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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원말4대가 중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긴 이 사람은?

나무 몇 그루가 있는 언덕, 물 건너 저 멀리 나지막한 산이 보이는 세로 구도로 먹 만으로 표현된 산수화.
지금의 수묵산수 전형이 만들어지기 전, 지금으로부터 거의 670년 전에 그려진 그림이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중국 원나라 말기에 활동한 ‘원말4대가’ 중 한 사람이다. 


원말4대가 중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현재에 남기고 있는 이 화가는 누구일까?
* 힌트 : 결벽증이 심해서 뜰의 나무도 닦게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장승업도 <고사세동도>로 그 일화를 그렸다.  

1) 조맹부 
2) 황공망
3) 예찬
4) 오진
5) 왕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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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을 정복한 원의 궁정은 강남의 지식인들을 탄압했고, 벼슬을 포기한 재야 지식인들 중 많은 사람들은 은둔하며 시서화에 몰두하게 된 어쩌면 긍정적인 결과를 낳게 됐다. 시서화를 모두 잘하는 이상적인 캐릭터를 목표로 두었던 이들에 의해 문인화, 사대부화가 이후 중국 회화에서 대세로 자리잡게 된다.

특히 황공망, 예찬, 오진, 왕몽. 이들 원말4대가는 원나라 초기 조맹부가 주창했던 복고주의를 따라서 동원이나 거연 같은 사람들의 강남산수 양식을 계승한 주요 화가들이다. 이들의 산수화는 문인화적 수묵산수 양식의 전형을 완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서, 명나라 때는 심주, 문징명 등 오파 화가들이 특히 이들을 높이 칭송했고, 조선의 문인화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그림은 예찬(倪瓚 1301-1374)이 남긴 유명한 작품이다. 정답은 3) 예찬.
예찬은 젊었을 때 사생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정취가 부족하거나 너무 제재가 가득찬 듯한 단점을 보이기도 했지만, 후기 작품은 그러한 단점을 극복해 쓸쓸하고 황량한 정취를 잘 드러내게 됐다. 채색도 줄어들고 붉은색 인장조차 꺼린 듯한 면도 보인다. 

전형적인 예찬 그림의 구도는 근경에 언덕 위에 바위 조금, 나무 몇 그루가 어우러지도록 하고, 중경은 그리지 않은 텅 빈 공간으로 강물을 표현하며, 원경에는 완만한 산이나 모래톱 같은 언덕을 한 두 개 겹쳐 놓는다. 이 그림 <어장추제도(漁庄秋霽圖)>는 만년의 작품은 아니지만 그러한 예찬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예찬 <어장추제도> 1355, 종이에 먹, 96x47cm(그림 부분), 상하이박물관


전체적으로 물기가 적고 원경이나 근경에서 농담에 큰 차이를 두지 않았지만 원근감은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바위, 둔덕을 표현함에 있어서 먹선 가닥을 여러 번 그려 넣고, 짙은 선을 문지르거나 담묵을 바림하거나 하여 부피감을 표현했다.


원경


근경


나무 줄기는 성글게 대략 그리고 잔가지는 그것보다는 좀더 물기있고 진한 붓으로 그렸다. 나뭇잎은 미점도 있고 介나 个자점을 쓰기도 했는데 간략한 터치로 그리고 바림을 더하는 식으로 다양하게 표현해 심도가 얕아 아웃포커싱 된 것과 같이 보이기도 한다. 


나무 부분


화제는 예찬이 쓴 시로, 그림 그리는 늙은 서생의 쓸쓸한 마음을 시로 노래하고, 그림 위에 18년만에 글을 쓴다는 내용을 적었다. 그림을 그린 것은 50세인 1355년, 시를 적어 넣은 것은 67세인 1372년의 일이라는 것이다. 


예찬이 쓴 화제



이 그림에 대해 명나라 동기창(董其昌, 1555-1636)도 한 마디를 보태 그림 옆에 남겼다. 
“...그림을 배움에 있어서 특별히 깊은 경지에 이르러, 동원, 거연의 화법을 변화시키고 스스로 일가를 이루었다...”(1599년) 


동기창의 발문


예찬은 강소성 무석(無錫)의 부유한 집 출신으로 집안에 소장한 서화가 많아 어릴 때부터 감상을 즐겼다고 한다. 고고한 인격으로 남과 잘 사귀지 않았고 결벽증이 있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52살에 가산을 정리해 주변에 나눠주고 고향을 떠나 20년 동안 유랑 생활을 보낸 끝에 74살에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문제의 그림보다 더 유명한, 적막하고 쓸쓸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그림으로 <용슬재도(容膝齋圖)>가 있다. 


예찬 <용슬재도> 1372, 종이에 먹, 74.7×35.5cm, 타이페이 고궁박물원.





업데이트 2024.04.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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