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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동양화 6대가 중 설경의 화가는?

다양한 색채를 머금은 현실을 먹으로만 표현할 때 설경은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흑백의 세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원근마저 눈으로 덮여 버릴 것 같은 미묘한 세상을 적당한 생기와 차분함으로 채워야 하리라. 


동양화 6대가 중 설경을 많이 그렸던 이 화가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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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왜 설경을 많이 그리냐고 물으면 ‘물감이 없어서’라는 농담을 하곤 했다고 한다. 1970년대의 인기 작가였던 그의 그림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 것은 설경이었다. 정답은 심향(深香) 박승무(朴勝武, 1893-1980). 위의 그림은 그의 대표작으로 이야기되곤 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의 <설청(雪晴)>이다. 

(그림) 심향 박승무 <설청> 1959, 종이에 먹과 채색, 137x137cm, 국립현대미술관
雪晴 時己亥菊秋 深香散人 눈이 갠 후 기해년(1959) 국추(음력 9월) 심향산인

심향 박승무는 소위 동양화 6대가라고 불렸다. 1940년 조선미술관 창립 10주년 기념전인 ‘십대산수풍경화전’에 참여했던 작가들 중 1971년 생존해있던 허백련, 김은호, 박승무, 변관식, 이상범, 노수현 6명의 동양화가의 작품전인 태평로 신문회관에서 열린 ‘동양화 여섯분 전람회’(1971)에서 유래했다. 


1893년 서울에서 태어나 창명학교, YMCA 중학부를 다녔고, 1913년에 서화미술회 강습소에 입학해 조석진과 안중식 등에게서 그림을 배우면서 화가의 길에 접어들었다. 1916년 서화미술회를 졸업하고 상해로 건너갔으나 1920년 일본 경찰에 압송. 귀국해 옥천경찰서 감시하에 옥천에서 지내다 2년 후 서울로 올라왔다. 
서화협회 전람회와 초기 조선미술전람회(약칭 선전)에 사실적인 수법의 향토적 풍경을 출품했고, 1933년 이후는 선전에 출품하지 않았다. 

40대가 되는 1930년대 중반부터는 전통 사의산수에 몰두하면서 자잘한 점선의 필획을 특징으로 하는 본인만의 화풍을 만들어나갔다. 50대에 이 화풍을 완성해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나 동시대 다른 화가들에 비해 한국적인 풍정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희동이 주도하는 미술계와는 거리를 두고 국전에 초대되어도 거절하고 제자도 없이 홀로 외로운 길을 갔다. 

6대가 전 이후 50여 년이 지난 지금 그의 작품이 경매시장에서 백오십, 이백오십 만원에 거래되곤 한다. 근현대의 수묵화들이 이대로 묻혀가게 될지, 아니면 다시 주목받는 때가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업데이트 2025.12.0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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