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익숙하지 않은 구성의 이 그림은 김홍도의 것이다. 왼쪽 아래에 서호사(西湖寫)라고 관서를 했는데, 이 그림이 그의 젊은 시절의 작품임을 말해준다. 이 그림의 위쪽에는 뭔가가 적혀 있는데, 서호사, 표암평(豹菴評)이라고 되어 있어 표암 강세황의 평가의 글임을 알 수 있다. 18세기 조선의 문화예술계에...
변상벽(1726?-1775)의 닭 그림을 보니 삼복을 무사히 넘긴 토종닭 가족이 이렇게 어디엔가 있겠거니 싶다. 검은 토종닭 암수 두 마리와 흰 암탉 한 마리, 얼룩무늬 병아리들이 풀밭에서 한가하게 노니는 장면이다. 소장처에서는 ‘암수 닭이 병아리를 거느리다’라는 의미로 라는 이름을 붙였다. 변상벽 종...
수레를 멈추고 단풍이 물든 숲을 바라보는 고사가 있다. 이 제재는 '풍림정거楓林停車'로, 당나라 때 시인 두목(杜牧, 803~853)의 시 의 한 장면이다. 停車坐愛楓林晚 수레를 세우고 잠시 늦가을 단풍 숲 사랑하니霜葉紅於二月花 서리 맞은 잎 한봄의 꽃보다 더 붉네많은 한국 화가들 이 시가 불러일으키는 ...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된 『경이물훼敬而勿毁』라는 이름의 화첩은 의령 남씨 집안의 가전화첩 모사본으로, 1767년에 제작된 것이지만 원래 그림은 15세기 초부터 18세기까지 의령 남씨 중 훌륭한 조상들 덕에 남긴 기록화를 모은 화첩이다. 총 다섯 건의 그림이 실려 있다. 1. : 1535년 중종이 경복궁 ...
정조는 1790년 왕권 강화를 위해 군사부대 장용영(壯勇營)을 설치하고 무예교범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만들게 했다. 장교 백동수에게 명하고 규장각 검서관인 이덕무와 박제가가 편찬 책임을 맡았는데, 이들은 장용영에 파견 나가 교본을 만들면서 필요 인력으로 규장각 차비대령화원 세 사람과 도화서 화원 ...
올해 3월, 충남 천수만에 가면 전세계 2만 마리밖에 없다는 흑두루미의 70%인 14,000여 마리의 흑두루미가 만드는 장관을 만들었다. 흑두루미는 두루미(학)와 비슷한 종류인데, 몸을 먹물에 담근 것처럼 아래가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다. 흰 새를 먹물에 담근 것 같다고 하니 (두루미가 아닌 백로의 경우이...
김홍도와 비슷한 시기. 금수저로 태어나 관직같은 골치아픈 일은 하지 않고 평생 좋은 경치 구경 다니고 좋아하는 시서화에 힘써서 작품들을 남긴 사람이 있다. 지우재 정수영(之又齋 鄭遂榮, 1743-1831)이 바로 그. 당시로서는 드물게 89세까지 산 것도 스트레스 없이, 그렇다고 놀기만 하지도 않고 적당...
눈발이 흩날리고 쌀쌀한 날이 계속되는 겨울에는 며칠을 굶다가 그림을 팔아 겨우 마련한 돈으로 술을 사 마시고 눈 오는 겨울밤 결국 얼어 죽었다는 화가 최북(1712-1787)이 종종 떠오른다. 그와 동갑 친구였던 남인쪽 문인인 신광수(1712-1775)는 어느 겨울, 최북을 방문하고는 그에 대한 안타까움...
김광국(1727-1797)의 컬렉션 화첩 『석농화원』에 들어 있던 대나무 그림 두 점이다. 다른 듯 닮은 이 두 점은 깊이가 느껴지는 것은 아니라 해도 나름의 멋을 느낄 수 있다. 이 대나무 그림을 그린 이들은 1769년생 동갑이었다. 이들이 이 그림을 그렸을 때의 나이는 몇 살이었을까? ---홍성하 구...
일본 야마토분카칸(大和文華館)에는 『예원합진(藝苑合珍)』이라는 조선시대의 그림 학습서가 있다. 고전의 명구를 그림으로 해설한 이 책은 영조 왕실에서 제작된 것으로 논어, 맹자, 서경, 장자, 사기, 고사전, 삼강행실도 등 여러 서적 속에 등장하는 중요한 글, 동진의 도연명, 당나라 두보, 송나라 구양수,...
다음은 조선 초기 사시팔경도의 일부이다. 네 계절의 모습을 초춘(初春), 만춘(晩春), 초하(初夏), 만하(晩夏), 초추(初秋), 만추(晩秋), 초동(初冬), 만동(晩冬)의 여덟 폭으로 나눠 그렸다. 이 중에서 나머지 세 컷과 전혀 다른 계절인 한 컷은 몇 번일까? 각각 무슨 계절일까?===국립중앙박물관...
1764년 음력 9월 18일, 가을이 깊어질 무렵, 스물 세 살의 청년 이덕무(1741~1793)는 현재 심사정(1707~1769)을 찾아간 때의 일을 일기로 적었다. 그의 집은 지금의 독립문 근처, 반송지 북쪽 골짜기에 있었다.반송지 북쪽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 현재 심사정의 처소를 방문했다. 초가가 쓸...
1910년 8월 29일, 창덕궁 대조전 부속 건물인 흥복헌에서 마지막 어전회의가 열렸고 우리의 주권은 일본에게 넘어갔다. 경술국치가 결정된 비극의 현장 대조전은 원래 왕비의 생활공간이다. 1917년 창덕궁에 발생한 화재로 소실되고 그 자리에 경복궁 침전인 교태전을 옮겨 대조전을 지은 것이 현재까지 전해 ...
옥계시사(玉溪詩社) aka 송석원시사(松石園詩社). 18~19세기 유행한 여항문인들의 시사 중에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모임으로, 인왕산 옥계천 근처에 모여 살았고, 맹주였던 천수경의 집 송석원에서도 자주 모임을 가졌다. 대부분의 멤버는 중앙관청의 서리로 규장각 서리가 다수를 차지했다(천수경은 예외로...
봄이 어느덧 지나가고 모란도 서둘러서 피었다가 벌써 져버렸다. 실제 본 것보다 그림으로 훨씬 더 많이 접했을 모란. 조선에서는 19세기 민화 수요가 급격히 많아지면서 모란 그림의 비율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궁중용과 비슷한 모란도 병풍도 있고 화조도 속에서도 모란은 필수적인 소재가 됐다. 책거리나 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