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 『영정첩(寧靜帖)』을 펼친 양면으로 한쪽에는 연꽃 그림, 다른 한 쪽에는 전서 글씨가 가득하다.
영정첩과 이 그림, 글씨에 대한 설명으로 맞지 않는 것은?
① 『영정첩(寧靜帖)』 내에는 그림이 다섯 점 들어 있다.
② 화첩 내 그림은 모두 김홍도가 그린 것이다.
③ 글씨는 전서로 유명한 기원 유한지가 쓴 것이다.
④ 연꽃 그림 왼쪽 글씨의 내용은 주돈이의 <애련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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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첩(寧靜帖)』 은 단원 김홍도(1745~?)와 경산 이한진(1732~1796?)의 그림과 글씨로 이뤄진 화첩이다. 1787~1788년 경에 제작된 것이라 보여지고, 총 다섯 점의 김홍도 그림이 포함되어 있으며 나머지 열 여섯 면은 이한진의 전서 글씨로 채워져 있다.
정답은 ③번.
이한진의 경우 고려말 이조년의 자손인 데다 외가는 안동 김씨 삼연 집안이지만 쇠락의 길을 가고 있었고 그 자신도 50이 다 되어서야 소과에 급제해 이렇다할 벼슬 없이 은거의 삶을 살았다. 전서와 예서를 잘 써서 이름이 났고, 왜소하고 조용조용한 성격에 퉁소를 잘 불고 노래도 잘하여 모임에 흥취를 불어넣었다. 박지원, 홍대용, 성대중 등 연암 그룹과 친하게 지냈고, 김홍도와도 여러 차례 모임에서 마주쳤던 듯하다. 김홍도가 연풍현감으로 있을 때, 이한진이 서울로부터 충청병사로 있던 이광섭에게 놀러가 방문한 김홍도와도 함께 둘러 앉아 각자의 예술적 솜씨를 발휘했던 것이 이규상의 『18세기 인물지』에도 기록되었다.
조선 후기의 전서 계보는 이인상-이한진-유한지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는데 이한진이 전서로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찾았지만 골기가 부족하다는 평에 대해 반론은 없는 것 같다.
김홍도는 이한진보다 13살 어리고, 기원 유한지(1760-1834)보다는 15살 많다. 즉 이한진과 유한지는 28세 차이로 한 세대 차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화첩엔 김홍도와 이한진의 작품이 묶여 있지만 김홍도와 유한지가 합작한 작품 또한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1796년 10월 수원화성이 완공된 후 김홍도가 그린 <서성우렵(西城羽獵)>, <한정품국(閒亭品菊)>(서울대박물관 소장) 작품 상단의 예서 제목은 유한지의 글씨로 여겨지고 있다.
또 리움 소장의 <응렵도>에는 김홍도가 그림을 그리고 유한지가 글을 쓰고, 이한진이 감상했다('단원사(檀園寫) 기원서(綺園書) 경산관(京山觀)')고 적혀 있다.
김홍도 <응렵도> 종이에 담채, 24.5×69.5㎝, 삼성미술관 리움
다시 화첩의 그림과 글씨로 돌아와서.
연꽃은 옅은 먹으로 청초한 모습을 강조했고, 아래쪽의 공간에 짙은 먹으로 게를 그려 넣었다. 진흙 속에서도 맑은 향기의 꽃을 피워내는 연꽃의 이미지는 왼쪽의 글, 즉 북송의 유학자 주돈이(周敦頤, 1017–1073)의 유명한 글 〈애련설(愛蓮說)〉, 즉 ‘연꽃을 사랑함에 대하여’와 더불어 극대화되고 있지만, 한쪽에 출세와 입신양명을 의미하는 게가 있기에 (연(蓮)과 연(連)이 같은 발음이라) 연이어 급제하라는 의미로 그려졌을 가능성도 있다.
연꽃은 옅은 먹으로 청초한 모습을 강조했고, 아래쪽의 공간에 짙은 먹으로 게를 그려 넣었다. 진흙 속에서도 맑은 향기의 꽃을 피워내는 연꽃의 이미지는 왼쪽의 글, 즉 북송의 유학자 주돈이(周敦頤, 1017–1073)의 유명한 글 〈애련설(愛蓮說)〉, 즉 ‘연꽃을 사랑함에 대하여’와 더불어 극대화되고 있지만, 한쪽에 출세와 입신양명을 의미하는 게가 있기에 (연(蓮)과 연(連)이 같은 발음이라) 연이어 급제하라는 의미로 그려졌을 가능성도 있다.
水陸草木之花,可愛者甚蕃。
물과 땅에 나는 초목의 꽃 가운데 사랑할 만한 것이 매우 많다.
晉陶淵明獨愛菊。
진나라의 도연명은 유독 국화를 사랑하였다.
自李唐來,世人甚愛牡丹。
당나라 이씨 왕조 이래로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매우 사랑하였다.
予獨愛蓮之出淤泥而不染,濯清漣而不妖,中通外直,不蔓不枝,香遠益清,亭亭淨植,可遠觀而不可褻玩焉。
나는 유독 연꽃이 진흙 속에서 나면서도 더럽혀지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기면서도 요염하지 않으며, 속은 비어 통하고 겉은 곧으며, 덩굴지지도 않고 가지를 치지도 않으며, 향기는 멀리 갈수록 더욱 맑고, 우뚝하고 깨끗하게 서 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나 함부로 희롱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한다.
予謂菊,花之隱逸者也;牡丹,花之富貴者也;蓮,花之君子者也。
내가 생각하기에 국화는 꽃 가운데 은일자(隱逸者)이고, 모란은 꽃 가운데 부귀한 자이며, 연꽃은 꽃 가운데 군자(君子)이다.
噫!菊之愛,陶後鮮有聞。
아! 국화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는 도연명 이후 거의 들어보지 못하였다.
蓮之愛,同予者何人?
연꽃을 사랑하는 사람 가운데 나와 같은 이는 누구인가?
牡丹之愛,宜乎眾矣。
모란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하도다.
水陸草木之花可愛者甚蕃晉
陶淵明獨愛菊自[李]唐來世人甚
愛牡丹予獨愛蓮之出(於)淤泥
而不染濯清漣而不妖中通外
直不蔓不枝香遠益清亭亭淨植
可遠觀而[不]可褻玩焉予謂菊花
之隱逸者也牡丹花之富貴者
也蓮花之君子者也噫菊之愛
陶後鮮有聞蓮之愛同予者何
人牡丹之愛宜乎眾矣 李不
이한진은 李不이라고 관서했다. 오십대 후반, 세속에 살지만 그에 찌들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연꽃에 투영하고자 하며 연꽃 그림에 제를 달기 원했을 텐데, 화가는 연꽃에 게를 더해 의미가 산만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