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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옥션] 해부 변지순, 일하는 사람과 소가 있는 정경

해부 변지순 <목가도> 종이에 수묵담채, 22.5x31cm
케이옥션 Modern and Contemperary Art & Korean Traditional Art and Craft 2024년 6월 26일 경매
추정가 1,000만~2,000만 원, 낙찰가 1,600만원

이번 케이옥션에서 1600만원에 낙찰된 해부 변지순의 <목가도>. 언뜻 보기에는 둔덕과 나무, 개울가가 있는 산수도처럼 보이지만, 개울가에 소가 물을 마시려 하고 있고, 다리 위쪽으로는 한 남자가 허리를 구부리고 일을 하고 있는(어망 그물을 걷고 있는) 풍속화적 정경이다. 인물이 점잖은 고사는 아니지만 <산수인물도>라고 불러도 괜찮을 듯한데, 2015년 마이아트옥션에 같은 작품이 나왔을 때는 작품명을 <경작도>라 했었다.(이 때의 낙찰가는 1,500만 원.)


해부 변지순은 19세기 전반에 주로 활동한 화가이다(생몰년은 정확하지 않은데, 1780년 이전에 출생, 1831년 이후에 세상을 뜬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집안, 활동, 사승관계 같은 정보가 거의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그림은 물론 시(詩)와 서(書)도 능한 편이었고, 산수나 화조화를 비롯해 여러 장르를 잘 그렸다고 전해진다. 예전에 비해 확인된 유작이 조금 늘어서 개별 폭으로 따지자면 그림만 40여 점에 이르는데,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서화첩 두 권이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남아 있는 그의 그림들을 통해 그가 김홍도의 영향을 가장 세게 받은 화가 중 한 사람이라는 점을 누구나 인정할 수 있다.


참고도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화첩 중


경매에 나왔던 산수인물도도 그러한 변지순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첩으로 묶였던 그림이라 가운데에 접힌 자국이 보인다. 인장은 ‘삼한유사(三韓遺士)’, ‘변씨(卞氏)’, ‘치화(稚和)’ 셋이 찍혀 있는데, 국립박물관 소장 화첩, 개인소장 화첩, 다른 개인소장 낙폭 등에서 비슷한 위치에 같은 인장이 찍힌 작품들을 발견할 수 있어 이들이 같은 시기에 그려져 화첩으로 묶였다 흩어졌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참고도판. 개인소장 화첩 중.


부산 동래 지역에서 활동한 화가이지만 김홍도와도 직접 교유한 것 같고, 또 풍산 홍씨 집안 같은 세력가 집안의 사람들과도 잘 알고 지냈던 것 같다. 정조의 부마 홍현주의 큰형인 홍석주는 변지순의 시권을 읽고 글을 써준 것을 자신의 문집에 남기면서 변지순에 대한 기록을 부기했다.

“변지화(穉和는 자) 군은 동래(東萊)의 동남쪽에 사니, 대해(大海)와 맞닿은 곳이다. 바닷가의 사람으로서 물고기와 조개를 잡아 살아가는 사람을 사람들이 ‘해부(海夫)’라고 일컬으니, 이는 대개 비천하게 부르는 호칭이다. 그런데 변군이 해부라는 말을 듣고 이르기를 “이 명칭은 나에게 매우 잘 어울린다.” 하고는 마침내 해부라고 자호(自號)하였다.“

홍현주의 작은형이자 홍석주의 동생인 홍길주 역시 변지순의 시에 서문을 써 주었고, 좀더 자세한 기록도 남겼다. 

”나는 일찍이 해부가 과거에 급제하고 수십 년이 되도록 한 되나 한 말의 적은 녹봉조차도 취득하지 않은 채 바닷가에서 늙었음을 이상하게 여겼다. 그런데 지금 그의 시로써 징험(徵驗)해보니, 해부가 늙어갈수록 더욱 곤궁함은 실로 당연한 바이다. 그가 1년 남짓 서울에서 머물러 지냈지만 뜻을 얻지 못하게 되자 떠났다.“






업데이트 2024.07.1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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