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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이 그림에 대한 평가는 무엇일까?

다소 익숙하지 않은 구성의 이 그림은 김홍도의 것이다. 왼쪽 아래에 서호사(西湖寫)라고 관서를 했는데, 이 그림이 그의 젊은 시절의 작품임을 말해준다. 이 그림의 위쪽에는 뭔가가 적혀 있는데, 서호사, 표암평(豹菴評)이라고 되어 있어 표암 강세황의 평가의 글임을 알 수 있다. 

18세기 조선의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던 인물인 강세황은 여러 서화에 자신이 그림을 본 감상평을 기록했다. 이 그림에 대한 그의 평가에 해당하는 것은 다음 중 무엇일까?

1) 공들이지 않고 그렸으나 본래의 면목을 잃지 않았으니 또한 화가로서 귀신같은 솜씨라고 할 수 있다. 
2) 일시의 광경이 사람을 웃긴다.
3) 그림 속 사람들은 즐거워하지 않지만 보는 사람들은 도리어 무한한 정취를 깨닫는다. 
4) 복잡한 도성 안에서 우연히 펼쳐놓고 감상하게 되자 흐린 눈이 갑자기 밝아지는 듯하다. 
5) 깨끗하면서도 조용한 움직임이 있으며 사람이나 물건이나 숲과 돌 모두가 옛 뜻이 있다. 



김홍도(1745-1806?) <답상출시도踏霜出市圖> 종이에 먹, 73.0×37.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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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황은 시서화 모두에 조예가 깊었고, 재능도 있거니와 안산과 서울을 오가면서 수많은 문사들, 재능있는 서화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을 감상하는 충분한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재능에 노력에 기회, 모든 것을 갖춘 그는 자타공인 조선후기 최고의 감식안을 가지게 되었다. 

한동안 강세황은 그림을 그리지 않는 절필 시기가 있었는데, 수많은 그림에 자신의 비평을 남겼다. 제자처럼 여기던 김홍도 외에도 심사정, 이인문, 겸재 정선, 조영석 등의 그림에도 감상 후 비평의 글을 적어 넣었다. 직접 교유하면서 배관기를 넣은 것도 있겠지만, 소장가가 가져가서 화평을 받아 넣은 것도 있을 것이다. 그의 비평이 남아 있지 않았다면 18세기 화단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훨씬 더 짧았을 것이다. 

전면에 나무로 가려져 있지만, 숲길을 헤쳐가는 사람들을 묘사한 그림이다. 잔뜩 웅크린 어깨의 두 사람이 말과 소를 앞세워 어디론가 가고 있다. 저 위에 희미한 초승달이 보이고, 메마른 나뭇가지, 눈이 쌓인 듯한 먼 산의 모습이 을씨년스러운 계절의 날씨를 표현하고 있다. 표제인 답상출시(踏霜出市) 즉 서리내린 추운 날 새벽 시장에 물건팔러 나가는 고단한 발걸음을 그린 작품이다. 

정답은 3)번. “그림 속 사람들은 즐거워하지 않지만 보는 사람들은 도리어 무한한 정취를 깨닫는다.”
강세황 감상평 전문은 다음과 같다. 


缺月掛樹 店鷄爭啼 叱牛駈馬 踏霜衝風 此中人必不以為樂 而覽此者 反覺其有無限好趣 無乃筆端之妙 有足以移人性情耶 西湖寫豹菴評
이지러진 달이 나무에 걸려 있고, 주막집 닭이 다투어 소리 지른다. 소와 말을 몰고 서리 밟고 바람을 맞으며 간다. 이 속의 사람들은 즐거워하지 않지만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도리어 무한한 좋은 정취가 있음을 깨닫는다. 붓끝의 오묘함이 사람의 성정을 옮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서호가 그리고 표암이 평하다.

나머지 보기도 모두 강세황이 남긴 배관기 중 일부이다. 해당 그림은 다음과 같다. 

1) 공들이지 않고 그렸으나 본래의 면목을 잃지 않았으니 또한 화가로서 귀신같은 솜씨라고 할 수 있다. 
 : 김홍도가 그린 《십로도상첩》(리움미술관 소장)에 남긴 평.

2) 일시의 광경이 사람을 웃긴다.
 : 김홍도의 〈행려풍속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 7폭)에 남긴 평.

4) 복잡한 도성 안에서 우연히 펼쳐놓고 감상하게 되자 흐린 눈이 갑자기 밝아지는 듯하다. 
 : 겸재 정선 <하경산수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 남긴 평.

5) 깨끗하면서도 조용한 움직임이 있으며 사람이나 물건이나 숲과 돌 모두가 옛 뜻이 있다. 
 : 이인문 <십우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 남긴 평.
업데이트 2024.09.1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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