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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편지 47] 글씨를 쓸 때는 비움 속 조화가 중요하네

 『완당전집』 제4권 「여김군[與金君, 奭準]」 네 번째 편지의 일부이다.
 글씨를 쓸 때 허화(虛和, 비움 속 조화)가 중요하며 악착(齷齪, 집착)에서 벗어나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편지 오른쪽에 [怡堂所藏]이라는 소장인이 있는데, 김석준에게 보낸 편지를 이당 조면호가 소장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당 조면호에게 보낸 편지인데 『완당전집』에서 잘못 편집한 것인지 추후 세심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近見作書者, 皆不能虛和, 輒多齷齪之意, 殊無進境, 可歎.
 此書之最可示+貴者, 卽在虛龢處, 此非人力可到, 必具一種天品乃能. 正如法備氣到, 一境差欠, 而漸次精進, 自有不欲行, 而直詣透骨徹底處耳.
 來紙姑此留之, 諒存也.

 요즘 사람들이 쓴 글씨들을 보면 모두 허화(虛和, 비움 속에 조화)하지 못하고 악착(齷齪, 집착)의 면이 강해 발전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안타까운 일일세.
 이 글씨에서 가장 귀하게 여겨지는 점은 바로 허화에 있으니 이는 인력으로 이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남다른 천품을 타고나야만 가능한 일일세. 마치 법이 구비되고 기(氣)가 닿은 뒤, 한 경지가 조금 부족해도 앞을 향해 점차 나아가면 나아가려 하지 않아도 곧장 골수 깊은 곳까지 나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일세.
 보내준 종이는 우선 여기 두려하니 양해 바라네.
업데이트 2024.03.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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