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옥션 제34회 미술품 경매 (2024년 9월 4일)
청전(靑田) 이상범(李象範, 1897-1972) <모운暮韻> 1938년, 종이에 수묵, 135.2x168cm
추정가 5천만 원~1억 5천만 원, 낙찰가 5천만 원
커다란 두 폭 가리개를 차지한 큰 폭의 화면을 나무 듬성듬성한 평범한 야산의 모습으로 가득 채웠다. 갈필과 미점을 이용한 청전 이상범 특유의 준법으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메마른 땅이 어딘가 아득하고 쓸쓸한 정경으로 바뀌었다. 중국의 산수와 다른, 일본풍 화법도 아닌 우리의 것을 찾고자 했던 그만의 해답이 여기에 있다.
이 작품은 1938년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던 첫 해 추천 참여로 출품한 것으로, <모운暮韻>이라는 제목으로 해질녘의 풍경을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상범은 1922년 열린 제1회 조선미술전람회부터 1944년 마지막으로 열린 선전까지 꾸준히 참여했다. 특히 1925년 제 4회부터 1934년 13회까지 10년 연속 특선을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웠으며 이후 1936년부터는 1944년까지 추천 작가로 작품을 출품하였고, 1938년부터 1944년까지는 선전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이 작품이 첫 심사위원 추천작.
지게에 한가득 짐을 지고 외길을 따라 걸어내려오는 인물은 고독감을 더해주기도 하지만 화면의 스케일을 실제보다 더 확대시켜주는 효과를 보여준다. 그의 갈필은 향토적이라기보다는 현대적이고, 미점은 서정적이라기보다는 추상적이다.
『조선미술전람회도록 17』, (조선총독부조선미술전람회, 1938), p.29