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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의 공간에 현재의 공예가 놓인 자연스러운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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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제목: 공예의 자리展
전시 기간: 2017. 6.6 – 7.30
전시 장소: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글: 김세린(공예 평론가)

공예품은 항상 공간과 함께 한다. 오롯이 작가 작품이 소개되는 개인전이나 공모전 전시는 전시장이라는 공간과 함께 하고 일상에 놓인 공예품은 생활의 공간과 함께 한다. 그 외에도 공예는 다양한 공간에서 폭 넓은 쓰임과 정체성을 발하며 인간의 삶을 투영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수공예가 강인한 생명력을 보이는 이유는 여기에도 있다.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의 <공예의 자리>는 공예가 공예로서 숨 쉬는 공간 그 자체에 주목한 전시이다. 전시는 억지스럽게 ‘공예품가 이런 장소에 어울리고 쓰인다’는 말하지 않는다. 대신 남서울미술관이라는 공간와 그 분위기가 공예품과 함께 어우러져 있음을 보여준다.

공예품이란 지금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캡션과 함께 전시돼 관람객에 소개되지만 과거는 전혀 달랐다. 궁궐이든 관청이든 가게든 집이든 살아있는 공간에서 실용, 장식, 의례 등의 각종 용도에 따라 놓이고 쓰였다. 
공예에 있어 인간의 공간이란 당연히 공예와 함께 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공예의 자리>는 공예의 이러한 특성을 테마로 삼은 전시라 할 수 있다.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전경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은 903년 완성된 건물로 벨기에 영사관으로 쓰였던 곳이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 건물로 벽돌과 석재가 두루 사용돼 당시 유행하던 신고전주의 양식을 보여준다. 내부 장식이나 계단 곡선은 대한제국기의 대표적인 서양식 건물인 덕수궁 석조전과도 비슷한 인상이다. 전시는 이런 모습의 건물 1층과 2층이 활용됐다.


1층 전시모습. 장응복 <부채테이블>(2013), 차승언 <골드 인동초문에 리처드>(2017), 이수경 <번역된 도자기>(2011)

전시품은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으로 도자, 금속, 섬유 등의 분야가 총망라됐다. 개중에는 설치와 융합된 작품도 여럿 있다. 눈에 띠는 점은 좌대 같은 디스플레이를 위한 설치물 외에는 가벽이나 판 등 인위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것이다. 대신 건물 자체의 벽돌, 나무, 조각, 창과 창틀, 조명 따위가 그대로 작품과 나란히 전시 요소로 등장했다. 마치 옛 영사관 건물에 그들이 놓여있었던 것처럼 연출됐다.


창가에 놓인 권순형의 <선율>(2002)과 <자연, 역동>(2000)


데비한 <개념의 전쟁> 2001-2002

원래부터 있던 창을 통해 햇살이 옛 모습 그대로 들어오고 영사관 시절부터 천장에 달려 있던 등도 예처럼 실내를 은은하게 밝히고 있다. 그 아래에서 작품들은 인공 전시조명이 아니라 과거 영사관 사람들을 비친 그 빛 아래서 하루 내내 달라지는 날씨에 따른 모습을 보여준다. 


홍영인 <스틸 라이프 퍼레이드> 2015


정경연 <무제04-설치> 2004

소개된 소장품은 현대를 대표하는 공예품이다. 조형적 요소는 물론 작가의 이야기가 반영된 것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창가 바로 앞에 놓인 도자기나 벽난로 위에 걸린 섬유 작업 등 적재적소에 배치된 작품들은 100년 전에 지어져 과거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공간과 이질감이나 거리감을 찾아볼 수 없다. 

생각해보면 벨기에 영사관이던 시절에도 복도의 끝에는 장식물이 놓였을 것이다. 벽난로 위 역시 무언가가 놓여 있거나 걸려 있었을 것이다. 또 응접실 한 가운데에는 테이블에는 의자 외에도 창가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일했던 사람이 썼던 종이, 만년필 등 다양한 문방구가 있었을 것이다.

100년 전 사람들이 떠난 뒤 남은 공간에 현재의 공예작품이 놓인 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전시는 ‘자리’의 의미 그리고 인간의 삶을 포함해 공예에서 ‘공간’의 의미를 자연스러우면서도 세심한 언어로 보여준다.   

현대인들은 공간을 꾸미는 일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집을 꾸미기 위한 아이템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쓴다. 생활공간을 편리하면서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욕망은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유용성에 더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런 욕망은 공예 발달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리고 삶의 공간과 공예가 뗄 레야 뗄 수 없는 유기적인 관계를 말해주기도 한다.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조명이 아니라 과거의 의미가 부각되는 색다른 공간에 병치된 현대 공예는 공간과 공예의 조응 관계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17.10.22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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