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규선
겉봉에 자신을 ‘과파(果坡)’라 한 걸 보면 과천에서 쓴 걸로 보이는데, 필체로 짐작할 때 제주 해배 이후 과천에 거주할 때 쓴 것이 아닐까 싶다.
상대의 안부를 묻고 나의 안부를 전하는 일상의 편지이지만 묘사가 옹골차고 구성 또한 단단하여 잘 구성된 한 편의 문장처럼 읽힌다.
겉봉의 앞 부분 글자가 일부 지워져 수신인은 알 수 없다.
[겉봉] ■■回攬
果波 謝書 ‘省式’
艹+積雨荒江, 遠注甚多. 承拜惠狀, 大慰春間山外相送之懷. 仍審老熱尙亢, 靜候曼相, 慰仰.
第田家作苦, 有來頭大椀之喜否?
仲來以後, 隣比之寥落, 想到底無聊, 爲之耿誦. 十載間無有過化之妙, 是一鳧雁去來, 又何足戀空溯虛.
賤病, 一以沉苦, 新寓百不整理, 惱憐惱憐. 玉允之歸, 艱試病腕. 不宣.
八月 五日 泐具
[겉봉] ■■ 회답을 받으시기 바람
과파(果波) 답장 ‘형식 생략’
거친 강물에 빗물이 쌓인 걸 보며 멀리서 매우 그리웠는데 보내 준 편지를 받으니 봄철 ‘산 밖에 벗을 떠나보낸’(봄철에 수신인을 보낸 상황을 거론한 것) 마음을 크게 달래주었소.
늦더위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잘 지내고 있다 하니 매우 반가웠소.
농가들이 고생하고 있을 텐데 풍작의 기대가 있는 거요?
둘째 아우가 오고 나서 (집안 식구끼리 어울리는 탓에) 이웃들이 허전하여 모두 무료해 할 듯하니 송축하오. 지난 십 년 간 찾아온 적이 없었는 바, 기러기 하나가 왔다 간 것 뿐일 터이니 어떻게 허전함을 다 채워줄 수야 있겠소.
저의 병세는 줄곧 이어지고 있으며 새로 이사한 곳에 이삿짐이 하나도 정리되지 않아 괴로울 뿐이오. 귀댁 아들이 돌아가는 길에 아픈 팔을 애써 들어 몇 자 적으며 이만 줄이오.
8월 5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