚어봐야 합니다. 2대, 3대에 걸쳐 개인박물관 운영하도록 해 줄 건지 국유화 해야하는지 등.

  김종영미술관, 보화각, 호암미술관 등은 사립미술관 등록 같은 것은 하지 않고 국가에서 받는 혜택 없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며 고맙게도 국민들에게 공개해주는 곳이지만, 모 미술관의 경우는 부동산에 대한 혜택은 혜택대로 다 누리면서 다음 세대로 쉽게 상속되는 모습이 보여서 눈살이 찌푸려지죠. 이러다 뮤지엄 재벌이 나올 판인데, 그런 것들이 선례로 남기 전에 법적으로든 행정적으로든 조치가 필요한 듯합니다. 

  세금 문제도 있고, 사립미술관은 다음에 자세히 이야기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잡담’답게 이리저리 왔다갔다 이야기를 하게 되었네요. 다수의 계약직 학예사로 굴러가는 하나뿐인 국립 미술관, 심사정 특별전 하나 제대로 열지 않는 국립 박물관, 몇 십년간 문화예술에 쏟아 부은 재정에 대한 평가 없이 시대가 바뀌었는데 여전히 갖은 사업을 벌여 성과만 쫓는 문화부. 쓴 소리지만 계속 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을 것 같아 어쩔 수 없네요. 지금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십년 후에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좀더 관심을 기울이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 같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SmartK 관리자
업데이트 2018.06.2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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