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가 노년기에 척질(戚姪)*이자 제자인 이당 조면호에게 보낸 것으로, 『완당전집(阮堂全集)』 「답조이당(答趙怡堂)」의 첫 번째 편지로 실려 있다.
조면호가 선친[조기항(趙基恒)]의 비문을 부탁한 것에 대한 답신으로 보이는데 실제 비문을 지어주었는지는 미상이다.
그리고 편지 심부를 한 시초(詩樵)는 이수민(李壽民)의 호로, 평생 결혼하지 않은 채 조면호의 집에서 객으로 지냈으며 추사 언저리에서 활동했다. 그가 청나라를 다녀오며 수필 형식으로 쓴 『구우록(舊雨錄)』이 전한다.
앞서 소개한 편지와 같이 [怡當所藏]이 날인돼 있다.
*척질 : 조카뻘 되는 성이 다른 친척. 조면호의 할머니가 추사의 재당고모.
怡堂春禧鬯茂? 臘下一函, 今已經年, 宿墨尙摩沙不休. 俯詢之盛, 孝子之至意, 令人贊誦, 亦不勝俯仰今昔之感.
但於平日承覿淸華, 別無異於人之見聞, 素所歎仰. 夙知蘊抱有經濟之材, 至於施措之如何, 亦不敢妄有拈出. 凡於細節目間, 起居譚笑詳和襲人之氣象, 亦同輩之所共知而已.
來意如是懇重, 實無由虛飾仰塞, 想當諒存, 益不勝厚怩深惕而已. 玆因詩樵去, 申復若干.
從, 年前年後, 都無心緖, 七十醜態, 對人愧怖. 近又眼眚大添, 萬無以長行. 姑不泐.
元晦 病戚
이당(怡堂, 조면호의 집)에 새해 복이 넘실대는가? 지난 세밑에 보내준 편지는, 해가 이미 바뀌었으나 묵은 먹을 아직도 끊임없이 어루만지고 있네. 문의한 내용은 효자의 극진한 마음이 담긴 것으로 찬탄과 칭송이 뒤따를뿐더러, 지난날에 대한 감회를 금할 길 없네.
다만 평소 뵈었던 그 모습(조면호 선친의 모습)은 남들이 보고 들은 것과 별 차이가 없어, 추앙하고 찬탄했었네. 경세제민의 재능을 간직하고 계셨음을 일찍이 알고 있었는데, 이를 어떻게 펼치셨는지에 대해선 감히 함부로 논할 수가 없네. 일상에서 웃는 얼굴에 자상하고 온화하심으로 남들을 감화시키신 모습은 주변 사람들이 모두 잘 알고 있는 일일세.
부탁한 뜻이 이처럼 간절하고 정중한데, 실로 공허한 수식으로 응할 수가 없네. 이에 대해선 양지하리라 싶네만, 부끄럽고 두려운 마음 더욱 금할 수 없네. 시초(詩樵, 이수민) 편에 간략한 답신을 전하네.
척종(戚從)은 한 해가 끝나고 시작되는 즈음에 아무런 감회가 없으며, 칠십 늙은이의 추태가 남들 앞에 부끄럽고 두려울 뿐이네. 근래에 또다시 눈병이 크게 도져, 도저히 먼 길을 갈 수가 없네. 이만 줄이네.
새해 첫달 그믐에 병척(病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