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누드는 서양회화에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20세기에 이르러 여성의 신체를 재현하는 전통적 방식에 여러 도전이 이어졌다.
영국 현대 화가 제니 새빌(Jenny Saville, b.1970)도 그 중 한 사람. 1990년대 새빌은 살찐 여인들의 누드화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다. 여성적인 성숙함도, 비쩍 마른 도시적 미녀도 아닌 너무나도 사실적이면서도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한 묘한 감각이다.
제니 새빌, <전략Strategy> 1994, oil on canvas. 274×639cm
제니 새빌, Fulcrum, 1998-99, 캔버스에 유채, 261.6 487.7cm
낯선 생명력은 두꺼운 층으로 칠한 유화물감의 텍스처에서 나오며 거대한 캔버스 위에 밀고, 바르고, 긁어낸 자국의 물감이 살아 숨쉬는 신체를 구성해 회화적 평면과의 구분을 무너뜨린다.
비슷한 시기, 그녀보다 나이가 많은 한 유명 화가는 두 사람의 여성을 모델로 해 누드 연작을 그렸다. 둘다 볼품없는 거대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색채를 표현하는 그의 회화적 기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뚱뚱한 몸의 무게에 소파마저 짓눌린 듯한 무게감. 깊은 고독감.
______, <쉬고 있는 연금관리자Benefits Supervisor Resting> 1994, 캔버스에 유채, 150.5 x 161.2 cm
제니 새빌 등 현대 화가들이 신체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데 깊은 영향을 준, 비대한 여성의 몸을 가감없이 그린 영국의 유명한 화가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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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루시안 프로이트(Lucian Freud, 1922-2011)
위의 그림 <쉬고 있는 연금관리자>는 영국 화가 루시안 프로이트가 1994년에 캔버스에 유화로 소파에 누워 있는 여성 누드를 그린 작품이다. 일자리센터 연금관리자로 일했던 수 틸리(Sue Tilley)의 초상화인데, 그는 그녀를 좋아하여 ‘빅 수’라고 부르며 여러 차례 화폭에 담았다.
프로이트는 1994~96년 집중적으로 그녀의 대형 초상화를 여러 점 그렸다. 그는 그녀의 몸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근육이 없는 살덩어리인데 체중을 견디면서 다른 종류의 질감을 갖게 되었다.“
인체에 대한 사랑인지 집념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의 인체에 대한 탐구는 여성 누드에 대한 개념을 바꾸었다.
프로이트의 틸리 그림은 모두 '개인 소장품'으로, 그녀의 '육체'를 바라보는 특권을 위해 수천만 파운드를 지불할 수 있는 매우 부유한 남성의 손에 들어갔었다.
현재도 생존해 있는 수 틸리는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하루 20파운드를 받고 옷을 벗고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2018년 테이트 브리튼의 《All Too Human》 전시에서 〈Sleeping by the Lion Carpet〉과 수 틸리.
(ⓒTate photography, Joe Humphrys)
1995년작 <잠자는 연금관리자Benefits Supervisor Sleeping>는 2008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생존작가 최고 낙찰가인 3,364만1천 달러에 낙찰됐다.
루시안 프로이트 <잠자는 연금관리자> 1995, 캔버스에 유채 151.3 x 219 cm
위의 1994년작 <쉬고 있는 연금관리자>는 2015년 5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5,616만 5천 달러에 낙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