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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딜러, 미술사를 바꾸다] 작가-편집자 출신 아트딜러, 에머리히

안드레 에머리히André Emmerich(1924–2007) 
독일 출생의 미국인 화상(畫商) 




전문 분야 및 대표 화가
색면파 : 케네스 놀런드Kenneth Noland, 모리스 루이스Morris Louis, 헬렌 프랑켄탈러Helen Frankenthaler
콜럼버스 이전 시대 예술
데이빗 호크니David Hockney 존 D. 그레이엄John D. Graham 등
작가, 편집자로 출판계에서 10년간 일하다가 1954년 아트딜러로 변신.


1967년 모리스 루이스 전시 포스터


 
법조인 아버지, 아트딜러 집안의 어머니
안드레 에머리히는 192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대인 가족에게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국제변호사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히틀러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를 알 수 있었고, 1930년대에 독일을 떠날 결심을 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에 살다가 안드레가 16살 때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독일, 네덜란드, 미국의 학위를 가지게 되었고 세 언어로 중요한 책들을 저술했다.

어머니는 프랑스인으로 외가 쪽은 미술에 깊이 연관된 집안이었다. 외할아버지는 파리에서 화랑을 운영한 아트딜러로 J.P. 모건Morgan의 컬렉션 대부분을 완성해 주었고, 이모는 화가였으며 어머니 또한 잠시이지만 화랑을 운영했다. 이러한 배경을 통해 에머리히는 독일어, 프랑스어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고 미술과 아트딜러에 대해 친숙하게 여길 수 있었다. 

뉴욕 퀸즈로 이주하면서 고3에 편입한 에머리히는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에 지원했으나 비싼 등록금으로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서부 대학에 지원하게 되는데, 미술사를 공부하기 좋은 곳이라고 추천받은 오벌린 칼리지Oberlin College에 입학한다. 프랑스어를 할 수 있어서 장학금도 받을 수 있었고 프랑스어, 독어, 네덜란드어로 된 카탈로그를 읽을 수 있다는 이유로 박물관에서 카탈로그 카드 타이핑하는 아르바이트를 남들보다 더 나은 급여를 받고 할 수 있었다. 오벌린에는 현대미술을 가르치는 교수는 없었고 고전 거장이나 미케네 예술 등에 대해 주로 배웠는데, 나중에 그가 콜럼버스 이전 시기의 예술에 대한 관심을 보인 것도 그때 심어진 씨앗인 듯하다. 
 
작가Writer, 편집자로 사회생활 시작
졸업 후, 전쟁은 끝이 났고 아트딜러가 될 생각을 하지 않고 흥미가 있던 분야인 출판, 광고 분야에서 카피를 비롯해 다양한 글을 썼다. 프리랜서로 10년간 여기저기서 기사를 썼다. 불어를 할 줄 안 덕에 프랑스 잡지들(Réalités, Connaissance des Arts magazines)의 컨설팅 편집자로 일하기도 하고 The New York Herald Tribune의 파리 판, Time-Life의 인터내셔날 판 등에서 일했다. 

후에 에머리히의 갤러리는 전시도록을 발행하는 거의 최초의 갤러리가 되는데, 이는 그가 타임 등의 잡지에서 일한 영향이 크다. 

그러던 그는 뉴욕에서 현대미술과 처음 접하게 된다. 1940년대 후반경 미술비평가인 토마스 헤스Thomas B. Hess와 친분이 있었는데 파티에 가는 길에 그의 친구 “빌”을 데리러 가게 됐다. 빌은 윌리엄(빌렘) 드 쿠닝을 말하는 것이었다. 드 쿠닝의 작업실에 찾아갔을 때 드 쿠닝은 캔버스에 신문지들과 물감을 흩뿌리고 있어 몸 전체가 지저분해진 상태였다. 에머리히는 당시 ‘왜 이 화창한 5월에 이런 이해할 수 없는 물건들 위에서 뒹굴고 있는지 완전히 당황스러웠다.’고 회고했다. 
 
에머리히가 타임에서 일하고 있을 때 유네스코 미국 대표단의 Visual Arts Advisory Committee에서 타임에 사람을 요청했는데 그가 예술을 잘 알고 있다는 이유로 파견되게 됐다. 에머리히가 위원회의 막내였고 바로 위가 10살 많은 마더웰이었다. 마더웰과 에머리히는 친구가 됐다. 

이후 마더웰의 집에서 폴록, 스틸, 로스코, 고틀립 등을 만나게 되고 점차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흥미를 느끼게 됐다. 그때가 40년대 후반~50년대 초반으로 그 화가들의 중요한 작품이 바로 그 때 대부분 시작됐다. 바로 그 순간에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53년에 첫 책을 낸 이후 전망이 꽤 밝은 상황이었고 흥미로운 일자리들도 제안받고 있었는데, 한편 미술품 딜러가 된다면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모험이 실패할 경우 다시 의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경제적 위험을 무릅쓰고 몇 년 쉬어도 된다는 생각으로 딜러를 시작했다.


1968년 스타모스 전시 포스터



아트딜러로의 활동
파리에서 샘 프랜시스, 폴 젠킨스, 올리츠키, 놀런드 등의 미국 화가들의 전시를 보고 나서 자신의 길이 그곳에 있음을 깨닫고 1954년 초 개인 딜러로 간판을 내걸기 시작했고 이후  이스트 77번가 18번지에서 작은 갤러리를 시작했다. 스타모스와 고틀립이 그 때 함께 했고, 1959년에 프랑켄탈러가, 1960년에 (프렌치앤컴퍼니가 문을 닫으면서) 모리스 루이스와 케네스 놀런드가 합류했다. 1960년대에 이어서 안토니 카로, 알 헬드, 샘 프랜시스, 데이빗 호크니, 줄스 올리츠키도 에머리히 갤러리 소속이 되었다. (1970년대에는 맨해튼 웨스트 브로드웨이와 스위스 취리히에 갤러리를 열었다.) 존 D. 그레이엄, 한스 호프만, 미리엄 샤피로, 카렐 아펠 등도 함께 했다.


1970년 한스 호프먼 전시 포스터



1982년 호크니 전시 포스터



에머리히갤러리에는 추상표현주의, 옵아트, 색면회화, 기하추상(하드엣지 페인팅), 미니멀아트, 팝아트, 리얼리즘 등 다양한 스타일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그는 헬렌 프랑켄탈러, 모리스 루이스 등 색면파 화가들을 특히 선호했다. 

컬렉터에 대한 그의 생각
“누군가 나에게 수집가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물었을 때. 나는 ‘벽이 가득 차도 미술품을 계속 사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 전까지는 그저 수준 높은 실내 장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에머리히는 50년대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미술품을 수집하게 되고 그 중 벼락부자들, 천박한 사람들이 사회적 레벨을 높이기 위해 미술품을 수집하는 상황을 비판했다. 

“대중의 참여, 미술품의 대량 구매, 미술계로의 대량 유입 등의 일들이 일어나는 시기에는 대중에게 어필하는 미술이 인기를 끌게 마련이다. 그것이 최고의 예술이기보다는 가장 대중적이고 접근하기 쉬운 예술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1960년대 후반에 시작되는 특정 종류의 예술에 대한 엄청난 인기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한다.” 

“미술계로의 사람들의 유입은 엄청나서 이 밀물은 가격, 흥미 등 모든 것들을 들어 올렸다. 대량 유입과 저속한 취향에는 항상 졸부들이 끼어 있다.”

 “딜러는 수집가들이 새로운 화가나 미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특별한 조언이나 가르침을 주는 것은 아니다. 컬렉터에게 화가를 소개하고 나면 그가 작품을 구입할지 말지, 다시 와서 많이 살지 알 수는 없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미술을 위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밖에 에머리히는 콜롬버스 이전 시대 미술의 주요 전시를 조직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콜롬버스 이전의 예술』(1963), 『태양의 땀과 달의 눈물: 콜럼버스 이전 미술의 금과 은』(1965)을 저술했다. 


콜럼버스 이전 시대 전시 Peru 도록 표지



또, 조각공원 Top Gallant를 만들었는데(1982년~1996년), 친척에게서 받은 유산으로 한때 퀘이커 교도 농장이었던 뉴욕주 폴링의 시골땅을 구입해 150에이커 규모의 조각공원을 운영했다. 여기에 알렉산더 콜더Alexander Calder 등의 대형 설치 작품과 키스 해링Keith Haring과 같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수영장은 호크니가 그린 파도로 벽을 장식했다. 에머리히를 통해서 많은 작품들이 후에 휴스턴미술관, 스톰킹아트센터, 디트로이트예술대학 등에 남겨졌다.

1996년 소더비는 예술가들의 작품 등 자산을 관리할 목적으로 안드레에머리히갤러리를 사들였다. 1년 후 알버스재단Josef and Anni Albers Foundation은 3년 계약을 갱신하지 않아 결국 1998년 갤러리는 소더비에 의해 폐쇄되었다. 

에머리히는 2007년 9월 25일 맨해튼에서 뇌졸중으로 82세 일기로 사망했다. 

업데이트 2023.11.0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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