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모자를 쓴 우아한 여성의 얼굴이 번질번질 조명을 반사하는 두 대머리 아저씨들 사이로 보입니다.
어떤 어두운 장소에 있는 광택 있는 핑크색 의자. 아마도 점잖은 자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 그림은 성서에 나오는 오래된 이야기를 재해석해 그린 그림입니다. 어떤 이야기일까요? 그림 속 여성의 이름을 맞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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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스위스 출신의 프랑스 화가 펠릭스 발로통(Félix Vallotton, 1865–1925)의 1922년작 <정숙한 쉬잔(수산나)La Chaste Suzann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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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스위스 출신의 프랑스 화가 펠릭스 발로통(Félix Vallotton, 1865–1925)의 1922년작 <정숙한 쉬잔(수산나)La Chaste Suzanne>입니다.
*펠릭스 발로통 <정숙한 쉬잔(수산나)La Chaste Suzanne> 1922, 캔버스에 유채, 54x73cm, Cantonal Museum of Fine Arts(스위스 로잔)
정답은 '수산나'. 수산나의 이야기는 구약의 다니엘서 13장에 등장합니다. (다니엘은 기원전 6세기 신바빌로니아에 끌려간 유대교 신앙인입니다.) 성서 속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바빌론에 요아킴이라는 명망 높고 부자인 사람이 수산나라는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해 살고 있었다. 재판관으로 임명됐던 두 명의 나이든 장로가 요아킴의 집에 머물러 있었다. 장로들은 집의 안주인인 아름다운 수산나에게 음욕을 품고 못된 계획을 세웠다. 어느 날 수산나가 정원 연못에서 목욕을 하는데 두 원로가 숨어서 그것을 엿보고 있다가 수산나가 하녀를 잠시 심부름 보내 혼자 남겨진 사이 달려나갔다. 그들은 수산나에게 '우리에게 몸을 내놔라. 안 그러면 당신이 외간남자와 함께 있었다고 말하겠다'며 협박했다. 수산나는 거부하며 소리를 질렀고, 사람들이 달려나오자 이 노인네들은 수산나가 다른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다 자기들에게 들킨 상황이라고 모함을 했다. 다음 날 재판이 열리고 두 장로가 수산나가 간통을 했다고 주장하자 사람들은 판관이기도 한 장로들의 말에 기울어져 수산나를 사형시키라고 소리치게 된다. 수산나는 그들의 말은 거짓이라고 울부짖으며 하느님에게 탄원기도를 했다. 그러자 하느님이 (소년) 다니엘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소환. 다니엘은 장로들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들을 따로 심문하자고 한다. 다니엘이 "두 남녀가 어디서 관계하고 있었는지" 분리 심문하자 한 명은 "유향나무"라 답하고 다른 한 명은 "떡갈나무"라고 대답. 대중들은 수산나의 무죄, 그들의 거짓 증언을 깨닫고 두 장로를 당장에 사형에 처하도록 했다.
스캔들 같기도 하고 마치 한 편의 간단한 범죄-추리극 같기도 한 이 이야기를 그림으로 남긴 것으로는 젠틸레스키의 작품이 잘 알려져 있고, 틴토레토, 렘브란트 등 여러 유명 화가들의 작품도 찾을 수 있습니다.
틴토레토 <수산나와 장로들> 1555~56, 캔버스에 유채, 146x194cm, 빈 미술사박물관 Kunsthistorisches Museum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수산나와 장로들> 1610년경, 캔버스에 유채, 170x119cm, 바이젠슈타인 성 Schloss Weißenstein
렘브란트 <수산나와 장로들> 1647, 캔버스에 유채, 76.6x92.8cm, 베를린 국립회화관 Gemäldegalerie
구성이나 인물의 특징들은 모두 다르지만 수산나와 장로들 그림에는 모두 젊고 아름다운 수산나의 누드가 포함되고, 구석에서 훔쳐보고 있거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두 남자 노인의 추악하고 못난 모습이 포함됩니다. 결백하고 당찼던 수산나의 신앙심을 드러내는 면도 있었겠지만, 시대에 따라 은밀히 훔쳐보는 모습, 아름다운 여성의 목욕하는 누드 등을 당당히 표현할 수 있는 주제로도 적당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반해 발로통의 작품에는 에로틱한 분위기란 없고, 생경한 분위기와 무표정에 가까운 인물들이 복잡한 관계와 의도를 모두 감추고 있는 듯합니다. 제목이 없었다면 이 인물들을 수산나와 장로들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정숙한 쉬잔'이라, 이 여인은 그다지 정숙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는 성서에 나오는 정원의 목욕장을 나이트클럽 같은 분위기의 배경으로, 사회적 권력을 쥐고 있던 원로들은 기름진 대머리의 사업가처럼 표현했습니다. 희생자였던 정숙한 수산나의 모습이라기에 이 여인 쉬잔은 뭔가 계략을 쥐고 있는 듯한 팜므파탈처럼 보여서, 이 이후 대머리 두 남자가 그녀에게 당할 것만 같습니다. 다니엘 같은 구원자가 나타나지 않아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여성으로 현대의 수산나를 표현한 것이 발로통의 의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