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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따뜻한 정물. 푸르고 차가운 우주를 담기 전.


정방형 화폭에 평면적이고 간결한 반추상 정물. 어두운 색의 목기 찻상, 홍매가 핀 나뭇가지가 꽂혀 있는 백자 편병, 흑유 항아리, 청자 잔이나 흑유 항아리 같아 보이는 오브제들이 십자로 사분할된 화면 속에 단순화된 형태로 그려져 있다.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어울리는 배색을 교차하고 사선으로 면의 크기를 달리해 리듬감을 더하고 테두리의 색선으로 입체감을 대신했다. 

1950년대 초반의 김환기는 자신만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면서 단순화와 변형을 거친 형태의 사물을 그렸다. 질감을 이용하면서 윤곽선은 단순화하는 자기 양식을 확립하는 시기로, 이후 항아리나 달, 새 등이 문양처럼 도식화된다. 점점 더 푸른 계열의 색을 이용한 반추상/구상 회화를 그렸고 뉴욕 시기 이후 완전 추상화에 이르면 이 색채는 광활한 우주의 상징으로 적극 이용된다. 

1950년대의 화가들 중에 작품에 짙은 향토색을 풍기거나, 따뜻한 색채, 고향, 흙 같은 이미지를 다루는 예는 쉽게 찾을 수 있다. 푸른 계열의 대표작이 많은 김환기에게도 그 때의 작품 속에서는 자연과 정물을 다루면서 주황이나 갈색 등의 따뜻한 계열 색을 많이 찾을 수 있다. 
 


김환기 <항아리> 1958년, 캔버스에 유채, 50×60.6cm, 개인





김환기 <정물> 1953, 캔버스에 유채, 39.5x39.5cm, 개인


이 정물은 2014년 한 옥션에 등장한 적이 있었고(낙찰가 4억 7000만원) 올해 호암미술관 김환기 회고전에서 사람들에게 다시 선을 보였다.  
업데이트 2023.12.1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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