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마법사에게 지팡이가 있다면 한국의 도사에겐 접이식 부채-접선 혹은 접첩선이 있었다. ‘도사란 무엇이냐’ 말만 하기보다 촤라락 펼치고 접는 데서 생기는 권위가 있었던 것. 도사 말고도 양반들의 필수품이던 이 부채는 접이식 구조로 휴대의 용이성이 높고, 손목의 가벼운 스냅만으로 시원한 바람을 불러일으키...
마음만 먹으면(그리고 경제적 뒷받침만 있다면) 알프스든 사하라든 어떤 스펙터클도 내 눈에 담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아름답고 신비하다는 ‘금강산 일만이천봉’만은 한국인에게는 특히 가장 먼 곳이다. 우리에겐 겸재 정선이나 단원 김홍도의 그림이 더 익숙할 따름으로 그 정도의 시각 정보와 빈약한 상상력만...
2012년 11월, 일본 혼슈 야마나시(山梨)현 고후(甲府)시(市) 손타이지(尊躰寺)에서 고려 공민왕 때(1359년) 제작된 아미타삼존도가 발견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비단에 금으로만 그린 고려불화가 없었기에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까지 제작시기가 분명한 고려불화는 12점뿐이었고 모두 1300~135...
오징어는 왜 오징어처럼 생기고, 사람은 왜 사람처럼 생기게 되었을까. 같은 지구상의 생명이지만 어느 한 시점에서 시작된 돌이킬 수 없는 진화는 계속 진행됐고 오징어와 사람은 절대 서로 섞일 수 없는 생명체가 됐다. 오래 전 떨어진 대륙에서 서로가 섞이거나 마주치는 일 없이 살다가, 눈과 뇌와 손의...
얼핏 보면 어쩌다 하게 된 체험학습에서 어린 학생들이 만든 머그잔 같은 소박한 도기들. 대부분 낯설지 않은 모양새의 이 컵들이 알고 보니 천 오백년 세월을 파손되지 않고 견뎌낸 어마어마한 분들이다. 완벽하지 않은 형태에 큰 재주를 가미하지 않았지만 현대적인 미감도 가득하다. 고졸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
김세종, 『나는 朝鮮民畵 천재 화가를 찾았다』 아트북스, 2022조선 말기, 이런 그림을 그린 화가는 도대체 누구일까. 책거리나 화조도 민화를 보면서 도대체 이 그림을 그린 익명의 화가가 어떤 사람들일지 궁금해한 적이 꽤 있다. 어떤 집안 출신일까, 어떻게 그림을 접하고 교육을 받은 사람일까, ...
송향선 『미술품 감정과 위작』 아트북스, 2022.10“이 그림은 가짜입니다.” 척 보고 진위를 구별해 내는 미술 감정 전문가는 현대에선 있을 수 없다. 범행 현장을 척 보고 범행을 유추해 내는 셜록 홈즈가 현실에 없듯이.실제로 유통되었던 위작 미술품을 밝혀낸 과정을 속속들이 볼 수 있다니, 범행 현장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