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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자를 이용해 그린 그림, 또는 건물, 누각 등을 그린 그림

800년쯤 된 오래된 그림. 남송의 궁정화가였던 마원(馬遠, 1160?-1225이후)이 한밤중 궁과 원림 내에서 연회를 여는 장면을 그렸다. 노래하는 기녀와 무녀가 계단 앞에서 등롱을 들고 춤을 추고 있는 장면 때문에 ‘화등시연’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마원 <화등시연도(華燈侍宴圖)> 부분, 송, 비단에 수묵담채, 111.9x53.5cm, 타이페이고궁박물원


눈길을 끄는 것은 건물의 표현인데, 아무리 숨을 참고 그린다고 해도 연필도, 펜도 아닌 붓만으로 지붕과 문의 격자를 일정 간격으로 그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중국의 화가들이 궁궐 건물, 선박, 정교한 기물을 그릴 때 계척(界尺), 즉 자를 사용했는데 그런 그림을 '이것'으로 불렀다. 대개 건물, 누각 등을 자를 이용해 그렸기에 궁궐 등 건물을 주 소재로 하는 그림을 (그린 도구를 염두에 두지 않고도) '이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를 이용해 섬세한 필선으로 정밀하게 사물의 윤곽선을 그리는 회화 기법, 또는 그 그림을 뜻하는 '이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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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계척을 이용해 그린 그림. 즉 계화(界畵)이다.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건축물을 섬세하게 그리기 위해 마치 제도하듯이 자(界尺)를 이용해서 그리게 된 것.
궁궐 안의 정교한 건물들을 그릴 때 많이 사용하게 되고, 당연히  궁정에서 봉사하는 화원들이 주로 사용했다.

처음 이 용어가 등장한 것은 곽약허(郭若虛)의 『도화견문지(圖畵見聞志)』 「잡화편」 이며, 송대 계화의 대표격인 사람은  곽충서(郭忠恕)이다. 그가 그린 선박 그림이 유명하다.


곽충서(郭忠恕) <설제강행도(雪霽江行圖)> 부분, 74.1x69.2cm, 타이페이고궁박물원




우리나라에도 고구려 고분벽화부터 계화의 전통을 찾아볼 수 있었으나, 본격적으로는 송과 긴밀하게 교류했던 고려시대 때 계화가 발전했을 것이고 조선 전기에도 궁중에 그 전통이 전해져 왔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16세기의 <궁중숭불도>에 비해 17세기 한시각의 <북새선은도>는 건물 표현의 세부적인 면에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다. 


한시각(1621-1691?)이 함경도 지방 과거시험 장면을 그린 <북새선은도> 부분. 국립중앙박물관.


타이페이 고궁박물원에는 마원의 <화등시연도>가 한 점 더 있는데 아마도 쌍으로 그려진 것이 아닌가 한다. 건물이 더 크고 집 지붕, 먼 산, 산 정상부의 녹색 이끼, 소나무 숲 등에서 차이가 있다. 

     
마원 <화등시연도(華燈侍宴圖)> 송, 비단에 수묵담채, 111.9x53.5cm, 125.6x46.7cm, 타이페이고궁박물원




업데이트 2024.07.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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