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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달마에서 혜능까지, 육대 선종의 조사 초상

중국을 떠나 용인 경기도박물관을 방문 중(3월 2일까지)인 명나라 주요 유물 그림 한 점에는 불교의 한 갈래인 선종(禪宗)을 만들어 낸 중요한 스님 여섯 명의 모습이 펼쳐져 있다. 순서대로 달마(達磨), 혜가(慧可), 승찬(僧璨), 도신(道信), 홍인(弘忍), 혜능(慧能)이 그들이다.



대진(戴進, 1388-1462) <선종육대조사상> 비단에 채색, 33.8×219.5cm, 랴오닝성박물관, 중국 1급 유물   


중국 선종의 초조(初祖)는 527년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보리달마(菩提達磨)다. 달마는 남인도 팔라바왕조의 왕자로 태어나 반야다라에게서 깨달음을 얻고 남북조시대의 중국으로 건너와 문자와 형상에 의존하지 않는 무심(無心)의 선법을 펼쳤다. 양무제와의 일화 등 많은 전설적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으며 한국 불교에서도 중요한 존재로 그림으로도 많이 그려졌다.


달마


이어서 달마의 법을 계승한 2조는 혜가. 보리달마의 제자가 되기 위해 팔을 잘랐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3조 승찬, 4조 도신, 5조 홍인을 거치면서 선종은 보다 깊이를 더하게 됐다. 조사들의 마음에 관한 가르침 곧 조사선(祖師禪)을 완성한 인물은 6조인 혜능. 혜능은 육조대사(六祖大師) 또는 조계대사(曹溪大師)라고도 하는데, 한국의 주 종파인 조계종, 순천 조계사 등의 조계는 혜능이 머물렀다고 하는 '조계'에서 따온 말이다. '즉심즉불(卽心卽佛)', '일행삼매(一行三昧)' 등이 설법의 키워드라고 한다. 사실상 이 6조를 거쳐 선종이 발전하는 과정은 인도적 특성을 가진 종파가 중국 현지화되는 과정으로 본다. 


혜가




승찬(우)과 도신




홍인


혜능



그림을 그린 이는 절강파의 창시자 대진(戴進, 1388-1462). 현재의 절강성(저장성) 항저우 쯤에서 태어난그의 자는 문진(文進), 호는 정암(靜庵)과 옥천산인(玉泉山人)을 썼다. 산수, 인물, 화조, 송죽에 능하고, 불화, 풍속화에도 업적을 남겼다. 

랴오닝성박물관에 있는 이 조사상은 일반적으로 대진의 종교 그림/인물화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많은 옛 그림이 그렇듯 진위의 논쟁을 겪었으나 학자 스즈키 케이(铃木敬, 1920-2007)는 1968년 저서 『명나라 회화사 연구 - 절강학파』에서 이 작품에 주목했는데, 이 그림은 “웅장함과 깊이감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평면적”인 대진의 다른 산수화 스타일과 일치하며 “후대의 모델이라 할지라도 대진의 화풍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캐힐(James Cahill, 1926-2014)도 1978년 저서 『강변에서의 이별: 명나라 초기 및 중기 회화Parting at the Shore: Chinese Painting of the Early and Middle Ming Dynasty(1368-1580)』에서 이 그림을 언급했다. “명나라 초기의 가장 보수적인 화가들의 필선 스타일이 여기에서 점과 기둥의 형태로 대체되었다"고 말하며 대진의 <영빈고은도(穎濱高隱圖)>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과 함께 대진의 스타일이 완전히 성숙하기 전의 작품이라고 보았다. 1981년 중국의 미술사학자 베이징 고궁박물원 연구자 무이친(穆益勤, b.1925)은 「대진과 절강파」라는 글에서 이 그림을 “구조적으로 엄격하고 정밀한 모델링과 강한 붓놀림으로 남송 왕조의 유송년(劉松年, 1174-1224)과 이당(李溏, 1758-1819)을 바탕으로 심오한 기교를 갖추고 있으며 그림의 스타일로 보아 초기 작품”이라고 판단했다.

이 그림은 인물화와 산수화 분야에서 대진이 쌓은 기술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인물화의 강한 선들은 다소 경직된 느낌을 주지만 옅은 먹선을 우아하게 사용해 주제를 잘 드러낸다. 그림 뒤에 붙어 있는 조용(曹溶, 1613-1685)의 발문에는 "정암靜庵(대진의 호)의 그림에는 걸작이 없지만 이 족자는 특히 싱그럽고 기품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축윤명의 제




당인의 제(아래는 앞 부분)



조훈曹勲, 조용曹溶의 제


인물들은 신처럼 신비롭기보다는 세속적이며, 그들과 관람자 사이의 거리가 크지 않아 종교적 정서를 담으면서도 인간적인 면이 돋보인다. 두루마리 말미에는 주윤명, 당인 등 유명한 예술가들의 긴 글귀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 당시 문인들과 학자들 사이에서 선불교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덧붙여두자면, 이 외에 6대에 걸친 선승의 대가 그림 중 일본 고산지(高山寺) 소장 미술품도 잘 알려져 있다. 왼쪽 하단에 '至和元年(1054년) 十一月初一日 開板'이라고 적혀 있어 중국 북송(北宋)의 판본을 베껴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선종육조상禅宗六祖像> 헤이안(平安)~가마쿠라(鎌倉)시대, 종이에 먹, 101.8x57.9cm, 일본 고산지, 중요문화재.




업데이트 2025.01.2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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