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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18세기 컬렉터의 눈에 띈 두 친구의 묵죽, 몇 살 때의 그림일까?

김광국(1727-1797)의 컬렉션 화첩 『석농화원』에 들어 있던 대나무 그림 두 점이다. 다른 듯 닮은 이 두 점은 깊이가 느껴지는 것은 아니라 해도 나름의 멋을 느낄 수 있다. 
이 대나무 그림을 그린 이들은 1769년생 동갑이었다. 이들이 이 그림을 그렸을 때의 나이는 몇 살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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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하 구장품으로 현재는 선문대학교박물관이 소장한 두 점의 석농화원 파첩본이다. 첫 번째 그림에 있는 그림에 김광국이 덧붙여 써 둔 기록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강이천 <묵죽도> 종이에 먹, 29.3x40.5cm 선문대학교박물관


”강성륜(姜聖倫)은 이름이 이천(彛天)이고 호는 송분당으로 표암의 손자이다. 성륜은 어릴 적부터 문장을 잘 지어 이름이 났고, 일찍이 어린 나이에 입시(入侍)하여 크게 임금의 칭찬을 받았다. 근래 그린 대나무 그림은 매우 빼어난 운치가 있는데, 쉼 없이 그려나간다면 동파(소식)와 양주(문동)의 경지에 이르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나는 눈을 비비며 기다릴 것이다. 김광국.“

즉 강세황의 손자 강이천(1769-1801)이 그린 것. 그는 강세황의 둘째 아들 강흔의 장남으로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으나 5세부터 시를 지은 신동으로 당시에도 이름을 날려서 열두 살 때 정조임금 앞에서 시를 지어 올리기도 했다. 강이천은 서학(천주교)를 접하고 정조가 극히 싫어했던 불온한 사상을 키우다가 결국 32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되는 불행한 삶을 살았다. 그가 그림도 곧잘 그렸다는 것이 이 그림으로 알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림에 대한 기록이 언제 쓰여졌는지는 이것만 보아서는 알 수 없다.

다른 한 점에 붙여진 김광국의 글을 보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신위 <묵죽도> 종이에 먹, 27.5x39.5cm 선문대학교박물관


“이 묵군 한 폭은 바로 사문 신휘(申徽) 치장 호 서하가 그린 것이고, 화폭 끝의 작은 화제도 그가 쓴 것이다. 처음에 내가 강성륜이 그린 대나무를 보고서 그의 재주와 뜻을 기특하게 여겨 이 세상에는 짝이 될 만한 자가 없을 것이라 여겼는데, 지금 또 치장의 그림을 얻고서 저번의 말이 경솔했음을 몹시 후회하게 되었다. 성륜과 치장은 모두 기축년(1769)에 태어나 서로 친하고, 문장과 필법도 우열을 가리지 못하니 더욱 기이하고 기이하다. 계묘년(1783) 늦가을에 쓰다. 김광국“

신휘라는 사람의 그림인데, (위의) 강이천의 대나무 그림에다가 견줄만한 게 없을 거라고 했는데 그게 경솔했다고 하면서, 두 사람 모두 1769년생이고 서로 친하고, 글도 글씨도 서로 우열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잘한다고 평했다. 이 글을 쓴 것이 1783년이니 두 사람이 만 14세라는 얘기가 된다(강이천의 그림은 더 먼저 그려졌을 수도 있지만). 
정답 만 14세.

신휘는 자하 신위(1769-1847)를 가리킨다(자하의 시집 『분여록(焚餘錄)』에 초년 이름이 휘(徽)였다고 나온다). 자하 신위라면 조선의 3대 묵죽화가라고도 하는 묵죽의 대가인데, 어린 시절부터 재능이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시서화 삼절로 불리는 대표적인 문인이며 그가 가장 많이 그린 것이 대나무이다. (+이정, 유덕장=조선 3대 묵죽화가)
글씨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다보니 묵죽에서도 서법을 강조해서 사의적인 문인문죽화의 전형을 완성시켰다는 평을 듣는데 화보를 보고 열심히 공부한 것이나 어쨌든 그의 묵죽 그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강세황이라 볼 수 있다. 강이천과 함께 그의 할아버지에게 배웠을 것이다. 

대나무의 군자다운 풍모, 지조 등의 상징을 중요시 여기니 사실적인 대나무 표현은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노년으로 갈수록 화면에 공간이 생기고 농담을 적절히 조화시키며, 대체로 심플하고 고아한 자태로 최대한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묵죽을 남기게 된다. 

만약 강이천이 그림에 힘을 더 쏟았다면, 서학이나 새로운 사상에 빠지지 않았다면 그 또한 서화의 한 분야에 일가를 이루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현재 2023년 11월 이 두 그림은 국립광주박물관의 고(故) 허민수 기증 특별전 <애중 愛重, 아끼고 사랑한 그림 이야기>에 전시되고 있다.)





업데이트 2023.11.1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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