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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양한 삶의 모습과 표현, 만발한 ‘이야기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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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2017
전시기간: 2017년 4월 22일 – 2017년 5월 28일
전시장소: 광주 경기도자박물관, 이천 세라피아, 여주 도자세상
글: 김세린(공예 평론가)

인간의 삶에는 다양성이 존재한다. 문화와 사회가 영향을 미치지만 생과 사 그리고 일상은 공통적이다. 이렇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삶의 줄기 안에서 인간은 자신대로의 생을 풀어나간다. 인간의 삶에 다양성이 존재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다양한 삶의 유형은 인간의 삶을 표현하고 또 살아가기 위해 필요해 만들어쓴 공예품에도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공예에 표현된 삶의 군상과 이야기가 시공간을 초월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의 大주제는 ‘서사_삶을 노래하다’이다. 주제로 알 수 있듯이 이번 비엔날레는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있다. 여느 베스트셀러 소설이나 동화보다 인간의 삶은 다채롭다. 그런 삶속 이야기와 그 실제를 보여주는 여러 작품이 소개의 중심을 이룬다.

광주, 기억_삶을 돌아보다

이번 역시 광주, 이천, 여주 세 지역으로 나뉘어 각각의 세부 주제를 가지고 개최됐다. 광주 경기도자박물관의 주제는 ‘기억_삶을 돌아보다’이다. 전시는 말 그대로 ‘기억’, 오랜 옛날 아득한 과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시에는 삶의 여러 이야기를 소재로 한 현대작가의 작품과 함께 과거의 유물도 소개됐다. 

한 쪽에는 옛 선인들의 삶속에 등장했던 각종 도용이, 다른 한 쪽에는 현대적 삶을 상징하는 문양과 형태를 담은 작품이 함께 놓여있다. 이런 인상적인 공존은 과거와 현재의 삶을 비교해 보게 하고 또 시대 속에 공존했던 문화와 생활 방식 그리고 작품에 담긴 각기 다른 함의를 한 자리에서 느끼게 해준다.


<공물(제사상)> 중국 명 16-17세기 일본 아이치현도자미술관 소장


<감시탑> 중국 명 16-17세기 일본 아이치현도자미술관 소장

 
윤지용 2-17


<인물 토우> 신라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최지만 <21세기 토우 붙은 항아리> 2017

'기억_삶을 돌아보다’ 전의 중심에는 시간을 따라가는 ‘이야기’가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채롭게 전개된 인간의 삶을 시간이라는 큰 줄기를 따라 조망하고 이를 표현한 작품을 통해 구체적인 일상과 시대의 표상을 들여다본 것이다. 

상표와 문양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표상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공감과 호응을 통해 완성된 것이다. 전시는 특별한 것처럼 여겨졌던 표상까지 삶의 이야기 속에 끌어들임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모두 담은 이야기의 줄기를 완성한다. 한편으로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주변국 작품까지 함께 전시해 공간을 초월한 이야기를 담기 위한 노력도 보여주고 있다.

이천, 기록_삶을 말하다

얇은 종이가 켜켜이 쌓인 모습은 흙을 만나 두텁고 둔중한 질감과 양감을 갖는다. 종이에 쓰인 글자는 굵은 음각선으로 완성된다. 이천 세라피아에서 열리고 있는 ‘기록_삶을 말하다’ 전의 입구에는 두꺼운 책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책은 인간의 다양한 생각과 삶의 기록이다. 전시실 입구에 책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배치해 현대 공예가 가진 기록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미와 큐세츠 <히미코의 서> 1992

이 전시의 중심은 현재이다. 현역 작가들이 풀어내는 이야기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고 개성이 넘친다. 그 속에서 보여주는 서로 다른 구조와 조형은 삶에 대한 작가의 개성적 시선과 관점을 엿볼 수 있다. 자연, 시간의 사용, 자유, 물질에 대한 관찰 등. 작품속에 드러난 모든 모티프는 참여작가 개개인의 삶에서 중요시되는 서로 다른 가치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미시마 키미요 <코카콜라 박스> 1978

작품에 담긴 이야기는 ‘기록’으로 간주된다. 성경을 포함해 여러 이야기를 담은 책, 즉 기록물을 모티브로 표현한 작품을 ‘서사의 시작’으로, 그리고 흔히 접하는 도예 작품의 자유로운 조형을 통해 삶을 풀어낸 작품을 ‘오늘의 서사’로 구분한다.

전시는 이런 ‘구분’을 통해 통상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 인쇄물, 기록물 등’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보여주고, 이후에 현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작품의 양상을 보여줌으로써 이 모든 것들이 결국 인간의 삶을 표현한 ‘기록’이자 ‘이야기’임을 말해주고 있다.


신이철 <라키바움 no92> 2017


디에고로메로 <인류세의 여성> 2015

현재의 삶에 담긴 이야기를 종이에 써서 전달하는 것은 분명 ‘기록’이다. ‘기록(記錄)’은 국어사전에서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떠한 사실을 적음’이라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기록의 수단에 대한 제한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가 선인들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흔히 접하는 문헌(文獻)은 글로 남긴 기록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들의 삶을 보기 위해 문헌만 찾지는 않는다. 광주 전시에 나온 도용처럼 그들이 평소에 사용한 공예품에서 조각, 회화까지 두루 살펴본다. 이들 역시 표현 매개는 다르지만 글로 적은 기록과 맥을 같이한다.

전시 구분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인식하는 기록의 시작, 글로 적은 기록물 즉 ‘서사의 시작’과 함께 기록에는 당시 사람들의 삶이 공예나 회화를 통해 표현된 ‘오늘의 서사’도 공존한다. 전시는 삶을 담은 여러 개성 넘치는 작품을 통해 이러한 오늘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여주, 기념_ 삶을 기리다

삶에서 가끔은 특별하게 기억되는 일들이 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학교를 졸업했을 때처럼 삶에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일들. 그리고 뉴스에서 본 불행한 사고나 기쁜 일. 올해 대통령 탄핵처럼 특별히 어떤 정치적 노선이 없이도 강렬하게 기억되는 사회적 이슈들 등도 그렇다. 

사람들은 이런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예부터 다양한 행동을 보였다. 일기를 쓰고 비석을 만들어 기리기도 한다. 무덤이나 조각을 조성하고 골호(骨壺)를 만드는 것도 자신만의, 또는 사회의 특별한 기억을 간직하기 위한 삶의 풍경이다. 여주 도자세상의 ‘기념_삶을 기리다’는 도자에 표현된 인간 삶에 존재하는 이런 면모를 조망케 해주는 기회이다.

다양한 출품작은 작가의 삶 속에 특별했던 기억을 담고 있다. 특히 항아리(壺) 형태에 ‘기억을 담고 있다’는 모티브를 표현한 것들은 다른 것보다 이채를 띤다. 이 테마로 다양한 기억의 편린을 보여주는 항아리들이 소개돼 있다.


송준규 <골호> 2017


리따이롱 <영혼의 귀속> 2016

전시에는 삶의 군상만큼 다양한 기억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되짚어보며 평범함 속에서도 많은 특이함과 순간순간의 기억이 담겨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 기억과 이야기는 온전히 자신이 겪은 자신만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사회의 구성원 이상 사회에서 일어난 여러 일도 기억의 편린속에 자리한다.

세월호 사고처럼 직접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함께 가슴 아파했던 기억, 정치, 사회 뉴스와 이슈를 통해 느낀 희열과 분노 등. 사회 구성원으로 경험한 이 모든 일들도 자신의 일상 속에 특별한 기억이 된다. 결국 그 기억들은 삶 속의 굵은 줄기가 되며 삶의 이야기를 엮는 중심점이자 변곡점이 된다. 작품 역시 개인의 이야기로만 이뤄지지 않았다. 작가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겪은 기억도 모티브가 된다.


이용필 <지인> 2017

인간의 기억.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그 기억 역시 삶의 이야기의 일부이다. 기억을 기억하기 위해 행하는 모든 일은 그를 잊지 않고 간직하기 위해서이다. 전집처럼 여러 권으로 구성되는 삶의 이야기 속에서도 마치 ‘특별판’이나 ‘애장판’처럼 간직하고픈 욕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행위 역시 앞의 두 전시와 마찬가지로 삶을 풀어가는 인간의 한 방법이다. ‘기념_삶을 기리다’에는 삶을 이야기하는 이런 모습이 담겨있다.

이천 세라피아에서는 공모전 수상작 소개와 함께 작은 전시 ‘팩토리(Factory)’전을 통해 작품 제작 과정을 보여준다. 2015년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공모전의 대상수상자인 니일 브라운스워드의 꽃성형 작업과 영국 웨지우드 도자기의 석고몰드 제작 및 주물장을 지냈던 제임스 아담스의 작업은 삶을 표현한 도자기 제작과 그 완성 과정을 직접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제임스 아담스의 석고 몰드 작업 (Factory: 2017년 5월 14일까지)

2017년 경기도자비엔날레는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각 소주제로 나누어 관람객에게 전달했다. 기존에 색, 기법, 표현에 중점을 둔 전시에 비해 작품 안의 다양한 함의를 느끼며 동시에 선인들의 삶과 현재의 삶을 함께 반추하고, 도자조형 뿐만 아닌 내재된 의미를 직접적으로 제시된 주제를 통해 되짚어 볼 수 있게 한다.

공예에는 기술과 조형만이 전부는 아니다. 사용하는 사람의 여러 이야기와 쓰임도 함께 존재한다. 기술과 조형이란 그와 같은 삶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도구라 할 수 있다. 이번 테마와 소개 작품은 공예의 조형적 세계와 표현 기법 외에 그에 내재된 인간의 삶과 이야기도 간과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17.10.2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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