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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옥션] 외로운 달이 보이는 암자

1922년 조선미술전람회가 시작됐을 때 해강 김규진(1868-1933)은 서예와 사군자부의 심사위원을 맡았다(1, 2, 3, 4, 5, 6, 8, 9회 심사위원). 청나라 유학 경험으로 호방한 필치를 드러내는 각종 서법에 능했고, 그 필력이 그대로 나타나는 묵죽과 묵란에서 독자적인 경지를 이뤘다는 찬사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는 그 외에 본격적인 채색화도 남겼고(창덕궁 희정당 벽화), 산수나 화조의 화제도 자유롭게 그려냈다. 한 세대를 대표하는 묵죽 화가이지만 다른 화목의 그림이나 글씨에서 오히려 참신함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제27회 칸옥션 미술품경매(2023.5.26.)
해강 김규진(海岡 金圭鎭, 1868-1933)  <고월암(孤月庵)> 종이에 먹, 33.5×136 cm
추정가 80만~200만 원
낙찰가 160만 원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편액을 남겼다는 해강이니 어딘가 외진 암자의 편액을 위해 쓴 글씨였을까.  
‘孤月(외로운 달)’은 그림처럼 흐르듯 초서로 쓰고, 행서에 가까운 庵은 月과 마주보는 듯 단정함을 가미하게 됐다.

'외로울 고(孤)'를 산등성이를 넘어가듯 썼는데, 흔하지는 않지만 문징명과 조맹부의 행초에서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문징명 <적벽부> 중의 孤



조맹부 <두보 秋興 8수> 중 1수의 "孤舟一繫故園心" 부분


지난 5월말 칸옥션 전시장에서는 해강의 묵죽 여덟폭 병풍 한 점, 서예 한 점, 묵매와 묵모란 한 폭 씩을 볼 수 있었고 모두 낙찰에 성공했다. 
업데이트 2023.06.14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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