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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두 사람이 그린 조선 후기 영남지방의 명승, 이곳은 어디일까

위 그림은 2017년 보물(제1929호)로 지정된 《영남기행화첩》 중 하나로 영조 연간 활동하며 정선의 영향을 받았으나 독자적인 실경 산수풍을 선보인 진재 김윤겸(1711-1775)이 그린 실경산수화이다. 


김윤겸 <〇〇〇> 《영남기행화첩》 18세기 후반, 종이에 수묵담채, 32x46cm, 동아대 석당박물관  


아래 또한 같은 장소로, 얼마전 국내로 들어와 화제가 된  《영남명승35경도첩》 안에 포함된 것이다. 


작자미상 <동래 〇〇〇> 《영남명승35경도첩》 18세기 후반, 종이에 수묵채색, 38.5×45.5㎝, 유현재 구장


낙동강 하구, 바다와 맞닿은 곳에 자리잡은 지질학적 유산, “안개 구름으로 잠겨 잘 보이지 않게” 된다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이곳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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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은 안동 김씨 김창업의 서자로 태어나 금강산, 한양 근교, 단양, 영남 지방 등 명승을 여행하면서 진경산수 제작에 몰두해 나름의 화풍을 만들어낸 화가다. 겸재 정선이나 강세황 같은 당대의 대가가 되지는 못했지만 물을 중심으로 한 단순한 구성이나 옅은 먹과 담채를 중심으로 가볍게 입체감을 나타낸 부분 같은 것들은 작품을 좀더 근대적인 분위기로 이끌어 준다. 김윤겸은 조선시대 문인화가 중에서 개성도 있고 넓은 지역의 다양한 실경산수를 남기기도 해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반면 알려져 있는 행적은 많지 않다. 

부산 동아대 석당박물관의 소장품 《영남기행첩》은 총 14점의 산수화가 들어 있는데, 사후에 배접된 것으로 결실된 그림이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윤겸이 진주 근처 지역의 찰방(察訪)으로 임명되면서 합천, 거창, 함양, 산청 일원과 오가면서 들렀을 것으로 생각되는 부산 지방의 경치 좋다는 곳을 그림으로 남긴 것이다. 몰운대(沒雲臺), 영가대(永嘉臺), 홍류동(紅流衕), 해인사(海印寺), 태종대(太宗臺), 송대(松臺), 가섭암(迦葉菴), 가섭동폭(迦葉衕瀑), 월연(月淵), 순암(蓴巖), 사담(蛇潭), 환아정(換鵝亭), 하룡유담(下龍游潭), 극락암(極樂菴)의 순으로 배접되어 있고, 동아대 박물관에서 현재 면을 교대로 펼쳐놓고 전시중이라고 한다. 

이 그림은 그중 몰운대.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沒雲) 섬 형태의 지형이었다고 하며, 단층 구조에 관심이 많았던 조선 후기 문인들의 취향이 드러난다. 김윤겸의 그림은 보다 사실적인데 반해 35경화첩의 그림 속 지형은 둥글둥글해서 지질구조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몰운대는 지금 육지와 연결되어 있는 형태라 섬이라고 하는 과거의 기록과는 맞지 않는다. 사하구 홈페이지에는 태종대, 해운대, 몰운대가 부산의 3대 '대'라고 소개하고 있다.
 


몰운대 ⓒ사하구



정답은 '몰운대'. 

김윤겸의 《영남기행첩》에 묘사된 명승 중에 유현재 구장 《영남명승35경도첩》 에 공통으로 포함된 곳은 세 곳 정도다. 동아대의 그림은 문인화 느낌이라면 유현재 구장의 채색 그림은 지도 형식의 영향이 진하게 남은 채색 그림이며 시기가 더 나중이다. 

두 화첩에서 해인사 인근의 홍류동(紅流衕)을 발견할 수 있다. 해인사 홍류동 계곡은 해인사 입구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계곡으로, 가을 단풍이 물에 붉게 비친 모습이 마치 붉은 물이 흐르는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김윤겸 <홍류동> 《영남기행화첩》 18세기 후반, 종이에 수묵담채, 31.4x32.7cm, 동아대 석당박물관  


작자미상 <합천 홍류동> 《영남명승35경도첩》 18세기 후반, 종이에 수묵채색, 38.5×45.5㎝, 유현재 구장


또 다른 한 곳은 지리산 산청 인근 환아정(換鵝亭),이다. 환아정은 1395년 산음 현감인 심린(沈潾)이 세운 정자인데 주변의 경호강 경관이 아름다워 유명하여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소실됐다 복원했다를 여러 차례 겪고 결국 1950년 불타 완전히 없어졌었는데 2022년 약간 옮겨진 위치에 다시 세워졌다. '환아(換鵝)'는 예상대로 왕희지가 도덕경을 써주고 자신의 애착 동물 거위를 받았다는 고사와 관련이 있다. 이 백아환자 고사에서 도인이 중국 산음 사람이라서일 듯하다. 


김윤겸 <환아정> 《영남기행화첩》 18세기 후반, 종이에 수묵담채, 30x46cm, 동아대 석당박물관  


작자미상 <산음 환아정> 《영남명승35경도첩》 18세기 후반, 종이에 수묵채색, 38.5×45.5㎝, 유현재 구장

업데이트 2025.06.1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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