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태토에 철화안료를 칠해 배경을 만들고, 가느다란 줄기에 잎이 서너 장 달린 인삼잎형태의 무늬를 넣는데, 무늬가 되는 부분을 야트막하게 파낸 뒤 그곳에 걸쭉한 백토물을 칠한다. 마른 다음 청자유약을 입혀 구우면 바탕은 검은색에 흰 잎 무늬가 있는 도자가 된다. 청자 태토에 청자 유약을 사용하고 산화철 안료를 사용해 칠을 했으니 ‘청자철채’가 된다. 잎은 백토로 칠했는데 군데군데 벗겨지면서 붓자국을 드러내고 음영처럼 오히려 분위기를 내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
전체 모양은 반구형 입구에 둥근 어깨를 가진 매병으로, 검어진 바탕에 백토로 그린 잎사귀 무늬가 매병 어깨 부분에 앞뒤로 그려진 아름다운 청자다. 굽은 속굽이며, 거친 받침 흔적이 있다.
<청자철채 백화인삼잎무늬 매병> 고려말. 높이 26.4cm, 입지름 4.6cm, 국립중앙박물관(이건희기증품 건희656)
철채와 흑유, 퇴화
철채청자는 검은빛이 나서 흑갈색 유약을 사용하는 흑유 도자와 혼동되기도 하지만, 청자의 바탕흙과 청자 유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청자로 분류, ‘청자철채’로 부른다. 철채청자는 흑유자기처럼 검지는 않고, 전체적으로 어두우면서도 검붉은색, 황록색 등으로 다채로운 색이 나타난다. 또 유약 아래 칠한 철 안료가 유약 위로 배어 나오면서 산화되어 붉은 반점이 보일 때도 있다.
그려진 잎사귀는 삼엽문, 즉 인삼잎무늬라고 하는데, 백토를 사용하되 물에 개어 붓으로 두텁게 그림을 그린 이런 방식은 퇴화(堆花)기법이라고 한다. 퇴화 기법을 제목에 넣어 ‘퇴화삼엽문매병’ 등으로도 부른다.
그려진 잎사귀는 삼엽문, 즉 인삼잎무늬라고 하는데, 백토를 사용하되 물에 개어 붓으로 두텁게 그림을 그린 이런 방식은 퇴화(堆花)기법이라고 한다. 퇴화 기법을 제목에 넣어 ‘퇴화삼엽문매병’ 등으로도 부른다.
판판한 면 위에 그린 퇴화문도 있지만, 여기서는 그냥 그리지 않고 살짝 파낸 뒤 그렸다. 더 예리하게 파내고 파낸 곳에 점토 상태의 백토를 채우고 다듬어 구웠다면 상감기법이 되었을 것이다.
<청자철채 퇴화운학문 매병> 높이 26.7cm, 국립중앙박물관(덕수5367)
위의 인삼잎무늬 병이 살짝 음각을 한 위에 그린 퇴화인데 반해 이 매병은 철채의 판판한 면 위에 백토로 학과 구름을 그렸다.
같은 국립 박물관 소장품으로 보물로 지정된 인삼잎무늬 매병이 또 있다.
<청자철채 퇴화인삼잎무늬 매병> 높이 27.6cm, 입지름 4.9cm 보물 340호, 국립중앙박물관(본관2074)
철채 퇴화 기법은 12세기 전반기부터 나타나고 있으나 그 예가 많지는 않다. 보물 지정된 이 매병의 잎 무늬의 화필이랄까, 백토를 바른 붓질 자국은 마치 나뭇잎의 잎맥같이 자연스럽고 운치있다. 오묘하게 검은 바탕과 소박한 백토의 잎 조화와 대비도 좋다. 유사한 파편들이 강진 대구면 사당리 가마터에서 발견됐다. 청자 구울 때 같이 생산된 듯하다.
국립 박물관에는 이건희 기증품으로 철채에 백퇴화 청자 매병이 셋 더 있다. 여러 무늬로 잘 모아 놓았네, 하게 된다.
<청자철채 백화나뭇잎무늬 매병> 고려 12-13세기, 높이 25.5cm, 국립중앙박물관(건희 159)
이것도 철채 후 도구로 긁어 음각하고 그 위에 백토로 그려 넣은 뒤 청자유를 입혀 구운 것이다.
<청자철채 백화국화무늬 매병> 고려 12-13세기, 높이 26.0cm, 국립중앙박물관(건희 209)
마찬가지로 산화철 철채안료를 칠한 후 백토로 3곳에 꽃을 그려 넣고, 청자유를 발라 구웠다. 큰 국화가 핀 가지(국화절지문) 둘, 꽃이 없는 가지 하나가 그려진 매병으로 광택이 비교적 좋은데 약간 얼룩졌고 아래쪽 일부에 유약이 발리지 않아 철채가 붉게 드러났다.
<청자철채 백화풀꽃무늬 매병> 고려 12-13세기, 높이 26.7cm, 국립중앙박물관(건희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