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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편지 49] 하늘이 총명을 내려주는 것은 귀천이나 상하 남북에 한정되지 않으니

추사가 자기보다 46세 어린 오경석(吳慶錫, 1831~1879)에게 보낸 편지이다. 『완당전집』 권 4 「여오생-경석(與吳生 慶錫)」에 실려있는데, 본 편지에 견주어 일부 글자에 출입이 있다.

대대로 한역관을 배출한 집안에서 태어난 오경석은 청나라를 오가며 많은 문물을 접하였고,우선 이상적의 제자로 시·서·화 등 다방면에 걸쳐 특별한 재능을 보이며 조선말 개화기에 선구적 역할을 자임하였다.

찬사와 권유가 함께 들어 있는 이 편지는 오경석에 대한 추사의 인물평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노완’이란 관지에서 노년기 글씨로 보인다.





與君纔二三見, 見其指彈春風口吐芳芬, 心竊異之.
 卽接手椷, 尙不料文采詞華又如是鬯足. 朱門世家, 帬屐子弟, 衣履淸華, 巾角麈尾, 未盡皆如是, 殊可歎異, 亦不知其何故也. 如藕船者, 是一麟角瑞世, 又有躡塵追影之逸足耶?
 然天與聰明, 不在貴賤上下南北, 惟擴而充之, 猛着精彩. 雖到得九千九百九十九分, 其一分之工極難圓, 努力加餐可耳. 竹筩田家土銼之間, 得此亦侈, 如再加留心, 何感何感!
 佳醪珍奩, 多荷另施, 漁弟樵兄, 相對大嚼耳. 聯本寫副, 不宣.
 二月 八日 老阮

 그대를 만난 건 두세 번뿐이지만 손가락으로 봄바람 튕기고 입으로 향기 내뿜는 걸 보고 속으로 남다르게 생각했었네.
 그런데 지금 보내준 편지를 받아보고 문채가 이처럼 넘실댈 줄 미처 몰랐네. 붉은 대문 명문가의 명품 옷 입은 자제들, 청직(淸職, 학식과 문벌이 좋은 사람이 맡는 직책)과 화직(華職, 요직)을 역임한 이들, 건각(巾角, 은자들의 차림) 쓰고 주미(麈尾, 먼지털이, 고고한 선비의 상징)를 든 이들도 모두 이와 같지는 못하니 자못 찬탄할 만하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의아스럽기도 하네. 우선(藕船, 이상적) 같은 사람은 ‘상서로운 세상에 난 기린의 뿔’이라 여겼는데 그 뒤를 잇는 빼어난 후예가 있었단 말인가!
 그러나 하늘이 총명을 내려주는 것은 귀·천이나 상·하, 남·북에 한정되지 않으니 그걸 확충(擴充)하여 정채(精彩)를 맹렬히 추구해야 하네. 구천구백구십구푼을 터득해도 나머지 일푼은 원망성취하기 매우 어려우니 부디 노력하기 바라네. 죽통(竹筩, 대나무통)과 질그릇 사용하는 농부네 집 정도에서야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일이겠네만 보다 더 유념한다면 얼마나 반가운 일이겠는가!
 맛 좋은 술과 진귀한 먹거리는 그 남다른 보살핌에 감사하며, 물고기 잡고 땔나무 하는 주위 사람들과 한바탕 맛있게 먹겠네. 대련(對聯) 글씨는 요청한 뜻에 맞춰 보내네. 그럼 이만 줄이네.
 2월 8일 노완(老阮)
업데이트 2024.07.0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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