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회 칸옥션 미술품경매 (2023.08.17.)
대여 김춘수 글, 글씨, 강신석 그림 <不在 : 시화> 1978, 종이에 파스텔, 펜, 40x31cm
추정가 120~250만 원, 낙찰가 120만 원
이번 칸옥션 미술품경매는 일본 통신사의 활동을 주제로한 출품작들과 근대 문인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것이 많이 출품됐다, 문학사상과 관련된 그림, 시화 등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중 마산에서 활동하던 화가 강신석(1916~1994)의 그림에 김춘수(1922~2004)가 자필로 쓴 시를 덧붙인 1978년 작품이 120만원에 낙찰됐다.
강신석은 한국전쟁 당시 마산에서 문신, 남관, 양달석, 김환기 등과 교류하며 활동했던 화가로 ‘파스텔 화가’라고 불렸다. 그의 이력은 조금 독특해서, 1945년 하얼빈대에서 공대 교수로 일하다가 해방을 맞아 귀국, 이후 미술 활동을 하다 1952년에는 해군 종군 작가로 참전했다. 1960년대에는 주로 마산 외교구락부 등에서 활동했다. 그의 작품에는 파스텔의 부드러움과 따스한 느낌이 드러난다. 1967년 동아대학교 미대 주임교수를 맡기도 했고, 한국,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경남 통영 출신 “꽃”의 시인 김춘수는 1949년 처가가 있는 마산으로 가서 3년간 마산고 국어교사를 한 적이 있다. 그는 미술을 좋아하고 많은 화가들과 우정을 나눴으며 스스로가 깊이 있는 미술이론가이기도 했다. 통영의 전혁림은 교직을 얻어 마산으로 주소를 옮겼는데 마땅한 거처가 없어 김춘수의 집에서 기거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마산에는 문인과 화가들의 합동시화전이 자주 열렸다. 춘수·강신석 시화전(백랑다방, 1953년), 김상옥·전혁림 시화전(비원다방, 사랑다방, 1954년), 김수돈·박생광 시화전(비원다방, 1954년), 이원섭·전혁림 시화전(비원다방 1954년) 등이 그것.
세월이 지나 김춘수는 대구에서 지내면서 1978년 맥향화랑에서 마산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파스텔 화가 강신석과 시화전을 열었다. 당시 전시 수익금 300만원을 모두 강신석에게 주어 그가 뉴욕에 이주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고. 이 작품도 그 시절의 것이다.
써 있는 시는 부재(不在).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무상하고 쓸쓸한 내용인데 그림의 빈 그릇은 조용하고 단정하게 그 삶의 운명을 받아들이도록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