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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편지 57] 질녀가 세상을 떠 그 참혹함이 코끝을 시리게 할 뿐이네

글/ 김규선
 추사 나이 57세 때인 임인년(1842) 4월 10일에 유배지인 제주도 대정에서 쓴 편지이다. 

 
수신지는 완읍(完邑)이고 수신인은 김서방(金書房)인데 이전 편지에서 언급했듯이 완읍이 전라북도 완주인지 전라남도 완도인지는 미상이다.
 둘째 아우 김명희의 무남독녀가 이 해에 세상을 떠났다는 내용이 주목을 끌고, 생강 등의 음식물을 다시 보내달라는 내용도 음식물에 대한 추사의 남다른 관심을 보여준다.
 가족들과의 소통이 끊임없이 이루어졌음도 다시 한번 확인된다.     





[겉봉] 完邑金書房下史卽納
靜浦候狀  省式
 頃因轉褫寄信, 想與此鱗比收到矣. 佛日已過, 綠陰日厚, 近下起居安吉? 遠溯不已.
 賤狀, 間接京報, 遭姪女喪, 阿仲只此一女息, 而見境之慘切, 令人酸鼻, 况玆大海外作何心耶? 悼慟不可狀.
 金生船便所寄來者, 幾盡領入, 而如薑屬, 爲此土最䙡者, 過時枯腐不堪用矣. 以一斗許新買付之船回如何? 必堅裹, 然後可免中間作弄耳. 家信玆以送之, 卽從鏡湖轉送, 討答以來, 更企更企. 餘姑不宣.
 壬寅 四月 十日 累 泐
[겉봉] 완읍(完邑, 완주) 김서방에게
정포(靜浦, 대정)에서 ‘형식 생략’
 요사이 전달 인편을 통해 보낸 편지는 지금 이 편지와 함께 연이어 받아볼 것이라 싶네. 불일(佛日, 석가탄신일)이 이미 지나고 녹음이 갈수록 짙어가는데 잘 지내고 있는가? 멀리서 그립기 그지 없네.  
 나는 요사이 서울 소식을 통해 질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들었네. 둘째 아우에겐 이 딸 하나만 있는데 그 참혹한 광경이 코끝을 시리게 할 뿐이네. 더구나 먼 바다 밖에 있는 내 마음이 어떻겠는가? 애통한 마음 형언할 길 없네. 
 김생(金生)의 배편에 부친 것은 거의 다 받았네만, 생강 등은 이곳에서 가장 귀한 것인데 기간이 지난 탓에 마르고 썩어 먹을 수가 없었네. 한 말 쯤을 다시 사서 돌아오는 배편에 부치는 것이 어떻겠는가? 반드시 잘 포장해야만 운송 중 농간 부리는 일이 생기지 않을걸세.
 본가에 전할 편지를 이 인편에 보내니 경호(鏡湖)를 통해 전달하고, 해당 답장을 받아오게 하길 다시 한번 부탁하네. 그럼 이만 줄이네.
 임인년(1842) 4월 10일 누(累, 유배인) 씀
업데이트 2025.10.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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