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계시사(玉溪詩社) aka 송석원시사(松石園詩社). 18~19세기 유행한 여항문인들의 시사 중에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모임으로, 인왕산 옥계천 근처에 모여 살았고, 맹주였던 천수경의 집 송석원에서도 자주 모임을 가졌다. 대부분의 멤버는 중앙관청의 서리로 규장각 서리가 다수를 차지했다(천수경은 예외로 관직을 가지지 않았다). 

1786년 7월 16일 모임이 결성될 때, 김낙서, 장혼, 왕태, 조수삼, 박윤묵 등은 비슷한 나이의 멀지 않은 곳에 살던 젊은이들이었고, 문학적 교유를 표방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였다. 

『이향견문록』을 보면 멤버였던 규장각 서리 김낙서에 대해 왕실 외척인 홍석주가 쓴 기록이 들어 있다. 

“...內閣의 서리들도 대개 문채롭게 아름다운 문장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 중에서 보건대 풍모가 고아하고 행동거지를 단정하게 여며...질박하고 후덕한 장자의 풍모를 하고 있는 사람...그 말은 들으면 문득 경탄할 만하였고 내가 그에 힘입어 스스로 허물을 알게 되는 것이 많았다. 이에 그가 정직하고 미더우며 견식이 있는 사람임을 알았다...”

이들이 상당한 수준의 학문과 지적 능력과 인품을 갖추고 있었고 그들과 교류하던 사대부들에게 인정받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이 시모임을 열면서 시화첩을 많이 제작했을 텐데, 그중 현재 알려진 것은 최초의 공식모임을 기리기 위한 《옥계사십이승첩玉溪社十二勝帖》(1786), 여름 옥류동 한 동인의 집 모임에서의 시를 묶은 《옥계청유첩玉溪淸遊帖》(1791), 같은 해 겨울 또 한 번의 공식모임 후 만들어진 《옥계십경첩玉溪十景帖》이 전부다. 

이중 《옥계사십이승첩》은 하나의 계회도가 그려진 것이 아니라 여러 장의 그림이 시와 함께 배열된 독특한 형식이다. 

매월 모이는 날짜와 장소, 할 일을 네 글자로 표현해 열 두 개의 주제가 이어지고, 각각의 주제마다 그림과 시가 실려 있다. 시는 모두 남아 있지만 그림은 넉 점 뿐인데 그림과 글씨 모두 규장각 서리였던 임득명이 맡았다. 다양한 글씨체를 모두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렸다는 평가를 알 만하다. 『이향견문록』에는 임득명에 대해 다음처럼 기록했다.
 
"시부서화를 잘하고 전서와 예서에 공교하였다. 옥계사에 참가하였는데 사중 시첩에는 매번 그림과 전서로 첩의 머리에 그려 넣었으며 또 시로 화답하였으니 다른 사람들이 삼절이라 일컬었으며 산수화를 즐겨 그렸다."

이 첩에 들어 있는 임득명의 남은 그림을 보건대는 ‘문학’ 보다 ‘즐기기’ 가 더 강조된 느낌이다. 

두 번째《옥계청유첩》에는 유명한 이인문의 <松石園雅會圖>와 김홍도의 <송석원시사야연도松石園詩社夜宴圖>가 들어 있었다.

세 번째 계첩인 영국도서관 소장 《옥계십경첩玉溪十景帖》에서 다시 임득명을 화가로 지정했다. 인왕산 아래 옥류동 계곡의 열 가지 경치를 그린 것으로, 옥계의 장소성을 강조해 시사 동인들끼리의 동질감을 은근히 드러낸 듯하다. 대부분의 그림들이 옥계사 동인들의 놀이문화를 주제로 한 것에서 다소 멀어지고 정선을 계승한 산수화에 가까워졌다. 여기에 들어 있는 그림은 모두 임득명이 그렸다고 하나 이후 다른 이의 그림으로 교체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된 바가 있다. 화첩은 1791년 겨울 모임에 제작하고 갑자년(1800년) 중수, 무인년(1818년) 개수改修했다.

영국도서관은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이 화첩을 온라인으로 모두 공개하고 있으니 한쪽 한쪽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

https://access.bl.uk/item/viewer/ark:/81055/vdc_100106514695.0x000001#?c=0&m=0&s=0&cv=46&xywh=-3994%2C0%2C13384%2C8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