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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

호수(濠水)의 돌다리 위에서 장자가 말했다.
“피라미가 나와서 한가로이 놀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물고기의 즐거움일세.”
옆에 있던 혜자가 말했다.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겠는가?”
장자가 말했다.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지 알 수 있겠는가?”
혜자가 말했다.
“내가 자네가 아니기 때문에 참으로 자네를 알지 못하거니와, 그것처럼 자네도 당연히 물고기가 아닌지라 자네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것이 틀림없네.”
장자가 말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세. 자네가 나를 보고 ‘자네가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겠느냐’고 말한 것은, (자네가 내가 아닌데도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지 모르는지를 자네가 알 수 있다고 말한 것이므로) 이미 내가 그것을 알고 있음을 알고서 나에게 물어온 것일세. (어디에서 알았느냐고? 어디서 알긴.) 나는 그것을 호수 가에서 알았지.”


범안인(范安仁) <어조도(魚藻圖) 권(卷)>, 비단에 먹과 담채, 25.5x96.5cm(전체 두루마리 25.7x169.5cm), 대만 국립고궁박물원


*호수(濠水)는 현재 안휘성 봉양현 동북쪽에 있는, 회수로 흘러드는 작은 강 이름이다. 


물고기그림은 여러 의미를 띄면서 옛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특히 조선에서는 18세기 이후 어해도라고 불리면서 중국과 달리 화훼, 산수가 결합되거나 병풍으로 제작되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수중동식물을 그린 그림이 하나의 카테고리, 화목(畵目)으로 자리잡은 것은 중국의 오대(五代), 10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위의 그림은 13세기 사람, 송나라 화가 범안인(范安仁)의 물고기와 물풀 그림이다. 장자와 혜자의 피라미의 즐거움 이야기를 그린 그림으로 전해지고 있다. 

화가 범안인은 남송 이종(理宗) 때 화원을 지낸 사람으로 물고기와 꽃 그림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하늘하늘 흔들리는 물풀들 사이를 헤엄치며 자유롭게 노니는 피라미 여러 마리의 유연하고 다양한 모습을 조화롭게 그린 이 그림 두루마리에는 여러 인사들의 발문과 청나라 건륭황제 등 많은 사람들의 수장인이 붙어 있다. 











업데이트 2026.03.0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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