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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이 초상화의 여인은 어떤 인물일까?

유럽, 18세기말에 그려진 한 여인의 초상화이다. 
검은색 드레스, 비교적 수수한 옷차림. 장신구,
정면을 향하여 한 손은 검지를 세워 땅을 가리키고 있는 독특한 포즈. 
배경은 특이하다 할 정도로 아무 것도 없다. 
이 인물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1) 여왕
2) 귀족
3) 배우
4) 거리의 여인
5) 화가의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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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de Goya y Lucientes, 1746~1828)가 1797년에 그린 그림으로, 그림 하단 흙 부분에 잘 보면 Solo Goya / 1797 이라고 쓰여 있다. 


고야 <알바 공작부인The Duchess of Alba> 1797, 캔버스에 유채, 210.3 x 149.3 cm, 뉴욕 히스패닉미술관도서관



고야가 51세 때 그린 이 인물의 소개용 정식 명칭은 '알바의 13대 공작부인 마리아 델 필라 테레사 카예타나 데 실바 알바레즈 데 톨레도 이 실바 바잔the 13th Duchess of Alba, María del Pilar Teresa Cayetana de Silva Álvarez de Toledo y Silva Bazán(1762–1802)'이다. 뭔가 신비로운 내막을 지닌 것 같은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작품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스페인 북동부 푸엔데토도스(사라고사)에서 태어난 고야는 고향에서 화가로서 기술을 익히고 마드리드와 이탈리아를 거치면서 실력을 늘려 갔다. 마드리드 왕립 태피스트리 공장에서 밑그림을 그리면서 초상화가로서 어느 정도 명성을 얻게 됐다. 당시 고야의 고객 중에는 국왕 카를로스 3세와 그의 동생, 알바 가문 등의 귀족, 수많은 정치가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고야의 경력은 다음 왕인 카를로스 4세까지 이어졌다. 1792년 안달루시아를 방문했을 때 의문의 병에 걸렸다가 회복된 후 고야는 스타일의 극적 변화를 겪는다. 어딘가 어둡고 강하고 불안한 분위기, 현대의 사람들이 고야 스타일이라고 여기는 것이 이 때 생성된다.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침공(1808~14년)했던 때의 공포, 카를로스 4세의 아들 페르난도 7세의 부르봉 왕조 재건에 이르기까지 격변하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페르난도 7세의 심한 탄압으로 고야는 스페인을 탈출했다가 보르도에서 사망하게 된다.

알바 공작 부인은 18세기 후반 궁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고야가 1796년부터 1797년까지 몇 차례 그녀의 저택을 방문했는데, 당시 그녀는 막 미망인이 된 서른다섯 살의 나이로 아름다움의 절정을 누리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알바 공작 부인의 머리에는 욕망을 일깨우지 않는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초상화에 그려진 공작부인은 산루카 데 바라메다에 있는 그녀의 저택 부근 과달키비르 강이거나 그 지류 중 하나로 추정되는 곳 앞에 서 있는 모습으로 당시 마드리드의 유행이었던 마야(maja) 스타일로 멋지게 차려입고 있다. 고야는 특히 소매와 베일(mantilla)에서 자유로운 붓터치가 돋보이도록 표현했는데, 이는 부드럽고 투명한 피부와 대조를 이룬다.

배경도 그렇지만 특히 공작부인의 표정이 수수께끼 같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두 사람의 관계에 뭔가 있는 게 아닌가 추측하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없다. 모래 위에는 "솔로 고야"(오직 고야)라는 글귀가 적혀 있고, 그녀는 "알바"와 "고야"가 새겨진 반지를 끼고 있다. 이 그림은 공작부인이 죽은 후에도 오랫동안 그의 작업실에 보관되어 있었으니 그 사실이 고야에게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답은 2) 귀족. (만약 "화가의 애인"이라는 답지가 있었으면 그것도 정답이라 할 수 있을지도.)






업데이트 2024.01.3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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