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칼럼 > 서예

[추사편지 54] 재능이 뛰어난데 황량한 곳에 내버려 둔 것이 아쉽네

글/ 김규선

 

이 편지도 앞서 소개한 전라도 해남의 김찬성(金贊聲)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는데 그의 아들로 추정되는 몽(夢)에 대한 언급에서 확인된다.
 몽에 대한 남다른 기대가 눈길을 끈다.
 이른바 강상시절에 쓴 편지로 보인다.


 近臘一寒奇甚, 南土似不如是. 卽便見來字, 知一以渾晏, 甚慰耿耿.
 夢之課墨, 亦能呵硯不輟耶? 春後, 可能上來, 與家中少年輩互相劘切, 似佳. 每念其才品超勝, 抛置於海隅一荒寂之中, 可惜也.
 吾尙留江舍, 嗽苦頗悶. 餘艱草不式.
 立春日 老湖客中

 섣달 가까운 무렵에 추위가 특히 심한데, 남쪽은 이렇지 않을 듯하네. 지금 인편에 보내온 편지를 통해 두루 잘 지내고 있다 하니, 궁금한 마음을 달래주네.
 몽(夢)의 글씨 공부는, 언 벼루 입김 불어가며 쉼 없이 전진하고 있는가? 봄이 되면 이곳으로 올라와 집안 소년들과 함께 절차탁마하는 것이 좋을 듯하네. 타고난 재능이 뛰어난데, 바다 끝 황량한 곳에 내버려 둔 것이 못내 아쉽네. 
 나는 아직도 강상(江上) 집에 머물고 있는데 기침이 심해서 걱정일세. 그럼 어렵사리 적으로 이만 줄이네.
 입춘에 객 중의 노호(老湖)

업데이트 2025.05.28 13:04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