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규선
앞서 소개한 편지의 수신인과 동일 인물인 전라도 해남의 김찬성(金贊聲)에게 보낸 편지로 보인다. 이는 그의 아들로 추정되는 몽(夢)에 대한 안부 언급에서 확인된다.
추사 집안이 해남 쪽에 도지로 내놓은 전답이 있다는 건 여타 편지에서 일부 확인되는데 여기에서도 관련 언급이 보인다.
‘후미진 강촌의 삶[江曲漁樵]’이란 표현에서 이른바 강상시절(제주귀양살이에서 돌아와 서울 한강 어귀에 머물던 시기)에 쓴 것이 아닐까 싶다.
초의에게 안부를 전해달라는 표현으로 보아 수신인이 초의와도 가까웠음을 짐작할 수 있다.
秋深, 遠想殊切, 卽見來字, 從悉邇况晏吉, 慰開. 夢課能不輟? 尤爲耿誦.
此中, 一以病頓, 自憐.
來意備悉, 豈不隨力圖之! 但此江曲漁樵, 太覺冷甚, 還復一笑.
庄事稍得成就, 甚幸. 早圖收拾上送可耳. 石器諸品皆佳, 遠荷至意. 來隷立促, 不得張皇, 不宣.
九月卄五日 三湖
艸衣, 安好云耶? 一無寄信, 可歎可歎. 此意轉及也.
가을이 깊어 멀리서 더욱더 그리웠는데, 지금 보내온 편지를 통해 근래 잘 지내고 있다 하니 많이 위안이 되네. 몽(夢)은 중단없이 공부하고 있는가? 궁금하기 그지 없네.
나는 병든 몸으로 시들시들 지내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일세.
전한 뜻은 잘 알겠으며, 어찌 힘써 도모해야 하지 않겠는가! 다만 후미진 강촌의 삶이 너무 썰렁해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네.
장원 일은 점점 완결되고 있다 하니 다행일세. 조속히 수습해서 올려보내 주게. 석기(石器, 돌로 만든 도구)들은 모두 좋은 품질인 바, 극진한 성의에 감사의 뜻을 전하네. 찾아온 종이 독촉해서 길게 적지 못하고 이만 줄이네.
9월 25일 삼호(三湖, 용산)에서
초의는 잘 있다 하는가? 줄곧 전해온 소식이 없으니 아쉽네. 이 뜻을 전해주기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