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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을 기억하다] 손동진의 <가께수리> 1960~70년대

글/ 고금관

손동진(1921~2014) 경상북도 경주 출생.

화가 손동진은 문화재의 보고 천년고도 경상북도 경주 출생으로 일본 도쿄예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1955년 파리로 건너가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벽화와 근대 회화를 전공(1955-1958)했다. 벽화의 기법인 프레스코 연구를 위해 다시 유럽 6개국 등 여러 나라를 순방하며 서방의 전통 회화를 탐구했다. 1959년 귀국 후에는 중앙공보관, 동화화랑, 신세계 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기업 그리고 각 단체 공공 기관에도 작품을 전시하는 등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작가로서의 기반과 역량을 다졌다. 1960년대에 이르러 서울대 미대와 이화여대, 수도여사대 미대에서 서양 미술의 기초적 이론과 회화를 병행 지도하면서 후학 양성에도 기여한 한국 현대 미술계의 중심적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손동진은 유럽에서 오랫동안 연구한 회화의 기법을 기반으로 다양한 추상 미술을 작업하는 와중에 우리 고유의 전통 민속 문화작품을 소재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전개했다는 점이 중요한데, 그 중에서도 탈춤 연작을 여러 점 그려내며 세계 무대에 선을 보이기도 하였다.


손동진 <가께수리> 1960~70년대, 합판에 혼합재료, 91.5×91.5cm


이 작품 <가께수리>는 조선시대 양반가에서 귀중품을 보관하는 금고 역할을 한 가구 가께수리를 소재로 그려낸 것이다. 본래의 가께수리 구성은 궤의 형태로 중앙 부분과 양쪽 가에는 쇠(철) 혹은 구리(동) 장식을 하고, 닫이 문의 손잡이는 박쥐 문양으로 장식하여 한밤중에도 재물을 지키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보통이다. 대개 안쪽에는 귀중품을 넣을 수 있도록 각각의 다른 크기의 서랍장이 들어있다.

가께수리라는 전통 가구, 민예품을 화가 손동진은 자기만의 기법을 적용하여 회화 작품으로 재해석해 내는 데 성공했다. 바탕은 합판을 이용하고 그 위에 유화 채색을 기본으로 하였고, 동장식 부분은 양각의 꼴라주 기법으로 입체감을 주었다. 물감이 스며드는 합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밑바탕 색을 수 차례 칠하며 견고히 하였다. 여닫이 문이 있는 중앙의 둥근 원형장식 부분에는 금분과 혼합한 안료로 채색하고 금고를 잠그는 열쇠 입구는 검정 물감과 프레스코 기법의 재료를 혼합해 돌출시킴으로써 마치 실물을 보는 것과 같은 입체감을 주었다.

전체적인 화면 바탕은 작가가 남긴 말처럼 자기 고향의 향수를 간직한, 즉 고향 경주의 붉은 황토빛의 채색으로 마무리했다. 가께수리 이미지와 가져와 우리 고유의 전통 민속 공예품을 회화로서 구성해 향토성을 현대 회화에 대입시켰다. 화가 손동진은 이러한 구상 미술 외에도 추상 그리고 프레스코화, 벽화에 이르는 다양한 예술 작품으로 자신의 미술 세계를 체계적으로 완성도 높게 승화시켰으며 현대 미술의 또 다른 길을 개척한 화가이다.
업데이트 2024.10.1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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