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칼럼 > 도자

[퀴즈] 오사카 동양도자미술관 컬렉션의 한 축, 〇〇〇컬렉션

나뭇가지를 과감하게 수평과 사선으로 직선에 가깝게 긋고, 포도문양은 아이가 그린 듯이 좌우 대칭으로 그렸다. 이렇듯 소박하고 대담한 표현은 조선시대 백자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특징이다. 이 포도문 백자 항아리는 백자 태토에 철사안료로 문양을 그린 후 투명유를 씌워 소성했다. 청화와 철화는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지만 청화안료가 부족하게 된 17세기 그 대용품으로 많이 만들어졌다. 말끔하게 만들어진 관요, 거친 지방가마산 모두 있으며, 18세기 중반이 되면 서서히 쇠퇴한다. 

<


<백자 철화 포도국화무늬 항아리> 17세기 후반, 높이 30.8cm


일본 오사카시의 시립미술관인 동양도자미술관 3층에 다른 한국 도자와 함께 전시되고 있는 이 도자기는 한 재일한국인의 기증품이다.
한국 도자 301점, 중국 도자 50점으로 구성된, 오사카동양도자미술관 3층을 차지한 이 컬렉션은?  


<청자 상감 운학문 완> 12세기 중반, 지름 17.0cm


<분청 철화 어문 장군> 16세기 전반, 높이 16.8cm


<백자 청화 산수문 각병> 18세기 후반, 높이 17.9cm


<백자 청화 불수감문 사각접시> 19세기 전반, 21.9x18.8cm, 높이 4.7cm


<백자 청화진사 초화문 필통> 19세기 전반, 높이 13.5cm











=====
오사카동양도자미술관은 우리 도자의 훌륭한 컬렉션을 가지고 있어 한국인들의 방문이 많지만, 현지의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유수의 기관이다. 일본 기업가인 아타카 에이치(安宅英一, 1901∼1994)가 수집한 도자기 컬렉션이 그의 사업 파산으로 스미토모은행 등에 넘어가면서 결국 오사카시에 기증된 것을 계기로 1982년에 설립됐다. 

이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이 2년간의 리뉴얼을 거쳐 2024년에 재개관하면서 한중일의 명품 도자가 포함된 아타카 컬렉션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는데, 미술관 3층의 전시실은 아타카 컬렉션이 아닌, 재일한국인으로 생을 마감한 이병창의 도자 컬렉션이 차지하고 있다. 위에 있는 이미지들은 모두 이병창 컬렉션의 도자들이다. 

정답은 이병창(李秉昌). 

1915년 10월 3일 전북 전주 출생인 그는 이승만 비서관으로 정계에 들어가 1949년 초대 주일대표부 오사카 사무소장을 지냈다. 1951년 정계에서 물러나 일본 도후쿠대학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도쿄대에서도 공부한 경제학자다. 1962년 무역회사를 세워 운영하기도 한 기업가이자, 한국 도자의 애호가와 연구자, 수집가를 겸하게 됐다. 사업을 하며 여유가 생겨 백자를 모으기 시작하며 한국미술에 파고들었던 그는 1978년 『한국미술수선(韓國美術蒐選)』(東京大學出版會)이라는 책을 발간했는데, 한국미술사개설, 고려도자, 이조백자의 세 파트로 구성된 책으로 특히 고려도자와 이조백자 편에는 도록의 형식으로 대표적 작품 888점을 실었고, 당시 일본 내의 작품 외에 세계에 산재하는 한국 도자를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담은 출판물이었다. 도자 수집의 면모는 잘 알려지지 않다가 김원룡 교수와 연이 닿아 상담역을 해 준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컬렉션 규모는 1992년에서야 공개되었는데, 처음에는 한국에 기증할 계획을 세웠으나 당시 한국의 기증품 수용 환경이 따라주지 않은 데에 실망하여 차라리 재일교포 2세, 3세들이 고국의 문화적인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으로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 소장품을 넘기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후에 큼지막한 달항아리를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오사카의 미술관에는 이미 한중일의 도자가 모두 포함된 아타카(安宅) 컬렉션이 있었기에 이병창 컬렉션까지 추가 한국도자 연구 감상을 위한 강력한 포스트가 됐다. 1999년 '이병창 컬렉션'을 상시 공개하는 전시실을 별도로 마련, 운영했었다. 이번 미술관 리모델링은 그가 기증한 연구기금으로 비용을 충당한 것이라고.

이병창 컬렉션 한국도자의 특징은 한국도자사 흐름 속에서 도자문화가 가장 번성했던 고려, 조선시대에 주력해 미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중심으로 완벽주의적 지향을 보인다. 301점은 개인 컬렉션으로서 그렇게 대단한 양은 아니지만 질적으로 우수한 작품들이다. 
업데이트 2025.05.28 15:16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